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이룬 대한민국

반세기 만에 일군 기록적 민족중흥
일각의 국가정통성 부정 안타까워
비판·저항만으론 富國 못 만들어

[오피니언]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이룬 대한민국
1960~70년대엔 행사 때마다 애국가 제창과 함께 국민교육헌장이라는 것을 외워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중년 이상의 많은 국민들이 국민교육헌장을 잘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특히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로 시작되는 첫 문장은 하도 많이 외워서 평생 잊을 수 없다.

당시 학생이던 필자는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도 잘 모르면서 외워야 한다니까 외우고 써 있는 대로 읽었지만, 40여년이 지난 지금 그 첫 문장의 의미를 새삼 느끼게 된다. 내가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동안 대한민국이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이뤘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1948년 대한민국 건국 당시 한국인의 생활은 일제 치하였던 1941년 수준에 불과했다. 1950년대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00달러 미만으로 정부 재정의 절반 이상을 선진국 원조에 의존해야 했다. 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고 경제적으로 자립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그랬던 대한민국이 지금은 2만달러 국민소득을 달성하고 세계 10대 무역 규모를 가진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100여개 나라 중 사실상 선진국 문턱에 다가선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다. 전 세계에 일류상품을 수출하고, 개도국에 원조를 주며, 올림픽과 월드컵을 개최했고,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하고, 한류 문화를 전 세계에 퍼뜨리고 있다.

물론 아직도 갈 길이 멀고, 비록 남쪽 절반만의 성공이지만 5000년 민족사에서 한민족이 지금과 같은 번영과 국력을 누린 적이 있었나 싶다. 단군 이래 절대빈곤을 탈출하고 자유와 번영을 누리면서 국제질서의 주류에 합류한 첫 세대가 지금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나. 의외로 그 해답은 간단하다. 똑같은 유전자를 물려받았고, 5000년간 같은 전통문화와 언어를 가졌던 하나의 민족이 1948년부터 완전히 다른 두 체제 속에 60여년을 살았다. 그 어떤 사회과학적 실험도 이렇게 완벽한 시뮬레이션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지금 우리가 보는 대로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경제적 성공 비결이 시장경제체제라는 점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 똑같은 문화와 역사, 유전자를 물려받은 남북한 사이에 존재하는 지금의 모든 격차는 오로지 후천적으로 부과된 체제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헌법상 채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혼란과 빈곤을 면치 못하는 나라가 다수임을 감안할 때, 대한민국의 성공은 건국 당시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국가의 기본 체제로 선택한 건국의 아버지들의 비전과 리더십, 이후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이 제도의 장점을 살려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룬 우리 부모세대와 선배들의 노력과 희생 때문이다. 이런 위업을 이룬 우리 부모세대와 그 끝자락의 지금 우리는 한민족사에 위대한 세대로 기록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위대한 민족중흥 시기를 정의가 실패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시대로 폄하하면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우리 사회 일각에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정의가 실패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했다면 그런 나라는 진작 망했어야 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그들의 평가와는 달리 계속 발전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실패한 나라라면 수많은 개도국들이 한국의 발전 경험을 배우려고 할 리가 없다.

비판과 저항만으로 국민을 먹여 살리고 나라를 부강하게 할 수는 없다.욕을 먹더라도 해야 할 일은 해내는 리더십과 거기에 호응한 국민과 기업인들의 참여와 긍정의 정신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이뤄낸 시대정신이다. 이런 시대정신이 사라지고 자학적인 역사관과 저항과 비판정신만이 한국 사회를 지배하게 된다면 대한민국 중흥의 역사는 역사의 짧은 한 페이지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김종석 < 홍익대 경영대학장·경제학 >

한국경제신문 11월 4일자 A3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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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가부채 인질이 돼버린 Fed의 양적완화

미국 중앙은행(Fed)이 양적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제로 수준(0~0.25%)인 기준금리도 동결했다. Fed는 미국 경제가 완만한 속도로 확장하고 있지만, 실업률이 여전히 높아 경제가 회복된다는 증거를 더 기다리기로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의 불확실한 재정 정책이 경제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평가도 내놓았다. 지난 9월 회의 때와 달라진 게 없는 진단이다. 예상됐던 결과다.

재닛 옐런 부의장이 차기 의장 후보자로 지명됐던 당시부터 연내 양적완화 종료는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게다가 실업률 6.5% 이하, 장기 물가상승률 2.5% 이상이라는 두 가지 전제조건은 여전히 충족되지 않고 있다. Fed는 이번에도 출구전략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국채와 모기지 채권을 매달 850억달러까지 매입하던 것을 줄이는 이른바 테이퍼링은 당분간은 없다는 메시지로도 읽힌다.

과연 양적완화를 거둬들일 수 있을지부터가 의문이다. 미국은 만성적인 재정적자로 국채를 계속 발행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국가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미 국가부채는 지난해 GDP의 100%를 넘었고 올 5월엔 16조7000억달러였던 부채한도를 모두 소진했다. 급기야 지난달 셧다운(정부 일부폐쇄)까지 겪은 끝에 간신히 민주당과 공화당의 협상으로 부채한도를 늘리고 잠정예산안을 처리하면서 국가부도를 모면했던 터다. 물론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미국은 이미 국채가 만기되면 새로운 국채를 찍어 원리금을 지급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여기에 연 7000억달러의 예산이 들어가는 오바마케어까지 추가됐다. Fed가 매입해주지 않으면 국채를 소화할 수 없다. 테이퍼링을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중앙은행은 이렇게 재정적자의 시녀가 되고 말았다. 국가는 부채를 쌓고 중앙은행은 타락하고 있다. 내년 2월이면 또 셧다운 협상을 해야 한다. 이것이 미국 경제의 진정한 문제다.

한국경제신문 11월 1일자 A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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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지구수비대

“하늘에서 떨어지는 불덩이가 태양보다 밝았어요.” 지난 2월 러시아 상공에서 지름 17m 크기의 유성체가 엄청난 빛을 내뿜으며 떨어졌다. 초속 15km 이상으로 대기와 충돌할 때 압축된 공기가 5000~1만도로 가열되면서 낸 빛이었다. 15~25km 상공에서 폭발할 땐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33배나 되는 에너지를 방출했다. 고도가 높았기에 1500여명의 부상에 그쳤지만, 자칫 대재앙이 될 뻔했다.

그로부터 16시간 뒤에는 농구장 크기의 두 배인 45m짜리 소행성이 지구에서 2만7700km 거리를 초속 7.8km로 스쳐 지나갔다. 방송통신용 위성 궤도 3만6000km보다 훨씬 가까웠다. 과학자들은 지구 주변에 있는 50m급 소행성만 50만개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확인된 것은 이 중 1%도 안 된다. 100m보다 큰 ‘지구위협천체’는 5000여개이지만, 정체를 알 수 있는 건 1400개에 불과하다.

400m급 소행성의 폭발력은 핵탄두 2500개와 맞먹는다고 한다. 이런 천체의 위력에 비하면 우리 인간의 힘이 얼마나 미약한지 모른다. 러시아 사고 당시에도 이를 미리 안 사람은 없었다. 영화 ‘딥 임팩트’에서 과학자들이 혜성을 막으려고 대비하는 데 10개월이나 걸린 걸 떠올리면 끔찍하다.

지난주 유엔이 ‘국제 소행성 경고 그룹(IAWG)’ 설립을 승인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우주탐험가들이 몇년 동안이나 요구한 결과라는데, 소행성 정보를 공유하면서 충돌에도 직접 대비할 모양이다. 2017년까지 4억5000만달러(약 4800억원)를 들여 우주감시망원경도 제작하고 이를 조기경보에 활용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급박한 상황에서는 우주선을 발사해 소행성의 궤도를 바꾸거나 파괴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SF영화에서나 보던 우주 재난 문제를 유엔이 다루게 된 것은 흥미롭다. 하지만 예산 확보 등 넘어야 할 산은 첩첩이다. 당장 6~9m 소행성을 달 궤도로 이동시키려던 미국의 ‘소행성 진로 바꾸기’ 계획이 무산 위기에 처했다. 미국이 셧다운 여파로 꼬리를 내리는 마당에 거액을 선뜻 낼 나라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차라리 운석 파편을 팔아서 돈을 마련하는 게 낫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러시아 ‘운석 사냥꾼’들이 벌써 g당 240만원에 운석 조각들을 팔고 있다. 2000년 고비사막에서 발견된 1t짜리 운석의 가치는 57억원이나 된다고 한다. 금값의 40배라니 그만하면 우주 프로젝트도 겁낼 게 없지 싶다. 만화영화 속의 지구수비대까지 한몫 거든다면 더욱 그렇고.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11월 1일자 A3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