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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登高自卑(등고자비)

    ▶한자풀이 登: 오를 등 高: 높을 고 自: 스스로 자 卑: 낮을 비높이 오르려면 낮은 데서 출발한다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는 의미     - 《중용(中庸)》중국 사서(四書) 중 하나인 《중용(中庸)》은 공자 손자인 자사의 저작으로 알려져 있다. 동양 철학의 주요 개념을 담고 있지만 서양 사상에도 미친 영향이 적지 않다. 중(中)은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이 도리에 맞는 것을 의미하며, 용(庸)은 평상적이고 불변적인 것을 뜻한다. 그러니 중용은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는 상태가 항상 유지되는 것을 이른다.《중용(中庸)》 제15장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 “군자의 도는 비유컨대 먼 곳을 감에는 반드시 가까운 곳에서 출발함과 같고, 높은 곳에 오름에는 반드시 낮은 곳에서 출발함과 같다(行遠自邇 登高自卑).” 등고자비(登高自卑)는 ‘높은 곳에 오르려면 반드시 낮은 곳에서 출발한다’는 뜻으로, 모든 일은 순서에 맞는 기본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 속담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와 뜻이 통한다.《맹자(孟子)》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 “바닷물을 관찰하는 데는 방법이 있다. 반드시 움직이는 물결을 살펴야 한다. 마치 해와 달을 관찰할 때 그 밝은 빛을 봐야 하는 것과 같다. 해와 달은 밝은 빛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작은 틈만 있어도 반드시 비춰준다. 흐르는 물은 낮은 웅덩이를 먼저 채우지 않고서는 앞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군자도 이와 같다. 도(道)에 뜻을 둘 때 아래서부터 수양을 쌓지 않고서는 높은 성인의 경지에 도달할 수 없다.”불경에는 어떤 사람이 남의 3층 정자를 보고 샘이 나서 목수를 불러 정자를 짓게 했는데, 1층과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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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會稽之恥 (회계지치)

    ▶한자풀이會: 모을 회  稽: 상고할 계  之: 갈 지  恥: 부끄러울 치회계산에서 받은 치욕이란 뜻으로결코 잊지 못하는 수모를 이름       - 《사기(史記)》회계산은 춘추시대 월왕(越王) 구천(勾踐)이 오왕(吳王) 부차(夫差)에게 패해 사로잡힌 곳이다. 구천은 온갖 수모를 당하고 겨우 월나라로 돌아가 20년간 쓰디쓴 쓸개를 씹으며 설욕을 벼르다 오나라를 멸망시켰다.여기서 유래한 고사성어가 회계지치(會稽之恥)다. ‘회계산의 치욕’이란 뜻으로 마음에 새겨져 결코 잊지 못하는 수치나 수모를 일컫는다. 흔히 쓰는 와신상담(臥薪嘗膽)도 오나라왕 합려와 부차, 월나라왕 구천 간에 얽히고설킨 싸움에서 유래했다. 가시 많은 거친 나무 위에서 자고 쓰디쓴 쓸개를 먹는다는 뜻으로, 목적 달성이나 복수를 위해 온갖 고난을 참고 견디는 것을 이른다.국경을 인접한 오나라와 월나라는 앙숙지간이었다. 오월동주(吳越同舟)는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이 같은 배를 탔다’는 뜻으로 서로 미워하는 원수 간에도 공통의 어려움이 있으면 힘을 합한다는 의미다.‘이를 갈고 마음을 썩인다’는 의미의 절치부심(切齒腐心)도 뜻이 비슷하다. 진나라의 장군이던 번오기(樊於期)는 진왕에게 복수하려면 그의 목이 필요하다는 형가에게 “이는 제가 밤낮으로 이를 갈며 속을 썩이던 것입니다(此臣之日夜切齒腐心也). 이제 드디어 가르침을 받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하며 스스로 자신의 가슴을 찔렀다. 자신의 목을 이용해 자신의 원수를 갚아달라는 뜻이었다. 형가는 번오기의 목으로 환심을 사 진왕에게 접근했고, 비수로 왕을 찔렀으나 몸에 못 미쳐 결국 그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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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和而不同 (화이부동)

    ▶한자풀이和: 화할 화  而: 어조사 이  不: 아닐 부  同: 같을 동여러 사람과 두루 화합하되바른 뜻은 꺾지 않는다는 의미  -《논어(論語)》공자가 살던 춘추시대는 정치적으로 혼란했다. 주(周) 왕실의 권위가 흔들리면서 곳곳에서 제후국의 패권다툼이 생기고, 의(義)보다는 이(利)를 좇는 자들이 많아졌다. 공자의 극기복례(克己復禮)는 사사로운 욕심을 극복하고 예(禮)로 돌아가자는 것으로, 속세의 삿됨을 나무라는 뜻이기도 하다. 극기복례는 공자가 강조한 인(仁)의 핵심이다.《논어》 자로편에는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한다’는 공자의 말이 나온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은 화합하되 자기의 소신이나 의로움까지 저버리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반대적 의미인 동이불화(同而不和)는 겉으로는 화합한 듯하지만 속으로는 딴 뜻을 품고 있다는 의미다. 군자는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모나게 행동하지 않지만 바르지 않은 생각까지 동조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반면 소인은 교언영색으로 상대의 비위를 맞추지만 안팎이 다른 태도를 취한다는 거다.공자는 군자와 소인을 대비시켜 군자적 태도가 인간이 추구해야 할 덕목임을 강조했다. ‘군자는 권세가 생기면 덕을 어떻게 베풀까를 고민하고, 소인은 권세가 생기면 권력을 어떻게 휘두를까를 생각한다’ ‘군자는 곤궁함을 굳게 견디지만, 소인은 곤궁해지면 나쁜 짓을 생각한다’ 등에는 공자의 인간철학이 담겨 있다. 연관된 고사성어 부화뇌동(附和雷同)은 ‘우렛소리에 맞춰 함께한다’는 뜻으로, 자신의 뚜렷한 소신 없이 그저 남이 하는 대로 따라가는 것을 이른다.공자는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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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벽비거 (破壁飛去)

    ▶한자풀이 破: 깨뜨릴 파 壁: 벽 벽 飛: 날 비 去: 갈 거벽을 깨고 날아간다는 뜻으로사물의 요긴한 곳을 완성함을 이름  - 《수형기(水衡記)》남북조시대 양(梁)나라에 장승요(張僧繇)라는 인물이 있었다. 그가 금릉에 있는 안락사(安樂寺)에 용 두 마리를 그렸는데 눈동자를 그리지 않았다. 사람들이 이상히 여겨 그 까닭을 묻으니 그가 답했다. “눈동자를 그리면 용이 날아가 버리기 때문입니다.”사람들이 믿지 않자 그가 용 한 마리에 눈동자를 그려 넣었다. 그러자 갑자기 천둥이 울리고 번개가 치며 용이 벽을 차고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 눈동자를 그리지 않은 용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수형기(水衡記)》에 전해오는 얘기다. 이 이야기에서 두 개의 고사성어가 유래한다.하나는 파벽비거(破壁飛去)다. ‘벽을 깨고 날아간다’는 뜻으로, 사물의 긴요한 곳을 완성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요점을 찾아 어떤 일을 해결하거나 조그마한 부분적인 일로 전체가 활기를 띠는 것을 이르기도 한다. 평범한 사람이 갑자기 출세함을 비유하는 말로도 쓰인다.또 하나는 화룡점정(畵龍點睛)이다. ‘용을 그리고 마지막에 눈동자를 그려 넣는다’는 뜻으로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을 마무리해 일을 완벽하게 마친다는 의미로 쓰인다. 일이 전반적으로는 잘됐지만 어딘가 부족한 데가 있을 때 ‘화룡에 점정이 빠졌다’고 한다.용은 단번에 하늘로 오르지 못한다. 물속에서 내공을 단련하고 날개를 키워야 하늘을 난다. 마부위침(磨斧爲針)은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이다. 부지런히 갈고닦으면 일이 반드시 이뤄진다는 의미다.하나가 부족해 아흔아홉이 허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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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렴주구 (苛斂誅求)

    ▶한자풀이  苛: 가혹할 가  斂: 거둘 렴  誅: 벨 주  求: 구할 구가혹히 세금을 거두고 재물을 빼앗다백성을 괴롭히는 포악한 정치를 이름          - 《예기(禮記)》공자가 제자들을 데리고 태산 기슭을 지나고 있을 때였다. 한 여인이 세 개의 무덤 앞에서 목 놓아 울고 있었다. 수레 위에서 여인의 울음소리를 듣고 있던 공자가 제자 자로에게 그 까닭을 알아보라고 했다. 자로가 여인에게 다가가 물었다. “당신의 울음소리를 들으니 굉장히 슬픈 일을 당한 것 같은데 무슨 일인지요?”여인이 더욱 흐느끼며 답했다. “옛적에 시아버지가 호랑이에게 잡아 먹혔고 제 남편도 호랑이에게 당했는데, 이제 아들이 또 그것에게 죽었습니다.” 자로가 의아해 물었다. “그런데 어찌하여 이곳을 떠나지 않았습니까?” 여인이 이유를 설명했다. “이곳은 세금을 혹독하게 징수하거나 부역을 강요하는 일이 없습니다. 다른 곳으로 가면 무거운 세금 때문에 그나마도 살 수가 없습니다.”자로에게 여인의 말을 전해 들은 공자가 제자들에게 말했다. “잘 들어라.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것이니라.”《예기(禮記)》에 나오는 일화로, 가렴주구(苛斂誅求)는 가혹하게 세금을 거두거나 백성의 재물을 억지로 빼앗는 것을 뜻한다.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도 가렴주구와 뜻이 같다. 민생도탄(民生塗炭) 도탄지고(塗炭之苦)도 가혹한 정치를 이르는 말이다.공자는 “정(政)의 의미는 곧 정(正)”이라고 풀이했다. 자신을 바로잡는 일이 남을 바로잡는(正) 일, 곧 정치라는 의미다. 공자에 따르면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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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경 (破鏡)

    ▶ 한자풀이破: 깨뜨릴 파 鏡: 거울 경'깨진 거울'이라는 뜻으로부부가 금실이 안 좋아 이혼함  - 《태평광기(太平廣記)》남북조시대 남조의 마지막 왕조인 진(陳)이 망할 즈음 낙창공주는 태자사인(太子舍人) 서덕언의 부인으로 미모가 뛰어났다. 서덕언은 부인과 헤어질 것을 늘 염려했는데, 수나라 대군이 진을 공격하기 시작하자 불안감이 더 커졌다. 진이 망하면 부인은 수의 권력자에게 넘어갈 게 뻔했다. 그는 거울을 반으로 잘라 부인과 나눠 가졌고 후일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진나라는 망했고, 낙창공주는 수나라 건국 일등공신인 월국공(越國公) 양소(楊素)의 첩이 되었다. 오랜 피난 끝에 장안으로 돌아온 서덕언은 정월 보름날 장에 나가 부인이 있는지 살폈다. 그곳에는 낙창공주가 보낸 하인이 깨진 거울(破鏡)을 팔고 있었는데, 터무니없이 비싼 값을 불러 사람들이 그를 비웃었다. 서덕언은 하인에게 그간의 사정을 털어놓고 물었다.“내 아내는 어디 있소?” “낙창공주는 수나라 월국공 양소의 첩이 되어 있습니다. 공주께서 소인을 시켜 해마다 정월 대보름날 장에 나가 이걸 비싼 값에 내놓으라고 하셨습니다.”서덕언은 부인이 이미 남의 첩이 됐다는 말에 탄식하면서도 시 한 수를 지어 하인에게 주며 당부했다. “이 반쪽 거울과 함께 시를 내 아내에게 전해주시오.” 시는 애절했다.거울이 당신과 함께 떠났으나거울만 돌아오고 사람은 돌아오지 못하는구나보름달 속 항아의 그림자는 돌아오지 않건만밝은 달빛은 속절없이 휘영청하구나시를 받아 읽은 낙창공주는 슬피 울면서 곡기를 끊었고, 사정을 들은 양소가 서덕언을 불러 낙창공주를 되돌려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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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신성인 (殺身成仁)

    ▶한자풀이  殺: 죽일 살  身: 몸 신  成: 이룰 성  仁: 어질 인자신의 몸을 죽여 인(仁)을 이루다자기를 희생해 옳은 도리를 행함    - 《논어(論語)》유가(儒家)를 관통하는 핵심어는 인(仁)이다. 인은 효(孝) 충(忠) 지(智) 용(勇) 예(禮) 공(恭) 등을 포괄하는 완전한 덕이다. 유교의 근본으로, 쉽게 이룰 수 없는 최고의 덕목이다. 공자는 당시 누구에 대해서도 ‘인(仁)’의 경지를 인정하지 않았고, 그 자신도 그 경지를 자처하지 않았다.공자는 사람들이 예를 행하지 않는 까닭을 자신의 욕구를 따르기 때문이라고 여겼다. 따라서 예를 실천하려면 반드시 극기(克己), 즉 자신과 싸워서 이겨야 한다고 했다. 공자가 말하는 군자는 바탕과 형식을 고루 갖춘 사람으로, 인 역시 바탕과 형식을 모두 아우른 ‘완전한 덕(全德)’을 이른다.《논어》 위령공편에는 인을 보는 공자의 시선을 엿볼 수 있는 구절이 있다.“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뜻있는 선비와 어진 사람은 삶을 구하려 인을 해치는 일이 없고 몸을 죽여서 인을 이룬다’고 했다. 지사(志士)란 도의(道義)에 뜻을 둔 사람을 일컫고 인인(仁人)이란 어진 덕을 갖춘 사람을 말한다. 그러므로 지사와 인인은 삶이 소중하다고 하여 그것 때문에 지(志)나 인(仁)을 잃는 일은 절대로 없다. 오히려 때로는 자기의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인을 달성하려 한다(殺身成仁).”살신성인(殺身成仁)은 ‘자기 몸을 죽여 인을 행한다’는 뜻으로, 자기를 희생해 옳은 도리를 지키는 것을 일컫는다. 사생취의(捨生取義) 살신입절(殺身立節)도 뜻이 비슷하다.공자는 “자기 마음을 미뤄 남을 헤아리고, 자기가 싫은 것을 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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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連理枝 (연리지)

    ▶한자풀이連: 이을 연 理: 이치 리 枝: 나뭇가지 지나무가 맞닿아 하나가 됨애뜻한 남녀의 정을 이름- 백거이의 시 《장한가》양귀비(楊貴妃)는 당나라 현종의 마음을 사로잡아 권세를 누린 인물이다. 그는 안사의 난으로 도주 중 자결 아닌 자결로 비극적 종말을 맞았다. 경국지색(傾國之色)은 나라를 위태롭게 할 만큼 아름다운 여인을 일컫는데, 양귀비도 그중 한 인물이다.당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의 ‘장한가(長恨歌)’는 당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을 노래한 시다.칠월칠일 장생전에서깊은 밤 사람들 모르게 한 약속하늘에서는 비익조(比翼鳥)가 되기를 원하고땅에서는 연리지(連理枝)가 되기를 원하네높은 하늘 넓은 땅 다할 때가 있건만이 한(恨)은 끝없이 계속되네연리지(連理枝)는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가 서로 엉켜 마치 한나무처럼 자라는 현상이다. 매우 희귀한 현상으로 남녀 사이, 혹은 부부애가 각별함을 비유한다. 예전에는 효성이 지극한 부모와 자식을 이르기도 했다. 효성과 관련해서는 《후한서(後漢書)》 채옹전(蔡邕傳)에 이런 얘기가 전해온다. 후한 말의 문인인 채옹은 효성이 지극했다. 그는 어머니가 병으로 자리에 눕자 3년 동안 옷을 벗지 못하고 살펴드렸다. 병세가 악화되자 100일 동안이나 잠자리에 들지 않고 보살피다가 돌아가시자 무덤 곁에 초막을 짓고 시묘(侍墓)살이를 했다. 그 후 옹의 방 앞에 두 그루의 싹이 나더니 점점 자라서 가지가 서로 붙고 결(理)이 이어져 마침내 한그루처럼 되었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채옹의 효성이 지극해 부모와 자식이 한몸이 된 것이라고 했다.시에 나오는 비익조(比翼鳥)는 암컷과 수컷의 눈과 날개가 하나씩이어서 짝을 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