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 혁명
사물인터넷(IoT)은 모바일 혁명에 이어 지구촌의 모습을 크게 바꿔 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기끼리 정보를 주고받음으로써 생산·유통은 물론 사회 전반의 소통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이미 기술표준 선점을 위한 경쟁에 들어갔다. 표준화 선점 경쟁은 물론 기술 동맹, 인수합병(M&A)을 통해 세를 불리는 음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성큼성큼 다가오는 사물인터넷 시대는 그림자도 있다. 무엇보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모든 사물이 쉽게 해킹에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 병원 의료장비가 해킹당하면 컴퓨터 바이러스가 환자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상품 옆 지나가면 광고화면이…
사물인터넷이 사회를 어떻게 바꾸는지를 마트의 상황으로 가정해보자. 매주 대형마트에 들러 장을 보는 김다영 씨(가명). 이 대형마트에는 수십 개의 비디오 카메라와 센서, 라우터 등이 달려 있다. 그가 대형마트 주차장 입구로 들어서자 카메라는 그의 외모와 옷차림을 분석한다. 40대 여자. 중산층이다.
그가 판매대를 지나가며 물건을 골라 담을 때마다 카트에 달린 센서는 매대 위치와 제품의 무게로 어떤 물건을 샀는지 알아챈다. 김씨가 마트 쿠폰을 확인하기 위해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켰다. 마트는 앱에 기록된 정보를 기반으로 그가 지난주 화요일과 지지난주 월요일에도 마트에 와서 스마트폰 코너에 30분이나 서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가 스마트폰 코너를 지나는 순간, 마트는 코너 옆에 세워져 있는 디지털 사이니지에 ‘삼성 스마트폰 20% 전격 할인 판매’라는 문구를 띄운다. 결국 그는 할인받은 가격으로 스마트폰을 사서 집으로 돌아온다. 이는 미래의 일이 아니다. 미국 시스코의 사물인터넷 기술인 ‘포그 컴퓨팅’을 도입하면 언제든 가능한 실제 상황이다.
서비스혁명의 도화선
존 체임버스 시스코 회장은 지난 1월 열린 가전전시회 ‘CES 2014’에서 “모든 사물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사회에선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기업과 국가의 성패가 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장은 먼 일처럼 들리지만 IoT 시대는 생각보다 우리 곁으로 다가올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1984년 고작 1000여개의 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돼 쓰였지만 내년엔 그 수가 약 100억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최근 “사물인터넷은 가능성이 무궁무진해 연결이 안 되는 분야가 없다”며 “세계적인 단위가 몇 조원 단위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준비를 잘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IoT가 산업 전반에 도입되면 생산·판매 비용이 절감되고 새로운 고객도 많이 끌어들일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 기업 KT 금호렌터카의 무인 렌터카 프로그램인 ‘카셰어링’ 서비스를 예로 들면, 이용자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가까운 거리에 있는 차량을 검색해 이용시간을 입력하고 대여 예약을 하면 된다. 스마트폰 앱과 연동된 인증시스템으로 차량의 문을 열 수 있다. IoT 기술 덕에 매장 관리자가 필요없어져 인건비가 크게 줄었다. 미국의 물류기업 페덱스는 회사가 개발한 ‘센스어웨어’라는 센서를 배송물에 부착하면 서비스 이용자는 배송 환경의 온도, 습도, 내용물의 일광 노출 여부는 물론 소포가 땅에 떨어진 적이 있는지까지 확인할 수 있다.
해킹 땐 사생활 그대로 노출
사물인터넷은 말 그대로 ‘전방위’로 생산·유통·소비의 형태를 바꿔 놓을 것으로 보인다. 원격의료 시대의 본격 개막도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원격의료는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먼 거리에 의료정보와 서비스를 전달하는 것을 일컫는다. 멀리 떨어져 있는 의사 간 원격자문, 원격검진에 의한 진료 및 처방 등이 포함된다. 냉장고, TV, 에어컨 등 가전제품 간 정보 소통도 크게 늘어나 소소한 생활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제 막 시작단계인 IoT 보안 위협은 해가 다르게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넷이 사물을 넘어 생체와 긴밀하게 연결되면 악성코드 증가가 더 큰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컴퓨터 바이러스가 곧 생체 바이러스가 되는 시대가 올 수 있다는 얘기다. 보안 위협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손을 놓고 있으면 인터넷에 연결된 모든 사물이 쉽게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 보안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심성미 기자 shins@hankyung.com
사물인터넷 바꾸는 학교의 미래
방학 숙제로 미술관에 온 학생이 인상적인 작품을 보고 착용한 웨어러블 기기를 작품 근처에 갖다 댄다. 기기는 자동으로 작품 코드를 읽어 학습 시스템으로 정보를 전송한다. 학생은 방학이 끝나면 교사와 반 친구들 앞에서 이를 바탕으로 발표를 한다. 번거롭게 미술관 입장권을 학교에 제출할 필요도 없다. 물인터넷(IoT)이 활성화된 미래 학교의 모습이다. 모든 물건에 인터넷을 연결하는 IoT는 교육 환경도 혁신적으로 바꿔놓을 전망이다.
예컨대 연구대상에 인터넷과 연결되는 센서를 부착해 24시간 동안 자료를 자동으로 수집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인터넷으로 기록해 각 단계가 완성작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토론하는 게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단어 카드에 RFID 태그를 부착한 뒤 리더기로 읽으면 외국어로 들려주는 방식의 어학 학습도 할 수 있다. 새로운 교육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기존 교육방식도 더 효율적으로 바꿀 수 있다.
시스코는 교실에서 교사를 통해 일회적으로 받을 수 있는 수업이 IoT 기술을 통해 시간과 장소, 기기에 상관없이 원하는 만큼 반복해서 받을 수 있는 길도 열린다고 설명했다.
교육 현장에 IoT를 접목하려는 시도는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영국의 기술전략위원회(TSB)는 지난해 800만파운드(약 142억5000만원)를 투자해 IoT를 활성화하는 ‘디스턴스(DISTANCE)’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인텔, 자이블리, 사이언스 스코프, 익스플로러 HQ 등이 참여하는 이 프로젝트는 자이블리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IoT에 쓰이는 정보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IoT를 다루기 위한 교육 과정도 속속 신설되는 추세다.
김보영 한국경제신문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