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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 이코노미

    디지털 전환은 시장이 있어야 성공한다

    많은 국제 전문가는 아프가니스탄을 제2의 한국으로 만들고 싶어했다. 이들이 생각하는 문제의 근원은 방만한 제도였다. 수십억 달러를 제도 개선에 투입했다. 새로운 법이 제정되고,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는 제도들이 ‘주입’됐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아프가니스탄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가장 부패한 국가로 손꼽힌다. 선의의 제도와 나쁜 결과조지아 정부는 싱가포르가 되기를 꿈꿨다. 민간 산업을 촉진하고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명분으로 세금은 줄이고 규제를 완화하는 등 힘겨운 노력을 기울였다. 효과가 있는 듯 보였다. 세계은행이 실시한 기업환경평가에서 순위도 높아졌다. 하지만 국내 경제의 혁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미국 하버드대의 앤드루스 교수는 조지아 정부의 조치가 기업 부담을 줄여준 것은 사실이지만, 효과적인 고용 창출과는 무관했다고 평가했다. 비슷한 사례는 인도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전국 약 600개 지구의 토지 기록을 전산화할 목적으로 ‘카르나타카 사업’을 시작했다. 역시나 일정 부분 성과가 있었다. 등록에 걸리는 시간이 3시간에서 30분으로 줄어든 점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해당 사업이 토지소유권을 둘러싼 갈등을 줄였다는 증거는 찾아볼 수 없다. 게다가 토지 기록 전산화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주입’된 제도의 단면을 볼 수 있는 사례들이다. 그 의도가 아무리 선하더라도 제도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최대한 많이 참여하는 시장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유의미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과정으로서의 제도아이를 낳는 것과 훌륭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시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다. 규제를 완화하고,

  • 디지털 이코노미

    성공적 디지털 전환, 기술과 제도의 융합으로 이뤄져

    인류가 경제 성장을 경험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초다. 바퀴와 인쇄술, 나침반과 같이 인류에게 영향을 미친 발명품은 많았지만, 산업혁명 이전의 발명은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성장의 시작이 유럽의 작은 나라 영국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오랜 기간 인류의 혁신을 선도했던 나라는 대국인 중국이었기 때문이다 맬서스의 덫과 기술산업혁명 이전까지의 저성장 시대를 설명한 학자는 토머스 멜서스다. 그는 토지가 한정적인 탓에 인구가 증가하면 1인당 총생산이 필연적으로 감소한다고 주장했다. ‘멜서스의 덫’은 기술 발전이 결코 1인당 생산성을 높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어떤 이유에 의해서든 1인당 생산성이 높아져 생활수준이 개선되면 반드시 인구가 증가하고, 이는 다시 1인당 생산성을 낮춘다는 논리다.하지만 산업혁명 이후부터 멜서스의 덫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 경제가 성장한 것이다. 흔한 설명은 기술학적 근거다. 농업에서 산업사회로 전환하면서 생산성의 원천이 한정된 토지에서 벗어나 축적 가능한 자본으로 옮겨가면서 생산성 증가가 인구 증가 속도보다 빨라졌다는 설명이다. 인구 규모를 바탕으로 한 설명도 있다. 인구 규모의 확대는 시장의 확장을 의미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의 원천이 많아져 총생산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술 발전으로 인구가 폭증하면 1인당 총생산은 다시 낮아진다. 여기서 ‘인구구조의 전환 이슈’가 개입한다. 산업혁명 이후의 생산성은 첨단기술에 의해 견인됐으므로, 고도의 기술을 보유한 나라일수록 자녀들이 신기술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린다는 것이다. 이는 아이를 적게 낳고, 아이의 교육 수준

  • 디지털 이코노미

    규제개혁 성공하려면 사회의 가치관·문화 담아내야

    규제가 문제가 아니다. 디지털 경제 시대, 이전에 없던 새로운 비즈니스가 등장하면서 규제가 발목을 잡는다는 볼멘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타다 금지법’은 제도가 혁신을 가로막은 대명사로 여겨지기도 하고, 미국과 같은 네거티브 체계로의 전환 혹은 강한 힘을 가진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해결책이 제시되기도 한다. 제도와 사회하지만 오랜 세월을 거쳐 진화해온 기존의 복잡한 사회구조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으면 새로운 제도는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세계은행이 오랜 기간 투자한 개발도상국의 제도적 지원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2006년부터 2011년 사이 세계은행이 지원한 여러 사업에 투입된 500억달러 넘는 자금은 개발도상국의 제도 개혁에 집중됐다. 가난한 나라들의 건강한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좋은 제도가 전제돼야 한다는 아이디어에 기반했다. 서유럽의 시각으로 동유럽의 법률을 개정하거나, 케냐 일부 지역에 영국이 사유재산권을 도입한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기존 사회와 단절돼 억지로 밀어붙여진 제도들은 작동하지 못했다. 효율성과 투명성 모두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렌트 프리쳇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이자 하버드대 케네디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중요한 것은 법률이나 제도 그 자체가 아니라 한 사회의 규범이라고 설명한다. 덴마크에는 보건과 관련해 200쪽에 달하는 법률이 존재하지만, 명문화된 법률만으로는 이 법률로 인해 덴마크 의사들이 어떻게 동기부여가 되고, 덴마크에서 보건에 대한 지원이 왜 우선순위에 놓이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가치관과 문화하버드경영대학원의 고(故) 클레이턴 크리스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