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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殃及池魚(앙급지어)

    ▶ 한자풀이殃: 재앙 앙及: 미칠 급池: 연못 지魚: 물고기 어재앙이 연못 속 물고기에 미친다는 뜻으로관계가 없는 듯해도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음-<여씨춘추>중국 송(宋)나라 사마(司馬) 환(桓)이 귀한 구슬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 그가 죄를 지어 형벌을 받게 되자 도망을 치려고 했다. 왕이 사람을 보내 그를 붙잡아 구슬이 있는 곳을 물으니 사마 환이 말했다. “연못에 던져버렸습니다.” 이에 연못의 물을 다 퍼내 마르게 해서 구슬을 찾았으나 아무것도 찾지 못하고 물고기만 다 죽고 말았다. <여씨춘추>에 전해오는 이야기로, 여기서 유래한 앙급지어(殃及池魚)는 재앙이 연못의 물고기에 미친다는 뜻으로 연관이 없는 뜻하지 않은 화를 일컫는 고사성어다. 지어지앙(池魚之殃)으로도 쓴다. 뜻밖에 닥쳐온 불행을 의미하는 횡래지액(橫來之厄), 횡액(橫厄)도 뜻이 비슷하다.이 이야기는 후대에 내용이 가감되고 재구성되어 전해졌는데, 송나라 때 편집된 역대 설화집 <태평광기>에는 비슷한 얘기가 실려 있다.“성문에 불이 붙으면 그 화가 성 근처 물가의 물고기에게까지 미친다(城門失火, 殃及池魚)는 말이 있다. 옛날 전하는 말에 ‘지중어(池仲魚)라는 이름의 사람이 있었다. 그는 송나라 성문 근처에 살았는데, 성문에 갑자기 불이 나더니 불이 그의 집까지 퍼져 지중어는 불에 타 죽고 말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송나라 성문에 불이 났는데 불을 끄려던 사람이 성 외곽의 물을 길어다 불을 껐다. 결국 성 외곽의 물은 바닥이 났고 그 속에 살던 물고기는 모두 죽었다’고 한다.”민간에 구전되는 이야기로 문헌에 기술된 형태도 다양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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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西施?目(서시빈목)

    ▶ 한자풀이西: 서녘 서施: 베풀 시, 옮길 이?: 찡그릴 빈目: 눈 목미인 서시가 눈살을 찌푸린다는 뜻으로남의 흉내를 내다 비웃음을 산다는 의미-<장자(莊子)>중국 월나라의 절세미녀인 서시는 가슴앓이병이 있어 언제나 미간을 찌푸리고 다녔다. 그랬더니 그 마을의 추녀가 이것을 보고 그 어여쁨에 감탄해 자기도 가슴에 손을 대고 미간을 찡그리며 마을을 돌아다녔다. 그러자 그 마을 부자들은 대문을 굳게 잠그고 나오지 않았고, 가난한 사람들은 처자를 이끌고 마을에서 도망쳤다. 이 추녀는 미간을 찡그린 모습이 아름답다는 것만 마음에 두었을 뿐, 찡그림이 아름다운 까닭은 알지 못했다. 즉, 서시는 본래 아름다우므로 자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장자(莊子)> ‘천운편(天運篇)’에 나오는 고사다.여기에서 유래한 서시빈목(西施目)은 ‘서시가 눈살을 찌푸린다’는 뜻으로, 자신의 분수를 모르고 함부로 남의 흉내를 내는 것을 빗대는 말로 쓰인다. 효빈(效), 서시봉심(西施捧心)도 같은 뜻이다.장자는 시대의 변천에 따라 제도나 도덕도 변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춘추시대 말엽의 난세에 태어난 공자가 그 옛날 주왕조의 이상정치를 그대로 노나라와 위나라에 재현하려 하는 것은 마치 추녀가 서시를 무작정 흉내 내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꼬았다.<장자> ‘추수편’에 나오는 한단지보(邯鄲之步)도 뜻이 서로 맞닿는다. 수릉의 한 젊은이가 조나라 수도 한단에 가서 그곳의 걸음걸이를 배웠는데 한단 걸음걸이를 제대로 배우기도 전에 본래의 걸음걸이마저 잊어버려 기어서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뜻으로, 이 또한 제 분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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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白眼視(백안시)

    ▶ 한자풀이白: 흰 백眼: 눈 안視: 볼 시흰자위를 보이며 흘겨본다는 뜻으로상대를 무시하는 듯한 눈빛을 이름-<진서(晉書)>완적(阮籍)은 삼국시대 위나라 출신 사상가이자 문학가로 성격이 호탕하고 무엇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했다. 술을 마시고 시를 읊었던 현사(賢士) 죽림칠현(竹林七賢) 중 한 사람으로, 관료 생활을 했지만 권력과의 밀착을 경계했고 은자(隱者)의 삶을 추구했다.그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혜희란 자가 조문을 갔다. 한데 완적이 반기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흰자위를 보이며 무시(白眼視)’했다. 혜희는 자신을 멸시하는 완적에게 언짢았지만 영정 앞이라 절만 하고 돌아갔다. 혜희가 동생인 혜강에게 완적이 무례하고 오만하다며 있었던 일을 얘기하자 혜강이 말했다. “완적이 원래 그렇습니다. 공명(功名)이나 이익을 중시하는 사람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지요. 그런 사람이다 싶으면 그는 흰자위로 홀대합니다.”그후 혜강이 술 한 동이와 거문고를 들고 완적의 집에 조문하러 갔다. 완적은 아주 다정한 기색, 푸른 눈(靑眼)으로 그를 맞았다. 역시 죽림칠현의 한 사람이었던 혜강은 따뜻하게 환대하였지만 혜희는 세속의 예교에 얽매인 사람이라고 여겨 홀대하였던 것이었다. <진서(晉書)> ‘완적전’에 나오는 이야기다.이 고사에서 유래한 백안시(白眼視)는 어떤 행동이나 사람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을 정도로 미워하는 눈초리를 이른다. 백안(白眼)이라고도 한다. 반대로 청안(靑眼)은 좋은 마음으로 기쁘게 바라본다는 뜻이다.석가모니는 “가진 게 없어 베풀지 못한다”고 하소연하는 제자에게 ‘아무리 없어도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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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伯樂一顧(백락일고)

    ▶ 한자풀이伯: 맏 백樂: 즐거울 락一: 한 일顧: 돌아볼 고명마도 백락을 만나야 알려진다는 뜻으로재주도 알아주는 자가 있어야 빛을 본다-<전국책(戰國策)>주(周)나라 때 백락(伯樂)은 당대 최고의 말 감정가였다. 본명은 손양(孫陽)인데, 말에 대한 지식이 워낙 탁월해 전설에 나오는 천마(天馬)를 주관하는 별자리인 백락으로 불렸다.어느 날 말 장수가 백락을 찾아와 자기에게 훌륭한 말 한 필이 있어 이를 팔려고 시장에 내놓았지만 사흘이 지나도 아무도 사려고 하지 않는다며, 사례는 충분히 할 테니 감정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백락은 시장에 가서 말의 주위를 여러 차례 돌면서 요모조모 살펴보았다. 다리, 허리, 엉덩이, 목덜미, 털의 색깔 등을 감탄하는 눈길로 그냥 쳐다보기만 했다. 그러고 나서 아무 말 없이 갔다가는 다시 돌아와서 세상에 이런 명마는 처음 본다는 듯이 또 보곤 했다.당시 최고의 말 감정가가 찬찬히 살피는 것을 보자 이를 지켜본 사람들은 구하기 힘든 준마(駿馬)라고 여겨 앞다퉈 서로 사려고 했고, 말값은 순식간에 껑충 뛰었다.백락의 친구 가운데 역시 말에 대해 안목이 있는 구방고가 있었는데, 진(秦)나라 목공이 그에게 준마 한 필을 구해 오라고 했다. 한데 데리고 온 말을 평범한 말로 여긴 목공이 구방고를 내쫓으려고 하자 백락이 나서 “정말 훌륭한 말입니다”라고 했다. 목공이 다시 자세히 살펴보니 볼수록 명마 중의 명마였다. <전국책(戰國策)>에 나오는 이야기다.‘백락이 한 번 돌아다봤다’는 백락일고(伯樂一顧)는 누군가의 재능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어야 그 재능이 빛을 본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삼국지>에 나오는 적토마(赤兎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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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毛遂自薦(모수자천)

    ▶ 한자풀이毛: 털 모遂: 드디어 수自: 스스로 자薦: 천거할 천모수가 스스로를 천거했다는 뜻으로부끄러움 없이 자기를 내세움을 빗댐-<사기(史記)>전국시대 진(秦)나라가 조(趙)나라 수도 한단을 포위하자, 조왕은 평원군을 초나라에 보내 합종을 맺어 진나라 군사를 격퇴시키고자 했다. 평원군은 문하에 출입하는 식객 중 20명을 뽑아 같이 가려고 했는데, 19명을 선발하고 적당한 사람이 없어 한 명을 채우지 못했다. 이때 식객 중에 모수(毛遂)라는 사람이 스스로 자기가 끼기를 청하였다(毛遂自薦).그를 보고 평원군이 물었다. “당신은 내게로 와 몇 년이나 되었소?” “3년쯤 되었습니다.” 평원군이 다시 물었다. “대체로 현인이란 주머니 속의 송곳과 같아서 가만히 있어도 드러나는 법인데, 3년 동안 나는 당신에 관한 말을 들은 적이 없구려.” 모수가 되받았다. “그러니 이제 주머니에 넣어 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결국 평원군은 모수를 데리고 초나라로 갔다.초왕과의 회담에서 식객 19명이 모두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평원군은 마침내 모수에게 방안을 물었다. 그러자 모수는 칼을 빼어든 채 초왕의 면전으로 나아가 말했다. “당신은 수많은 군사를 거느리고 있지만 지금 당신의 목숨은 내 손에 달려 있습니다. 은(殷)의 탕왕이나 주(周)의 문왕이 패업을 이룬 것은 군사가 많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지금 초나라는 땅이 비옥하고 군사도 많지만 진나라 군사에게 종묘를 위협받고 있는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합종은 초나라도 위한 것이지 조나라만 위한 것은 아닙니다.” 초왕은 모수의 말이 일리 있다 싶어 합종에 동의했다. 조나라로 돌아온 평원군은 이후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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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登龍門(등용문)

    ▶ 한자풀이登: 오를 등龍: 용 용門: 문 문용문(龍門)에 오른다는 뜻으로입신출세의 관문을 일컫는 말-<후한서(後漢書)>중국 후한(後漢) 때 관료 이응(李膺)은 퇴폐한 환관들에 맞서 나라의 기강을 바로잡으려고 한 인물로 몸가짐이 고결하고 청백하여 당시 청년 관리들은 그와 알게 되는 것을 등용문(登龍門)이라고 하여 큰 자랑으로 여겼다. 후한 시대 환관들은 국정을 쥐락펴락할 정도로 권력이 막강해 충신들조차 기를 펴지 못했다. 환관의 미움을 받아 옥살이까지 한 이응은 소신있게 일을 처리해 이름이 널리 알려졌고, ‘천하의 모범은 이응’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후한서(後漢書)> ‘이응전’에는 “선비로서 그의 용접을 받은 사람을 이름하여 등용문이라고 했다(士有被其容接者 名爲登龍門)”고 적혀 있다. 주해(註解)에 따르면 황하 상류에 용문이라는 골짜기가 있는데, 이곳은 물살이 너무 세고 빨라 보통 물고기들은 올라갈 수가 없었다. 그 계곡 아래로 큰 물고기들이 수없이 모여들었지만 도저히 오르지 못했으며, 만일 뛰어오르기만 하면 용이 된다고 했다. 그 후 이 말은 과거에 급제하는 것을 가리키게 되었고, 오늘날에는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 출세의 문턱에 서는 것을 뜻하게 되었다.고교생에게는 대입이 더 큰 세상으로 가는 등용문이 될 수 있고, 예술가를 꿈꾸는 누군가에게는 공모전이 등용문이 될 수도 있다.참고로 옛날 양반들이 관리가 되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등용문은 과거시험이었다. 과거장 중에서도 선비들이 뒤죽박죽으로 소란스럽던 곳을 ‘난장(亂場)’이라고 했다. 여러 사람이 모여 떠들거나 질서 없는 상태를 가리켜 난장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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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盲人摸象(맹인모상)

    ▶ 한자풀이盲: 장님 맹人: 사람 인摸: 만질 모象: 코끼리 상장님이 코끼리를 만진다는 뜻으로부분만을 고집하는 어리석음을 이름 - <열반경(涅槃經)>옛날 인도의 어떤 왕이 진리에 대해 말하다가 신하를 시켜 코끼리 한 마리를 데려오라고 했다. 그러고는 장님 여섯 명을 불러 손으로 코끼리를 만져 보고 각기 자기가 알고 있는 코끼리에 대해 말해 보라고 했다.제일 먼저 코끼리의 이빨(상아)을 만진 장님이 답했다. “폐하, 코끼리는 무같이 생긴 동물입니다.” 다음에는 코끼리의 귀를 만졌던 장님이 말했다. “아닙니다 폐하, 코끼리는 곡식을 까불 때 사용하는 키같이 생겼습니다.” 그러자 코끼리의 다리를 만진 장님이 나서며 큰소리로 말했다. “둘 다 틀렸습니다. 제가 보기에 코끼리는 마치 커다란 절굿공이같이 생긴 동물입니다.” 나머지 장님들도 제각각이었다. 등을 만진 자는 “평상같이 생겼다”고 우기고, 배를 만진 자는 “장독같이 생겼다”고 주장하고, 꼬리를 만진 장님은 “굵은 밧줄같이 생겼다”고 외쳤다.왕은 서로 다투며 시끄럽게 떠드는 장님들을 물러가게 하고 신하들을 불렀다. “보아라, 코끼리는 하나이거늘, 저 여섯 장님은 제각기 자기가 만져본 것만으로 코끼리를 안다고 하면서도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는구나. 진리를 아는 것 또한 이와 같으니라.” 불교 경전인 <열반경(涅槃經)>에 나오는 이야기다.맹인모상(盲人摸象)은 ‘눈먼 장님의 코끼리 만지기’란 뜻으로, 어떤 사물의 한 형상이나 한 단면만을 보고 사물 전체를 아는 듯이 떠들어대는 태도를 꼬집는 고사성어다. 군맹평상(群盲評象)으로도 쓴다. 참(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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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讀書三餘(독서삼여)

    ▶ 한자풀이讀: 읽을 독書: 글 서三: 석 삼餘: 남을 여독서하기 좋은 세 가지 여가겨울과 밤, 비가 올 때를 일컬음-<삼국지(三國志)>중국 삼국시대 위나라에 동우(董遇)라는 학식 깊은 사람이 있었다. 제자들이 글에 대해 물으면 “백 번을 읽으면 절로 알게 된다(讀書百編義自見·독서백편의자현)”고 답했다는 인물이다. 제자들이 그럴 틈이 없다고 투덜대자 동우가 나무랐다. “시간이 없다니 무슨 말이냐. 책을 읽는 데는 삼여(三餘)만 있으면 되지 않느냐. 밤과 겨울, 그리고 비오는 날에만 읽어도 충분하다. 겨울은 한 해의 나머지이고, 밤은 하루의 나머지이며, 비오는 날은 때의 나머지이니라”라고 했다. 책 읽기에 좋은 때로 겨울, 밤, 비오는 날의 세 여가를 꼽은 것이다. 책을 읽자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글과 마주할 수 있다는 뜻이다.“갠 날에는 밭을 갈고, 비오는 날에는 책을 읽는다”고 한 송나라 문인 소식(蘇軾)은 자투리 시간에 글을 읽는 즐거움을 가리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맛’이라고 했다. ‘낮에는 밭을 갈고 밤에는 책을 읽는다’는 주경야독(晝耕夜讀)과도 함의가 맞닿는다.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하는 삶은 게으른 인생의 몇 배를 사는 셈이다. 독서나 배움은 시간보다 마음가짐이 먼저다.사마천의 <공자세가(孔子世家)>에 나오는 ‘위편삼절(韋編三絶)’은 책을 대하는 공자의 자세를 잘 보여준다. 공자는 말년에 주역에 심취했는데, 주역을 읽고 또 읽어 ‘엮은 가죽 끈(韋編)’이 세 번이나 끊어졌다(三絶)는 고사다.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 시성(詩聖) 두보는 “남자라면 모름지기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