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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양 기타

    하루에 한 발씩 최고점을 넘는 비결

    홀로헤르만 헤세세상에는크고 작은 길들이 너무나 많다.그러나도착지는 모두 다 같다.말을 타고 갈 수도 있고, 차로 갈 수도 있고둘이서, 아니면 셋이 갈 수도 있다.그러나 마지막 한 걸음은혼자서 가야 한다.그러므로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혼자서 하는 것보다더 나은 지혜나능력은 없다.* 헤르만 헤세 : 독일계 스위스 시인·소설가(1877~1962). 1946년 노벨문학상 수상.세계를 놀라게 한 미국의 ‘스파이더맨’ 버슨 햄. 그는 1983년 맨손으로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외벽을 오르는 데 성공했습니다. 신기록을 경신하며 기네스북에도 올랐죠.고소공포증치료연합회장이 그에게 “우리 협회 심리고문으로 초청하고 싶다”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편지를 본 그는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협회 회원 중 1042번의 정보를 한번 찾아보라”고 말했어요. 회원 정보를 확인한 회장은 깜짝 놀랐습니다. 102층짜리 빌딩을 맨손으로 오른 그가 한때 심각한 고소공포증 환자였다니!그가 고소공포증을 이기고 스파이더맨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요?“처음부터 저 높은 빌딩을 오르겠다고 결심하려면 엄청난 용기가 있어야겠지요. 그러나 한 걸음씩만 올라가자고 생각하는 데는 그리 큰 용기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저 한 걸음 한 걸음 오르는 것에만 집중했죠.”이에 감동한 회장이 그의 집을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기자들이 버슨 햄의 증조모를 둘러싸고 있었어요. 94세인 할머니는 증손자를 축하하기 위해 100㎞나 떨어진 곳에서 걸어왔다고 했습니다. 그 먼 길을 걸어오느라 힘들지 않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할머니는 이렇게 대답했죠.“단숨에 100㎞를 걷으려면 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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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곱 걸음 만에…목숨을 구한 시

    칠보시조식콩깍지를 태워 콩을 삶네,콩을 걸러 즙을 만드네.콩깍지는 가마 밑에서 타는데콩은 가마 안에서 우네.본래 한 뿌리에서 나왔거늘서로 볶기를 어찌 그리 급한가.* 조식(曹植): 중국 위(魏)나라 조조(曹操)의 아들. 재주가 뛰어났지만 형의 위세에 눌려 오랫동안 변방을 떠돌았다.조조의 아들 중에서 가장 재주가 뛰어난 인물은 셋째 조식이었습니다. 조식의 문재(文才)는 출중했죠. 어릴 때부터 나라 안팎의 칭송이 그치질 않았습니다. 그를 총애한 조조가 맏아들 조비를 제쳐놓고 후사를 이을 생각까지 할 정도였으니까요.맏아들 조비는 그런 동생을 몹시 미워했습니다. 후계 문제에서도 밀릴 뻔하자 증오와 질투는 극에 달했죠. 조조가 세상을 떠난 뒤 제위에 오른 그는 동생을 죽이려고 작정했습니다. 그러나 혈육을 죽였다고 비난받을까 두려워서 조건을 하나 내걸었어요.“네 글재주가 좋다고 하니 일곱 걸음 안에 시를 한 수 지어봐라. 성공하면 살려줄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칙령을 어긴 죄로 처형하겠노라.”이 기막힌 상황에서 나온 것이 ‘칠보시(七步詩)’입니다. 콩과 콩깍지가 모두 같은 뿌리에서 나온 것에 비유하며 형제간 골육상쟁을 풍자한 것이지요.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조식이 격한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대결적 언어’로 맞섰다면 어찌 됐을까요.지금도 형제나 동족 간 싸움에 자주 인용되는 이 시는 즉자적인 ‘날것의 언어’보다 은유와 상징을 녹여낸 ‘숙성의 언어’가 훨씬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나아가 ‘소통의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지요.진정한 소통은 ‘잘 익은 언어&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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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한 하루가 모여 위대한 생이 된다

    매일초호시노 토미히로오늘도 한 가지슬픈 일이 있었다.오늘도 한 가지기쁜 일이 있었다.웃었다가 울었다가희망했다가 포기했다가미워했다가 사랑했다가그리고 이런 하나하나의 일들을부드럽게 감싸주는헤아릴 수 없이 많은평범한 일들이 있었다.* 호시노 토미히로 : 일본 시인·화가. 1946년 출생. 군마대학 교육학부 졸업.저서 <극한의 고통이 피워 낸 생명의 꽃> <한없이 아름다운 꽃들> <방울소리 울리는 길> <당신의 손바닥>, 시화집 <내 꿈은 언젠가 바람이 되어> 등 출간.이 시를 쓴 호시노 토미히로는 입으로 그림을 그리는 구족화가입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중학교 선생님이 된 지 2개월 만에 방과 후 체육 동아리 활동을 지도하다 사고를 당해 경추 손상으로 목 아래 전신이 마비되는 불운을 겪었지요.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목 위쪽뿐이었습니다. 갑작스런 사고에 생의 의욕을 잃고 절망에 빠진 그는 한때 죽음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다시 일어나 새로운 인생의 페이지를 열었습니다. 붓을 입에 물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죠. 그리고 자신의 그림 위에 시를 적었습니다. 그렇게 스스로의 삶을 다시 일으켜 세웠지요.신체장애인센터 소장의 권유로 전시회를 열었고, 그의 사연에 감동한 사람들로부터 뜨거운 격려와 찬사를 받았습니다. ‘꽃의 시화전’이라는 이름으로 200여 차례나 열린 그의 전시회는 매번 성황을 이뤘지요. 그의 고향 집 부근에 건립된 미술관에는 해마다 10만여 명의 관람객이 찾았습니다. 전신마비 딛고 ‘위대한 평범의 순간들’ 깨달아그는 지인들이 가져다준 화분이나 꽃다발, 고향의 뜰에 핀 꽃나무, 휠체어를 타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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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받은 가장 커다란 선물은 오늘

    선물나태주하늘 아래 내가 받은가장 커다란 선물은오늘입니다오늘 받은 선물 가운데서도가장 아름다운 선물은당신입니다당신 나지막한 목소리와웃는 얼굴, 콧노래 한 구절이면한아름 바다를 안은 듯한 기쁨이겠습니다.* 나태주: 1945년 충남 서천 출생.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 <대숲 아래서> <마음이 살짝 기운다> 등 40여 권. 박용래문학상, 시와시학상, 편운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정지용문학상 등 수상.누구를 생각하며 쓴 시일까요. 얼핏 보면 어떤 여성에게 바친 사랑시 같지만, 이 시의 수신인은 남자입니다. 한 출판사 편집장인데, 나태주 시인의 말을 들어보죠.“회갑을 넘기고 62세 교직 정년 나이쯤 해서 시 전집을 내고 싶었는데, 고요아침이란 출판사와 얘기가 되어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교정을 열 차례 이상 보았지만 그래도 오자가 계속 나오는 거예요. 그 출판사의 김창일 편집장이 전집을 편집했지요. 여러 차례 이메일과 전화를 주고받다가 마음으로 가까워졌고 그를 통해 여러 가지 들은 얘기가 있습니다.”무슨 얘기를 들었을까요? 그 편집장은 시를 읽다가 여러 번 컴퓨터 앞에 코를 박고 흐느껴 운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동병상련의 슬픔이었겠지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시인의 가슴속에서 울컥,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곧장 컴퓨터를 열어 그의 이메일 주소 아래 문장을 적어나갔죠. 그 문장이 바로 이 시입니다.시인은 이 시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선물은 공짜로 받는 물건이고 귀한 물건, 소중한 그 무엇입니다. 호되게 병을 앓거나 고난을 겪어본 사람은 압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하루하루 우리가 받는 지상의 날들이 선물입니다. 생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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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그대 앞에 봄이 있다김종해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어디 한두 번이랴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오늘 일을 잠시라도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사랑하는 이여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추운 겨울 다 지내고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김종해 시인 : 1941년 부산 출생. 1963년 <자유문학> 신인상, 1965년 경향신문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 시집 <인간의 악기> <신의 열쇠> <항해일지><바람 부는 날은 지하철을 타고> <풀> <봄꿈을 꾸며> <눈송이는 나의 각을 지운다> <늦저녁의 버스킹> 등 출간. 한국시협상, 공초문학상, PEN문학상 등 수상.한때 메가박스 전국 367개 극장에서 하루평균 2200여 회(한 상영관에 하루 6회) 관객과 만났던 시입니다. 영화 상영 직전에 화면 자막으로 소개되면서 온라인 검색창을 연일 달궜죠. 이 시는 극장에서 활자와 영상의 멋진 하모니를 보여줬습니다. 메가박스가 광고 시간의 일부를 공익용으로 활용하는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캠페인을 펼친 덕분에 주요 관객인 20~30대가 시의 향기에 푹 빠질 수 있었지요. 극장 밖에서는 제주 우도와 전남 완도 타워, 서울 북한산 둘레길, 지하철역 스크린도어 등에서 수많은 독자와 만났습니다. 이안삼 작곡의 성악으로도 큰 인기를 끌었지요.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시의 내용처럼 우리 삶에는 파도치고 바람 부는 날이 많습니다.그럴 때 시인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오늘 일을 잠시라도/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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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 밤바다, 동백 숲에서 생긴 일

    동백열차송찬호지금 여수 오동도는동백이 만발하는 계절동백열차를 타고 꽃구경 가요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거짓말인 삼월의 신부와 함께오동도 그 푸른동백섬을 사람들은여수항의 눈동자라 일컫지요우리 손을 잡고 그 푸른 눈동자 속으로 걸어 들어가요그리고 그 눈부신 꽃그늘 아래서 우리 사랑을 맹세해요만약 그 사랑이 허튼 맹세라면 사자처럼 용맹한동백들이 우리의 달콤한 언약을 모두 잡아먹을 거예요말의 주춧돌을 반듯하게 놓아요 풀무질과 길쌈을 다시 배워요저 길길이 날뛰던 무쇠 덩어리도 오늘만큼은화사하게 동백열차로 새로 단장됐답니다삶이 비록 부스러지기 쉬운 꿈일지라도우리 그 환한 백일몽 너머 달려가 봐요 잠시 눈 붙였다깨어나면 어느덧 먼 남쪽 바다 초승달 항구에 닿을 거예요* 송찬호 : 1959년 충북 보은 출생. 1987년 <우리시대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붉은 눈, 동백>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등 출간. 김수영문학상, 동서문학상, 대산문학상 등 수상.요즘 여수 오동도는 동백꽃 천지입니다. 멀리서 보면 오동잎을 닮았다고 해서 오동도라고 부르지만, 이름과 달리 섬에는 동백나무가 가득하지요. 3000그루가 넘습니다.동백은 아름다운 한려해상국립공원의 기점이자 종점인 이곳을 겨울부터 봄까지 온통 붉게 물들이지요. 오동도 동백꽃은 다른 곳보다 작고 촘촘해서 더욱 정이 간답니다.송찬호 시인은 동백을 유난히 좋아해요. <붉은 눈, 동백>이라는 시집을 비롯해 ‘동백’ ‘동백이 활짝’ ‘동백 등을 타고 오신 그대’ 같은 시를 줄줄이 썼습니다. 동백에 몰입해 몇 해 동안 여수까지 밤차를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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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벽주의자보다 경험주의자가 되라

    초보자에게 주는 조언엘런 코트시작하라. 다시 또다시 시작하라.모든 것을 한 입씩 물어뜯어 보라.또 가끔 도보 여행을 떠나라.자신에게 휘파람 부는 법을 가르쳐라. 거짓말도 배우고.나이를 먹을수록 사람들은 너 자신의 이야기를듣고 싶어 할 것이다. 그 이야기를 만들라.돌들에게도 말을 걸고달빛 아래 바다에서 헤엄도 쳐라.죽는 법을 배워 두라.빗속을 나체로 달려보라.일어나야 할 모든 일은 일어날 것이고그 일들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흐르는 물 위에 가만히 누워 있어 보라.그리고 아침에는 빵 대신 시를 먹으라.완벽주의자가 되려 하지 말고경험주의자가 되라.* 엘런 코트 : 미국 시인(1936~2015)초봄에 읽기 좋은 시입니다. ‘시작하라. 다시 또다시 시작하라’는 말은 인생의 초보자에게 주는 조언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지요. 일상의 아침, 계획의 첫걸음마다 새겨야 할 삶의 이정표입니다. 어떤 일이든 새롭게 시작할 때 우리는 모두 초보자이기 때문이지요.‘완벽주의자가 되려 하지 말고/경험주의자가 되라.’이 구절도 참 멋지죠? 모든 생의 첫날처럼, 아침마다 되새기면서 음미하고 싶은 말입니다.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좀 더 어렸더라면 이 지침을 더 잘 지켰을 텐데….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미국 문학평론가 시릴 코널리는 “삶은 몇 번이고 엉뚱한 방향을 헤매다가 겨우 올바른 방향을 찾는 미로와 같다”고 말했죠. 그러니 ‘일어나야 할 모든 일’을 겁낼 필요가 없습니다. 문제는 ‘경험의 스승’을 만나지 못하고 ‘완벽주의라는 노예’에 끌려다니는 데 있지요.스위스 취리히대학 연구팀이 ‘완벽주의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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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호승 시인이 잠든 어머니 곁에서 부른 자장가

    어머니를 위한 자장가정호승잘 자라 우리 엄마할미꽃처럼당신이 잠재우던 아들 품에 안겨장독 위에 내리던 함박눈처럼잘 자라 우리 엄마산그림자처럼산그림자 속에 잠든 산새들처럼이 아들이 엄마 뒤를 따라갈 때까지잘 자라 우리 엄마아기처럼엄마 품에 안겨 자던 예쁜 아기의저절로 벗겨진 꽃신발처럼*정호승 : 1950년 경남 하동 태생.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동시),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시),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단편소설) 당선.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새벽편지> 등을 냈고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편운문학상 등 수상.세상에, 짧은 자장가 한 편으로 이렇게 사람을 울리다니요! 정호승 시인은 88세 된 어머니가 잠든 모습을 보고 이 시를 썼다고 합니다. 보리새우처럼 둥글게 누워 자는 어머니, 어린 날 그를 재우려고 자장가를 불러주던 어머니….세상의 모든 자장가는 ‘잘 자라 우리 아가’로 시작하지만, 이 시에서는 ‘아가’가 ‘엄마’로 바뀌었지요. ‘잘 자라 우리 엄마’를 세 번 반복하면서 할미꽃 같고, 산그림자 같고, 예쁜 아기 같은 모습을 따스하게 그려냈습니다.정호승 시인은 효심이 깊은 사람입니다.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 자주 뵈려고 작업실을 부모님 댁으로 옮겨 놓고 매일 출퇴근하듯 글을 썼지요. 시선집 <내가 사랑하는 사람> 서문에는 ‘이 시집을 늙으신 어머님께 바칩니다’라는 헌사를 올렸습니다.시인의 어머니는 2019년 봄에 돌아가셨어요. 그때 시인은 어머니 영전에 이 시를 바치고 입관할 때 읽어드렸습니다. 이 시를 노래로 부른 가수 안치환은 “저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시면 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