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칼럼니스트 김은섭의'책을 펼쳐보세요'- 기브앤테이크 (Give and Take)

저자 애덤 그랜트 / 역자 윤태준 / 출판사 생각연구소
[읽을만한 책]승자독식은 편견…위대한 기업은 giver가 만든다
[읽을만한 책]승자독식은 편견…위대한 기업은 giver가 만든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지금껏 윗사람들로부터 ‘착한 끝은 있다’며 ‘베풀며 살라’는 말을 진리처럼 여기며 자라왔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로는 ‘착하면 바보가 되는 세상’으로 돌변해서 승자가 모든 것을 갖는 승자독식(勝者獨食)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영화 <맘마미아 Mamma Mia!>의 끝 부분에 엄마인 도나(메릴 스트립)가 샘(피어스 브로스넌)과 식장에 들어서면서 누구 손을 잡고 입장할 것인지 이야기하던 중 다투면서 부르는 슬픈 내용의 노래제목도 ‘승자가 모든 것을 다 갖지요 The Winner Takes It All’이 아니던가.

능력과 실력이 월등히 뛰어나서 승자가 된다면 차라리 박수라도 치고 싶다. 하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결과론적인 승자는 우리에게 자괴감을 준다. 문제는 이기적인 승자들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TV나 언론매체에서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부자나 성공스토리의 주인공들이 알고 보니 비겁하고 비열한 방법으로 ‘한탕주의’로 성공했다는 단면이 연일 보도되고, 나의 일상 역시 받기보다는 어리바리 줘버리는(엄밀히 말하자면 빼앗기는) 일들을 더 자주 겪다 보면 ‘착한 끝은 있다’는 말을 더 이상 믿지 못하게 된다. 그렇다면 정말 착한 사람은 성공할 수 없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인가?

[읽을만한 책]승자독식은 편견…위대한 기업은 giver가 만든다
와튼스쿨 조직심리학 교수인 저자 애덤 그랜트는 자신의 책<기브앤테이크 Give and Take>에서 독한 놈으로 가득한 오늘날의 승자독식 사회에 ‘성공’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고, 착한 사람은 이용만 당할 뿐 성공하기 어렵다는 생각마저 불식시킨다. 오히려 이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대단한 성공을 거둔 사람들은 대부분 ‘선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호혜의 원칙 차원에서 사람들을 ‘기버(giver)’와 ‘테이커(taker)’로 나누고, 중간쯤 위치한 사람을 ‘매처(matcher)’라고 구분지었다. 타인과의 상호작용에서 테이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자신이 준 것보다 더 많이 받기를 바란다’는 것. 승자독식 사회의 대표적인 인물형인 테이커는 세상을 경쟁의 장으로 보고,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시한다.

한편 오늘날 비즈니스 세계에서 ‘기버’는 상대적으로 드문 분류. 이들은 ‘상호 관계에서 무게의 추를 상대방 쪽에 두고 자기가 받은 것보다 더 많이 주기를 좋아하는 인물형’이다. 자칫 잘못하면 다른 사람들의 ‘호구’가 되기 쉬운 인물형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중간형 ‘매처’는 ‘손해와 이익이 균형을 이루도록 애쓰는’ 부류로, 테이커가 받는 자이고, 기버가 주는 자라면 매처는 주기도 받기도 하는 자 정도 된다.

바쁜 와중에도 누군가를 돕고, 지식과 정보를 기꺼이 공유하며, 남을 위해 자신의 이익을 양보하는 기버가 성공 사다리의 맨 꼭대기를 차지하는데, 요즘처럼 팀으로 하는 일이 많아지고,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평판이나 소문들이 쉽게 전달되기에 기버가 다른 인물형보다 더 빨리 성공 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기버’인척 가장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기버로 사는 사람이라면 오늘의 희생과 선행이 쌓여서 내일의 성공을 불러올 수 있다고 저자는 다양한 증거와 사례를 들어 단언한다. 흔히 기버라고 해서 ‘남좋은 일만 하는 사람’으로 여기는데, 결코 아니다. 기버 역시 테이커나 매처 못지않게 야심을 품고 있다. 다만 기버는 목표를 다른 방식으로 추구할 뿐이다.

책 전반에 걸쳐 다양한 사례를 통해 주는 사람, 즉 기버가 성공한다는 저자의 주장을 접하는 내내 마케팅의 대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필립 코틀러의 책 <마켓 3.0>이 오버랩되었다. 3.0 시장은 빈곤과 빈익빈 부익부, 환경 파괴와 같은 현실적 문제점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가치(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어 궁극적으로 ‘더 나은 세상 만들기’에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 살아남는 시장이 아니든가.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끈 탐스슈즈(TOMS Shoes)의 탄생은 아르헨티나를 여행 중이던 청년 블레이크 마이코스키가 현지 아이들에게 신발을 무상으로 나눠주는 자원봉사자들을 보고 “착한 사람들의 기부에만 의존하지 말고, 꾸준한 신발 공급이 보장되는 해결책을 생각해 내는 게 어떨까?” 하고 아이디어를 낸 끝에 즉 신발 한 켤레를 팔 때마다 한 켤레를 기부하는 시스템을 생각해내 만든 신발이다.

멕시코의 세계적인 시멘트 기업 시멕스(Cemex)는 멕시코의 집이 없는 빈민자들에게 땅을 살 수 있도록 대출을 도와주고, 집을 지을 수 있도록 설계도도 제공하고, 벽돌값도 할부로 제공해 내 집을 갖게 함으로써 고객으로 만들며 멕시코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이 되었다. 천연재료만을 사용하는 바디숍은 사회활동을 비즈니스의 일부로 삼고 있고, 애플은 사람들이 기술을 즐기는 방식으로 혁신을 꾀했다. 페이스북은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는 소셜네트워크를 제공하는 회사이고, 트위터 역시 인맥과 관심사를 공유하는 도구로 고객의 사랑을 받는다.

평범함을 넘어서는 위대한 기업은 이렇듯 인류를 돕고자 하는 큰 생각을 가진 기버들에게서 비롯되고 있다. 그렇다면 테이커, 매처로서 살아남았던 기업들이 소비자의 영혼을 감동시키는 기버가 되고자 한다면 어떤 변화를 추구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