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휴대폰 불법보조금 규제…소비자에겐 득? 실?
S전자 15㎏ 드럼세탁기 한 대 가격은 100만원대. 최신 스마트폰은 90만원대. 휴대폰은 없는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필수품(?)이지만 체감하지 못할 뿐 상당한 고가품이다. 그럼에도 스마트폰 가격은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하고 어느 대리점에서 언제 사느냐에 따라 그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같은 휴대폰도 누구는 70만원에, 누구는 얼마 지나지 않아 30만원에 산다. 휴대폰 판매자조차 헷갈리는 ‘널뛰는 보조금’ 때문. 지난달에는 갤럭시 신형 스마트폰이 ‘마이너스폰’(가격보다 더 많은 보조금을 받는 것)으로 등장했다. 사상 최대 120만원 보조금이 지급돼 신규 가입자가 되레 24만원을 지급받았다. 보조금 경쟁이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사상 최대 영업정지와 단말기 유통법안 시행으로 휴대폰 시장 규제에 나섰다.

하루에도 열두 번 널뛰기

휴대폰 보조금은 하루에도 기기당 보조금을 10여차례 변경할 정도다. 어느 한 곳의 판매점이 보조금을 늘리면 한 시간도 안돼 다른 곳이 바로 따라 올리고, 일부 인기 기종은 하루 변동폭이 최대 29만원이었다.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은 통신시장을 신뢰할 수 없고 휴대폰 보조금이 결정되는 구조도 복잡해 시장에 혼란이 컸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이동통신 3사에 사상 최대 규모인 106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한 통신 3사 모두 최소 45일 영업정지를 받았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안(단통법)’ 시행을 앞두고 있다.

단통법은 휴대폰 보조금을 규제하고 고가 요금제와 연계한 휴대폰 보조금 차등 지급을 금지하는 법안이다. 통신사뿐만 아니라 제조사의 장려금(보조금에서 제조사가 부담하는 부분)도 규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는 합리적인 단말기 유통구조를 만들어 이용자의 편익을 높이자는 것이다. 이동통신 이용자 간의 차별적 지원금 금지, 특정 요금제나 부가서비스 등의 사용 의무 제한 및 효력 무효 등이 내용이다. 소비자별 보조금액 차별을 금지시켜 시장의 혼란을 막고 각종 부가서비스 가입 유도로 소비자가 겪는 피해를 줄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서비스 추가비용 ‘사실상 제로’

갤럭시 S4 LTE-A 신형 스마트 폰의 출고가는 96만4000원. 보조금이 120만원 지급돼 이 스마트폰 신규 가입자는 도리어 24만6000원을 받았다. 이는 휴대폰 제조사와 통신사가 단말기 재고 소진과 가입자 확보를 위한 과열 경쟁으로 ‘보조금 전쟁’에 나섰기 때문이다.

휴대폰 보조금은 이제 가입자당 27만원이 법적 상한선(출시 20개월 이내 휴대폰)이다. 27만원 이내 휴대폰 보조금은 합법이지만 이 금액을 넘으면 불법 보조금에 해당한다.

70만~90만원대의 신형 스마트폰에 50만~60만원 이상의 보조금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이동통신 산업은 통신사가 기지국 등의 시설을 갖추고 나면 통신 혼잡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 한 새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추가적인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휴대폰 보조금은 통신산업의 이런 특성에서 발생한 것이다. 예를 들어 일정 기간 최소 50만원의 통신요금을 지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고객이 있다. 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통신업자는 휴대전화 지원금을 50만원까지 제공할 ‘경제적 유인’을 갖는다. 50만원을 초과해 통신료를 지출하면 초과액만큼 순수입을 얻을 수 있어서다. 따라서 통신업자는 휴대전화 구입 시 50만원을 깎아주고 그 이상을 통신료로 지급하는 요금제 선택을 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보조금이 널뛰기처럼 하루에도 여러 번 바뀌는 탓에 시장 혼란이 일고 있다. 단말기 제조사가 지급하는 보조금, 통신사·대리점마다 실적을 위한 지원금 등이 다르다. 여기에 판매점주가 얼마만큼 이익을 남기느냐에 따라 보조금 가격이 또 달라졌던 것이다.

소비자 부담 늘어날 수도


방통위는 단통법안 시행으로 건전한 휴대폰 시장 환경이 조성돼 통신요금이 낮아지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동안 과열 경쟁으로 인한 보조금 전쟁에 제조업체들의 장려금도 큰 영향을 미쳤고 규제는 통신사만 받아 상대적으로 통신사들의 불만도 컸다. 단통법은 통신사뿐만 아니라 제조사에도 보조금 과열 경쟁에 대한 제재를 가했다. 방통위는 통신 3사에 역대 최장기간 영업정지, 사상 최대 과징금 부과 등 통신시장에 강력한 규제로 보조금 지급 체계가 단순해지고 시장이 투명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 법안이 오히려 통신산업을 위축시키고, 소비자 차별을 줄이기보다는 되레 소비자 부담을 늘린다는 지적이 있다. 지원금 제한이 통신시장 경쟁을 약화시키고 단말기 시장도 위축시켜 소비자 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단통법이 시행되면 제조사와 통신사가 소비자에게 지원하는 보조금이 평균 8만2000원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현재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평균 보조금이 35만2000원인데 법시행으로 보조금 상한선이 27만원으로 고정되면 소비자는 8만원가량 손해”라고 지적했다.

이동통신 3사 최소 45일 영업정지 시작…대리점들 “우린 어쩌라고”

미래창조과학부가 방송통신위원회의 ‘이용자 차별 시정명령’을 불이행했다며 이동통신 3사에 각각 45일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들 3사는 2개 회사씩 돌아가며 영업정지에 들어간다. 지난 13일 KT와 LG유플러스가 영업정지에 들어갔고 순환 원칙에 따라 SK텔레콤은 4월 5일부터 5월 18일까지 45일간 영업이 정지된다. 더욱이 영업정지 첫날에 방통위는 LG텔레콤에 14일, SK텔레콤에 7일 추가제재를 가해 두 통신사는 두 달 가까운 기간 영업을 할 수 없게 됐다.

전국 30만명의 휴대폰 관련 중소상인들과 대리점주들은 “정부의 방침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 45일 동안 영업을 못하면 무엇을 먹고 살라는 말이냐”며 불만을 드러낸다.

KT와 LG유플러스 대리점은 24개월 이상 사용된 휴대폰, 분실·파손된 휴대폰 등의 기기 변경만 할 수 있다.

이번 조치로 휴대폰 제조회사들도 속을 끓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우 전략 프리미엄 스마트폰 출시 시기가 이동통신사 영업정지 기간과 겹쳐 있어 초기 붐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사 업계는 앞으로 두 달여간 전년 대비 200만대 이상 판매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국내 판매 비중이 90% 이상인 팬택이다. 최근 실적 악화로 워크아웃을 신청한 바 있는데 이번 조치로 직격탄을 맞게 됐다. 팬택은 스마트폰을 적어도 월 20만대 이상 팔아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한 휴대폰 제조사 관계자는 “휴대폰 과다 보조금 문제의 주범이 이동통신사인데 정부 제재로 인한 피해를 왜 우리가 봐야 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손정희 한국경제신문 연구원 jhs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