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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 이코노미

    디지털 시대에 가속화되는 '현금 없는 사회'

    ‘현금 없는 사회’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신용카드에서 시작돼 ‘도토리’로 대표되던 전자화폐, 그리고 오늘날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다양한 ‘모바일 페이’까지 현금 없이 얼마든지 원하는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시대다. 이미 시작된 음성 결제, IoT(사물인터넷) 결제, 얼굴 인식 결제까지 보편화되면 이런 현상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캐시리스화의 의미결제에 현금이 필요하지 않게 되는 현상, 즉 ‘캐시리스(cashless)화’의 의미는 단지 편리함에만 있지 않다. 캐시리스화를 통해 무인화와 자동화가 촉진되고, 공유화와 서비스화가 가속화된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저출산 고령화는 많은 선진국이 피할 수 없는 큰 현상이다. 인력 부족이라는 구조적인 문제 앞에서 결제의 무인화·자동화 서비스는 자연스러운 기술이라 할 수 있다. 한편 공유화는 오늘날 지속가능성의 가치와 맞닿아 있다. 오늘날 미래 가치를 논할 때 지속가능성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키워드다. 경영전략 수립을 위한 PEST(거시환경) 분석 결과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지속가능성은 모든 사람이 피부로 느끼는 가치다. 그리고 많은 부분 지속가능성은 무한정의 소유가 아니라 공유의 가치와 연결돼 있다. 많은 투자자가 휘발유와 디젤을 사용하는 자동차 회사에 관심을 두기보다 테슬라와 GM으로 대표되는 친환경 자동차에 주목하는 이유다. 물리적인 자동차를 공유하고, 서비스로서의 승차를 공유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공유를 통해 합리적인 소유를 추구하는 것이 개인과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이라는 생각은 사회 전반에 확대되고 있다. 이런 공유와 지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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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전환시대 새로운 사업모델 '플랫폼'

    자본주의는 위기가 발생하면 재편되는 경향이 있다. 1970년대 과잉생산으로 위기가 발생하자 제조업에서는 임금을 줄이고, 많은 업무를 외주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노동은 유연해졌고, 임금은 낮아졌으며 경쟁은 심화되었다. 1990년대 발생한 불황은 인터넷 기반 회사들이 자본을 끌어들이는 모델이 되었다. 닷컴열풍이 지나간 뒤에도 인터넷 회사는 여전히 엄청난 권력과 자본을 손에 쥘 수 있었다.디지털 자본주의의 등장가장 최근의 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다. 자본주의는 이번에도 반응했다. 반응의 결과는 제각각 달랐지만, 모두가 공유하는 한 가지 변화가 발생했다. 바로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정보와 비물질, 지식 중심의 세상이다. 긱경제, 공유경제, 앱경제 등 모두 2008년 위기 이후의 변화된 자본주의의 모습을 지칭하는 용어들이다.변화된 자본주의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원료는 ‘데이터’다. 데이터는 ‘어떤 것이 일어났다는 정보’를 의미한다. 데이터는 어딘가에 기록되어야 하기 때문에 물리적인 매체가 필요하고, 이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센서가 필요하다. 게다가 데이터가 사용되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형태로 정리되어야 한다. 데이터 수집과 정리, 분석에는 엄청난 인프라 구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데이터는 과거에도 이용 가능했고, 기존 사업모델에서도 부분적으로 사용되었다. 다만, 데이터를 추출하고 기록해 분석하는 일련의 과정에 너무 많은 비용이 발생한 탓에 혁신의 재료가 될지 확신할 수 없었을 뿐이다. 전통적인 사업모델은 데이터 추출과 사용에 뛰어나지 않았고, 그저 생산된 상품을 시장에 판매해 수익을 얻었다.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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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 두뇌를 닮을 필요가 없어진 인공지능의 진화

    오늘날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인간의 뇌 구조를 모방하려 하지 않는다. 9세기 수학자 무함마드 이븐 무사 알콰리즈미의 이름을 딴 ‘알고리즘’은 여러 단계에 걸친 명령어 집합을 의미한다. 하드웨어의 처리 능력과 데이터가 부족하던 시절의 알고리즘은 인간을 그대로 본뜨려 했지만 오늘날 인공지능은 알고리즘이 인간의 뇌 구조에 얼마만큼 가까워야 한다는 목적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그저 해결해야 할 과제를 잘 수행할 수 있는지만을 고민한다.인공지능 발전의 역사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은 아주 먼 옛날부터 시작됐다. 3000년 전 호메로스는 신이 만든 세 발 달린 의자가 신이 부를 때마다 저절로 굴러왔다는 이야기를 전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세상 모든 도구가 스스로 상황을 인지해서 알아서 움직인다면 일의 세계가 어떻게 바뀔지를 고민했다. 본격적인 연구는 1947년 앨런 튜링에 의해 시작됐다. 이후 인공지능 연구는 록펠러 재단의 지원으로 불이 붙는 듯했지만, 1980년대까지 진전이 없어 연구는 활기를 잃었고, ‘인공지능의 겨울’이라 불리는 침체기를 맞이한다.당시의 인공지능 연구가 진전이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인간의 두뇌를 모방하려 했기 때문이다. 두뇌의 실제 구조를 복제해 인공신경망을 만들려 했고, 인간의 추론 과정을 모방하고자 했다. 이들에게는 인간 자체가 복잡한 계산기라는 믿음이 깔려 있었다. 인공지능 개발을 위한 노력은 1997년 IBM이 개발한 인공지능 시스템 ‘딥블루’가 당시 세계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를 이기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딥블루는 엄청난 연산력을 바탕으로 챔피언을 물리쳤다. 흥미로운 점은 딥블루가 가리 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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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터를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

    장난감을 소개하는 채널 ‘라이언스 월드’의 라이언은 2년 연속 가장 큰 수입을 올린 유튜버다. 올해 아홉 살이 되는 라이언은 작년 한 해 2600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303억원을 벌었다. 일반인의 기준으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엄청난 돈을 광고 수익만으로 벌어들이는 것이다. 아마도 디지털 경제를 살아가는 사람 가운데 자신이 생산하는 데이터로 가장 큰돈을 창출하는 사람일 것이다.데이터 축적을 위한 노력오늘날 데이터가 디지털 경제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없다. 데이터 없는 인공지능 로봇이나 개인맞춤형 서비스는 기대할 수 없다. 과거 산업혁명을 이끈 주요 자원이 석유와 석탄, 전기라면 오늘날에는 데이터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지식정보산업과 정보기술(IT)의 발달로 데이터가 정보로 전환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면서 기존의 생산 요소인 토지, 자본, 노동이 데이터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토지는 도메인으로, 자본은 오픈소스나 무료 플랫폼 등으로 대체되고, 정보의 생산과 복제에 노동은 거의 필요하지 않게 됐다. 게다가 데이터 활용에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하지만 이는 원론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토지인 플랫폼을 가진 기업은 많지 않으며,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기업들은 천문학적인 자본금을 투자한다. 페이스북이 2014년에 와츠앱을 100억달러에 인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구글은 이미 2006년 유튜브를 16억5000달러에 인수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2016년에 링크트인을 262억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모두 데이터 축적을 위한 투자라고 할 수 있다.노동으로서의 데이터, 자본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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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CT가 선도하는 세계화로 산업 경쟁의 개념도 달라져요

    ‘경쟁’이라는 단어는 때로 경주와 동의어로 사용된다. 경쟁은 반드시 상대방을 이겨야 하는 과정처럼 느낀다. 경쟁에는 반드시 승자와 패자가 있게 마련이고, 나에게 유리해졌다면 너에게는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행위라고 여긴다. 즉, 경쟁의 결과가 상대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달리기의 목적이 누군가보다 빨리 달리기 위함이 아니라 살을 빼기 위해서라면 함께 달리는 사람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결과는 상대적이기보다 본인의 절대적인 노력에 달려 있다.세계화의 변화로 달라지는 경쟁의 개념정보통신기술(ICT) 혁명이 발생하기 이전의 세상에서 생산의 전 단계는 한 국가 내에 위치했다. 생산이 국가적 차원의 과제였기 때문에 생산의 증가, 즉 성장은 국가 경쟁력 강화의 필수조건이었다. 따라서 생산에 투입되는 자본에 대한 투자가 중요했다. 투자가 이뤄지기만 한다면 그 대상이 사회기반시설이든, 사람이든 혹은 지식이든 상관없었다. 충분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점을 문제 삼았을 뿐 투자의 대상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정책 역시 파급효과가 높은 분야에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설계됐다.하지만 ICT 혁명으로 인해 지식의 이동비용이 낮아지면서 경쟁력의 개념이 바뀌기 시작했다. 선진국들의 생산시설이 전문지식과 함께 저임금 국가로 이전됐다. 개발도상국에서의 생산품일지라도 선진국에서 생산할 때와 동일한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문지식이 함께 이전해야만 했다. 생산 형태가 변하다 보니 정부 입장에서는 국제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생산요소와 그렇지 못한 생산요소를 구분해 관리할 필요가 생겨났다. 경제학자 엔리코 모레티는 그의 책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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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생활 속으로 들어온 4차산업 기술혁명

    4차 산업 기술이 일상생활로 들어오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음성 인식 기술이 대표적이다. AI 스피커를 통해 명령어만 주면 음악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자동차 안에선 음성으로 길을 찾을 수 있게 됐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으로 주최한 ‘스트롱코리아 포럼 2019’의 기조연설에 나선 버너 보겔스 아마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정보기술(IT) 발달로 서로 대화하듯 기계를 다루는 방식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로봇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스트롱코리아 포럼에서 나군호 연세대 의대 비뇨기의학과 교수는 “앞으로 모든 병원의 진료실과 수술실, 병실에 로봇이 들어찰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2005년 국내 최초로 미국 인튜이티브서지컬(IS)의 복강경 로봇 ‘다빈치’를 이용해 수술을 했다. 클라우드(가상 저장 공간), 사물인터넷(IoT) 등 다른 4차 산업 기술도 일상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급변하는 IT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학창 시절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이제 문과생도 AI와 빅데이터를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은 은행도 핀테크(금융기술) 기업으로 불리는 시대”라며 “미래 기술은 모든 대학생의 필수 학문”이라고 했다. 정진택 고려대 총장도 “4차 산업 시대에는 공학과 인문학, 사회학이 경계 없이 어우러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변화상과 기업의 혁신 유지 방법 등을 4, 5면에서 자세히 알아보자.김주완 한국경제신문 IT과학부 기자 kjwan@hankyung.com

  • 디지털 이코노미

    디지털 기술 발달하면 현금의 필요성은 그만큼 줄어들죠

    ‘카드만 받습니다. 죄송하지만 디지털 시대입니다.’ 영국의 펍(pub)인 ‘크라운앤드앵커’ 매장에 적힌 안내문이다. 한국에도 현금 결제 불가를 외치는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전국 매장의 60%가 신용카드를 비롯한 전자결제수단으로만 결제할 수 있는 ‘현금 없는 매장’으로 운영된다. 2018년 10월 서비스를 시작한 ‘타다’ 역시 현금 결제가 불가능하다. 사전에 등록된 신용카드로만 결제할 수 있다. ‘카드 결제 불가’가 문제 된 불과 몇 해 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현금 없는 사회’의 등장‘현금 없는 사회’는 세계적인 추세다. 2017년 기준 유럽연합 국가의 ‘캐시리스(cashless)’ 거래(카드, 간편결제 등 현금 외 수단으로 결제) 건수를 살펴보면 영국과 프랑스, 독일이 모두 200억 건을 훌쩍 넘었다. 특히 영국에서는 매달 300여 개의 현금인출기가 사라질 정도로 현금 사용이 현저하게 감소하고 있다. 360년 전 유럽 최초로 지폐를 도입한 스웨덴에서는 5년 내 현금 사용률이 0%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흥국 중에서 중국이 캐시리스 거래에 가장 앞서 있다. 2017년 모바일 결제 총액은 1경6500조원으로 5년 새 244배나 폭증했다. 중국에서는 1위안(약 170원)짜리 거래도 현금 대신 모바일 간편결제를 선호할 정도이다. 한국 역시 현금 없는 사회에 한층 더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 16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한국인이 지갑 속에 넣고 다니는 현금은 7만8000원으로 3년 전에 비해 3분의 1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 가구의 지출액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32.1%로 신용·체크카드(52.0%)에 비해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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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상현실은 무궁한 '체험 영역'으로 변신 중이죠

    꼬마는 게임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고가의 게임 전용 마우스나 패드와 같은 고급 하드웨어를 활용해 PC게임을 즐기고, 각자의 PC로 네트워크에 접속해 게임을 즐기는 ‘랜파티’에도 활발히 참여하지만,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 게임 밖의 조종자가 아니라 게임 속의 일부가 되고 싶었다. 당시의 기술 수준으로는 이러한 욕망을 구현하기 어려웠다. 기계광이었던 꼬마는 2009년 3D 입체 게임의 온라인 커뮤니티 MTBS(Meant To Be Seen)에 VR 헬멧을 스스로 만들어 보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가상현실 플랫폼의 선두주자인 오큘러스 VR(Virtual Reality·가상현실)의 창업자 파머 러키의 이야기다.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당시에도 VR 기기가 존재했다. 헬멧 형태의 VR 기기(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 HMD)는 무겁고 보이는 화면은 작았으며, 무엇보다 영상이 보이는 범위(시야각)가 40도에 불과했다. 2007년에 게임용으로 나온 HMD는 헤드 트래킹 시스템이 탑재돼 있어 머리를 움직이면 눈앞에 영상이 그에 맞춰 변화했다. 파머는 몇 번의 시도 끝에 90도 시야각을 구현하는 HMD를 제작했지만, 120도 시야각을 갖는 인간의 눈에 사용하기에는 아직 부족했다. 하드웨어 측면의 한계는 소프트웨어로 극복했다. 오늘날 ‘FPSFirst-person shooter’라고 불리는 영역을 개척한 전설의 천재 프로그래머 존 카맥이 파머의 시도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소프트웨어로 시야각 문제를 해결했고, 2013년에는 자신의 창업한 이든소프트웨어를 떠나 오큘러스 VR에 최고기술책임자로 취임했다.‘하는 영역’에서 ‘체험하는 영역’으로게임 분야에서 시작된 VR 기술은 게임을 ‘하는 영역’에서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