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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명철의 한국 한국인 이야기

    한민족 초창기 만주부터 일본까지 문화공동체 형성…개방·포용·다양성 발전시켜 세계로 나아가야

    이상 지향과 강한 자의식우리에겐 ‘이상(理想)’을 지향하는 순수한 성격이 남달리 강했다. 우리가 살아온 동쪽의 끝(Far East)은 해가 떠오르고 문화의 씨앗이 움트는 터였다. 해는 빙하기 이후에 인간의 생존과 생활에 큰 영향을 끼쳤고 햇빛은 밝음과 지혜를 상징했다. 그래서 이집트인, 인도인, 마야인, 투르크인들처럼 인류는 해를 숭배했지만 우리처럼 집요하게 추구하고 하늘을 숭모해온 민족은 드물다. (고)조선, 부여, 고구려, 신라 등의 나라 이름, 심지어 ‘한국’까지도 해와 밝음을 의미한다. 부여와 고구려의 초기 왕들은 태양을 의미하는 ‘해(解)’씨였다. 백제의 동명(東明)도, 신라의 박혁거세도 ‘밝음’을 뜻한다. 백두산, 태백산, 부여 같은 지명들도 해와 관련이 있다. 부여의 영고, 고구려의 동맹, 동예의 무천, 백제의 동명제 같은 의례는 하늘을 모시는 제천행사다. 하늘의 자손(天孫), 해와 달의 자식(日月之子), 천제(天帝)임을 자처했으니 항상 자의식이 강했다. 지나칠 때는 오만과 거드름으로 변성(變性)돼서 안타깝지만 말이다.다양성과 개방성우리 민족성은 한때는 교조적이고 쇄국적이었지만, 원래는 활달하고 개방적이며 다양성이 풍부했다. 문화와 혈연, 언어, 신앙, 설화 등은 유라시아의 전 지역과 연결됐다. 이 때문에 다른 외모와 말을 존중했고 다른 문화와 종교의 가치를 인정하고 수용했다. 더욱이 발전기에는 만주 일대와 한반도, 해양, 심지어 일본 열도의 일부까지 문화공동체였으므로 당연히 개방적일 수밖에 없었다. 무교, 선교(풍류도), 불교, 도교, 유교, 기독교, 서구 사상 등 많은 종교와 사상이 들어와 지금까지 큰 차별과 충돌 없이 뿌리를

  • 윤명철의 한국 한국인 이야기

    全유라시아 연결된 개방성이 '한민족 DNA'…탐험정신 넘쳐나 대륙과 해양 진출했죠

    나는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궁금증은 참지를 못한다. 그 때문에 고민에 빠질 정도였다. 도대체 나는 어떤 성격을 가졌을까? 내가 좋아하는 단어이기도 한 ‘한민족’은 어떤 성격을 갖고 있을까? 나라 안팎으로 혼란스러운 요즘엔 더욱 천착할 수밖에 없는 주제다.한민족이 흉포하거나 사대적이라는 외국인의 시선중국인들은 <삼국지> 동이전 등에서 ‘고구려인은 성질이 흉포하고 급하며 노략질하기 좋아한다, 심지어 말투가 천하다’라고 전했다. 일본인들은 우리의 의식을 교란시키고 길들이기 위해 한민족의 본성을 작위적으로 규정하고 세뇌시켰다. 식민사관에 따르면 우리는 늘 사대적이었고, 당파성이 강했고, 주변부적인 존재였다.스스로는 ‘정이 철철 흘러넘치고, 한(恨)을 지닌 민족’이며 ‘판소리와 창·춤·동양화 등은 민족문화에 내재한 한을 승화시킨 예술’이라고 자찬하기도 한다. 조선 미학의 스승처럼 모셔지는 세키노 다다시와 야나기 무네요시가 말한 ‘애상’ ‘비애의 미’ ‘원한’의 영향 때문이다. 어처구니없고 부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것인데도 우리 머릿속을 점령했다.설사 맞는다 해도 그것은 조선시대의 ‘이상(異常)현상’이지, 전 시대에 일관된 문화이자 정서는 아니다. 고구려 사람들은 어른이 되면 남녀 모두 수의(장례를 위해 고인에게 입히는 옷)를 만들어놓고 살며, 낙천적이고 당당했다. 춤사위는 자유롭고 호방했으며, 여백의 미와 정적인 미를 중시한 수묵화가 아니라 화려하고 동적인 채색화를 그렸다.조선시대·일제강점기만으로 부정적 이미지 강요당해‘은근과 끈기’라는 말이 교과

  • 윤명철의 한국 한국인 이야기

    여진계·중앙아시아의 튀르크계 등 유입…청동기 시대에 '단일민족' 기본 틀 완성

    유라시아 지역에서 ‘8개+α’의 길을 통해 한반도에 이주해온 집단들이 한민족의 기본핵을 만들었다. 큰 갈래만 몇 개 살펴보자. 우선 북방 몽골로이드(몽골 인종)의 몽골어 계통 주민들이 동만주를 제외한 만주 일대와 한반도 북부 일대에 살았다. 몽골의 선조인 선비족과 발해를 멸망시킨 거란족은 원래는 우리 조상의 범주(방계 종족)에 속했다. 또 발해만과 산둥반도 일대에서 중화문명의 토대를 놓은 훗날 ‘동이(東夷)’로 분류되는 이들은 발달한 농경문화를 갖고 서해를 횡단하거나, 해안을 따라 연안을 항해하거나, 걸어서 서해안 일대에 정착했다. 바이칼호와 주변 초원지대, 알타이 초원과 중앙아시아 일부에 살던 백인종의 피가 섞인 튀르크계 종족들은 말을 타고 청동기로 무장한 채 서북 만주로 진입했다. 이들은 고조선은 물론 고구려 신라 등 우리 역사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한반도와 만주를 연결한 단단한 역사공동체근대 초기에 조선의 산천을 여행한 서양인들은 답사기에서 한결같이 이렇게 서술했다. ‘한국인들은 영리할 뿐 아니라 피부색도 하얗고, 키도 커서 백인에 가장 가깝다.’ 물론 지금도 동아시아에서 서양인과 가장 가까운 외모를 가진 민족은 한국인이라는 데 이의가 없다.또 동만주와 연해주 일대의 숲과 강에는 퉁구스어를 사용하는 소위 여진계가 우리와 생활공동체를 이뤘다. 일부는 동해안을 따라 배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왔다. 그래서 함경북도 일대와 동간도에는 이들의 흔적이 강하고, 당연히 피가 섞여왔다.이렇게 우리는 주로 알타이어계의 튀르크어, 몽골어, 퉁구스어를 사용하는 주민들이 골고루 섞였다. 알타이어계의 핵심 단어로 ‘한

  • 윤명철의 한국 한국인 이야기

    전기 구석기 시대부터 살기 시작한 한반도 거주민…신석기 시대 연해주·일본 이주민이 한민족 뿌리 형성

    폭풍을 만나 항해할 때엔 선장이 중요하다. 소위 ‘리더론’이다. 하지만 잘못된 선장을 만난 위급 상황에서는 선원들의 자질도 중요해진다. ‘모두론’이다. 지금은 모두가 자각한다. 스스로가 한국호를 운행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그래서 자문한다. 도대체 우리는 누구인가? 어디서 왔으며, 언제, 어떻게 이곳에 정착했는가? 어떤 능력을 갖고 있으며, 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정체성에 대한 관심은 본능적이고, 무의식 속에서도 던지는 물음이다. 생존전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인종·언어·문화 등이 민족 정체성 규정해우리는 ‘한민족’이라고 부르는 데 익숙하다. 또 당연한 듯이 ‘단일민족’이라고 한다. 그런데 다문화 가정과 외국인 거주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글로벌화 흐름 속에 ‘민족’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느끼는 경향이 생겨났다. 세계질서에 ‘자(自)집단주의’가 강화되면서 정반대로 민족적·문화적 정체성을 요구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한국에서는 정치적 상황들과 맞물리며 때론 갈등을 증폭시키기도 한다.동아시아에서는 ‘민족’이라는 용어와 개념을 기계적으로 사용하고, 문명이나 역사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 일본이 서양어(nation)를 번역해 만든 조어인 ‘민족(民+族)’을 공통적으로 사용해왔다. 실은 중국만 해도 쑨원, 마오쩌둥 시대의 민족 그리고 후진타오 이후의 ‘중화민족론’은 사뭇 다르다. 한국도 좌우가 바라보는 내용과 적용 방식이 다르다. 일부는 ‘종족’과 ‘민족’을 동일시하며 반일 문제를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북한의 경우 체제 유지 같은 정치

  • 윤명철의 한국 한국인 이야기

    '굴종의 역사관' 버리고 21세기 정체성 다시 찾자

    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집단·민족·국가가 붕괴한 뒤 사라졌다. 칭기즈칸이 토대를 마련한 ‘대몽골 세계(ULUS)’도 불과 150년 남짓 존재했을 뿐이다. 거대해 보이는 중국사도 ‘국가’와 ‘한족(漢族)’ 단위로 좁혀 보면 실은 패배와 굴종의 역사였다. 하지만 우리는 비슷한 역사공동체로서 장기간 존재해온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민족이다. 항상 심각한 문제들을 극복해왔고, 특별히 그런 의지도 강했고, 능력도 남달랐다. 현대에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6·25전쟁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참화를 겪으며 절망 속 폐허만 물려받았지만 50년이란 짧은 기간에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를 이뤄내는 기적을 일궜다.부숴야 할 ‘반도적 숙명론’불편한 진실이지만 우리는 지난 600년간(어쩌면 1000년일 가능성도 있다) 자신을 알려는 노력을 게을리했다. 자기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자신의 기호로 표현하는 능력을 잃어버렸고 자기 의지로 역사를 운영하는 기회를 터무니없이 양보했다. 중국, 일본, 서양의 여러 나라와 문화 같은 정체불명의 실체에 그랬다.그래서 나는 ‘한반도 멸망론’이란 다소 섬뜩할 수 있는 논(論)을 제기한다. ‘한반도’라는 말은 일본인들이 식민지로 삼는 간계를 숨긴 채 지은 ‘조선반도’를 살짝 변형시킨 말이다. 조선인이 만든 반도국가는 큰 대륙에 붙어 있는 쓸개 같은 존재라는 얘기다. 대륙의 그늘 아래서 간섭을 받고 생존을 위해선 사대를 할 수밖에 없다는 ‘반도적 숙명론’이다. 당연히 역사를 자율적으로 운영한 것이 아니라는 ‘타율성이론’을 만들었다. 고인 물처럼 정체됐다는 패배의식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