슈퍼볼(Super Ball)은 1964년 노먼 스팅리가 개발한 작은 고무공이다. 이 공은 미국에서 출시되자마자 어린이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루 최고 판매량 17만개, 출시 첫해 600만개 넘게 팔리며 어린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미식축구 양대 콘퍼런스 우승 팀이 맞붙는 최종전을 ‘슈퍼볼(Super Bowl)’로 명명한 이유다. 미식축구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구단주였던 라마 헌트의 아이들도 슈퍼볼을 가지고 놀았다. 그는 미식축구 프로 최종전 애칭을 정할 때 슈퍼볼을 생각하며 ‘볼(ball)’을 음성학적으로 비슷한 ‘볼(bowl)’로 바꿔 경기 이름을 제안했다. 통통 튀는 작은 고무공 이름이던 슈퍼볼은 이제 미국인 1억명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며 140억달러를 주무르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스포츠 이벤트 이름이 됐다.

1억1440만명 시청자 사로잡는 ‘단판 승부’…올 입장권 평균 506만원

[포커스] 초당 광고료 15만弗…'슈퍼볼'의 경제학
미국 여론조사기관 해리스폴에 따르면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는 단연 미식축구(43%)다. 2위 야구(17%)의 두 배 이상 높은 인기다. 이를 반영하듯 미식축구 양대 리그인 아메리칸 콘퍼런스(AFC)와 내셔널 콘퍼런스(NFC) 챔피언 끼리 맞붙는 슈퍼볼(NFL)이 열리면 미국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진다.

지난 2월2일 열린 ‘2015 슈퍼볼’ 경기에 전 미 대륙이 들썩였다. 미국 인구의 3분의 1이 넘는 1억1440만명이 TV 앞에 모였고 평균 시청률 49.7%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경기 막판 순간 시청률은 52.96%까지 치솟았다. 슈퍼볼 입장권 가격은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NFL 최대 티켓 판매 사이트에서 입장권은 평균 4600달러(약 506만원)에 팔렸다. 티켓 액면가가 800~1900달러(약 88만~209만원)임을 감안하면 최소 5배 이상 뛴 가격이다. 팬들이 느낀 체감 가격은 이보다 훨씬 높다. 입장권 가격은 경기 당일에 가까워질수록 천정부지로 치솟아 7000달러에 육박했다.

공중파 방송사 중계권료만 5조원…월드컵·올림픽 중계권보다 높은 금액

단일 경기로 세계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슈퍼볼은 티켓 가격과 광고료가 매년 천문학적 금액을 경신한다. 미국에서만 1억명 이상, 전 세계 10억명이 시청하는 초대형 경기로 전 세계 200여개 국가에 중계되기 때문에 슈퍼볼의 경제적 효과는 엄청나다. 올해 슈퍼볼에 몰려든 자금은 총 140억3100만달러(약 15조4700억원)에 달한다. NFL이 미 4대 공중파 방송사(ABC, CBS, FOX, NBC)로부터 받는 중계권료는 연평균 49억달러(약 5조원)다. 이는 월드컵과 올림픽 중계권보다 높은 금액으로 NFL 주관 방송사인 NBC의 30초 광고는 450만달러에 팔렸다. 초당 15만달러인 셈으로 총광고 판매액만 3억5900만달러다.

슈퍼볼 경기 당일 음식 소비량도 엄청나게 증가한다. 경기장에 못 간 미국인 대부분은 집에서 가족·친구들과 맥주와 피자 등을 먹고 마시며 슈퍼볼을 즐긴다. 슈퍼볼 경기가 열리는 단 하루에 치킨윙 12억5000만마리, 피자 440만판, 맥주 12억3000만ℓ, 감자칩 5080t 등이 팔린다.

‘슈퍼볼의 저주’?…지나친 상업화·개최지 빚더미·광고효과 의문 등 제기

일각에서 슈퍼볼의 지나친 상업화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워싱턴포스트(WP), ABC 등 현지 언론들은 슈퍼볼의 경제효과에 의문을 제기한다. 슈퍼볼 광고 판매액은 최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1977년 슈퍼볼 시청자는 7000만명, 분당 광고단가는 25만달러였다. 38년 전과 비교해 올해 시청자 수는 58% 늘어났지만 광고단가는 3500%나 뛰었다. 하지만 슈퍼볼 광고효과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WP는 사설에서 슈퍼볼 광고의 80%는 구매 증대, 브랜드 인지도 상승 등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올림픽,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행사 개최지의 경우처럼 슈퍼볼 개최지 역시 행사 이후 ‘빚 방석’에 앉는다는 분석도 있다. ABC는 개최 도시가 누리는 슈퍼볼 경제효과는 주최 측 추산(5억달러)보다 훨씬 낮은 3000만~1억3000만달러에 그칠 것으로 보도했다. 특히 올해는 과격 이슬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에 의한 테러 위협 등으로 개최지 글렌데일의 보안 부문 지출이 크게 늘었다. 글렌데일 시는 보안에 210만달러를 지출했다. 지난해 개최지인 뉴저지주 이스트 루터포드 역시 재정 증대나 홍보 효과는 보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손정희 한국경제신문 연구원 jhs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