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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나라 배척하려면 조선의 무딘 습속부터 바꿔야 한다"…공리공론<空理空論> 아닌 실사구시<實事求是>로 부(富)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

    “천하를 통치하는 사람은 백성에게 이롭고 국가를 부강하게 할 수 있는 것이라면그 법이 오랑캐에게서 나왔다고 하더라도 본받아야 한다.”“어떤 사람들은 조선에는 산과 계곡이 많아 수레가 적당하지 않다고 말한다. 얼토당토 않은 소리다. 백성들이 이다지도 가난한 까닭은 대체 무엇 때문이겠는가.”“이용(利用)이 있은 뒤에야 후생(厚生)이 될 것이요, 후생이 된 뒤에야 정덕(正德)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생활이 넉넉하지 못하면 어찌 덕을 바르게 할 수 있겠는가. 부강한 나라 건설과 백성의 삶 증진에 보탬이 되는 실용을 정치의 중심에 세워야 한다.”연암 박지원(1737~1805)은 조선 후기 실학파의 거두로 꼽힌다. 그는 정조 4년(1780) 청나라 황제 건륭제의 칠순을 축하하기 위한 사절단 일원으로 뽑혀 베이징과 황제의 별궁이 있던 열하를 다녀왔다. 《열하일기(熱河日記)》는 세계적인 제국으로 발전한 청나라를 두 달여간 목격한 뒤 쓴 생생한 기행문이다.그가 이 책을 통해 전하려는 핵심 메시지는 이용후생, 실사구시(實事求是)였다. 주자학에 매몰된 주류 기득권층이 명분에 집착해 백성의 삶을 돌보는 데는 무능하다고 비판하고, 공리공론(空理空論)이 아니라 진정 나라를 부강하게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견문기라는 큰 틀을 지키면서도 그 안에 일기, 수필, 호질·허생전과 같은 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담은 독특한 양식의 책이다.“백성에 도움되면 오랑캐에도 배워야”당시 조선에선 “청을 정벌하자”는 북벌론이 여전했다. 박지원은 이런 주장을 헛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눈에 비친 청은 조선과 달리 서양의 과학과 기술을 적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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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적 방법으로 생산성 올리면 분배 문제 절로 해결"…테일러리즘으로 불린 관리법은 현대 경영학의 토대

    자본주의 경제는 ‘비효율과의 전쟁’을 통해 발전해왔다. 초기에 비효율은 삼림 파괴, 수(水)자원 낭비, 탄광 개발 남발 등 주로 자원과 관련한 문제였다. 프레드릭 테일러(Frederick Taylor·1856~1915)는 사람의 노력이 낭비되고 있다는 데 처음으로 주목했다. 효율적인 국가를 건설하려면 산업 현장에서 매일 반복되는 실수, 잘못된 지시, 노사 갈등을 해결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믿었다. 노사가 협업해 과학적인 생산 방법으로 생산성을 끌어올리면 분배의 공평성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이런 생각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이 《과학적 관리법》(1911년)이다.테일러는 고등학교 졸업 후 공장에 들어가 공장장 자리에까지 오른 현장 전문가였다. 그는 30년간 과학적 관리법 보급을 위해 노력했지만 노동자로부터는 “초시계를 이용해 노동자를 착취한다”고, 기업가로부터는 “우리를 눈먼 돼지로 보느냐”고 비난받았다. 그러나 그는 과학적 관리법이 노사 모두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결국 널리 퍼질 것으로 확신했다. 훗날 과학적 관리법은 ‘테일러리즘(Taylorism)’으로 불리며 현대 경영학의 뿌리가 됐다.1900년대 영국과 미국에선 공장 근로자의 근무태만이 만연했다. 노동조합도 “노동자가 너무 많은 일을 하면 다른 사람의 일자리를 뺏을 수 있다”며 ‘적은 노동’을 권했다. 전체 생산량에 따라 임금을 주니 특별히 일을 더 많이 할 이유도 없었다.근무태만 몰아낸 과학적 관리법테일러는 노동자가 시간과 동작으로 분석한 과학적 원리에 따라 일하면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줬다. 과학적 원리는 5단계를 거쳐 개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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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 압제는 가혹…인간의 영혼까지 장악한다", "민주주의 가장 바람직"…다수결 포퓰리즘 경고도

    “민주주의가 잠재적으로 가장 억압적인 정치 형태가 될 수도 있다. 포퓰리즘이 극성을 부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개인의 정치적 성향을 통제 하는 정치적 압제는 가혹하다. 하지만 개인에게 특정 종교나 신념 등을 강요하는 사회적 압제는 더 가혹하다.”영국인들은 ‘자유’를 논할 때 흔히 ‘3존(three John)’을 언급한다. 언론 검열법을 비판한 《아레오파지티카》의 저자 존 밀턴(1608~1674), 《시민정부론》의 저자 존 로크(1632~1704), 《자유론》의 저자 존 스튜어트 밀(1806~1873)이다.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를 철학적 개념으로 체계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밀은 1859년 출간한 《자유론》에서 양심, 종교, 언론·출판·집회·결사, 학문, 예술의 자유가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래야 개인이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억압기구’로 돌변한 국가그는 자유를 위협하는 가장 큰 적(敵)으로 군주와 독재자를 꼽았다. 개인들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피하기 위해 국가를 만들었지만, 오히려 국가 통치자에 의해 억압받는 존재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개인들이 독점적인 권력을 휘두르는 국가에 맞서 자유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첫째는 면책조항을 이용하는 것이다. 지배자가 피지배자의 자유를 침해할 경우 반항이나 반란도 정당한 것으로 인정받도록 안전장치를 해두는 것이다. 두 번째는 헌법을 통해 지배자의 권력을 통제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국민이 직접 통치자를 뽑는 것이다.”그러나 밀은 이런 방법들이 확실한 자유 수호책이 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가장 합리적인 가정인 &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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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 인재는 문제 큰 곳이 아니라 기회가 큰 곳에 배치해야"…'위대한 기업'의 요소는 CEO 리더십·인재 배치·현실직시

    “좋은 것은 위대한 것의 적이다. 왜 그런가. 우리는 대개 크고 위대한 것보다는 좋은 것에 만족한다. 회사도 그렇다. 좋은 기업이기 때문에 위대한 기업이 되지 않는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 2001)를 쓴 짐 콜린스(60)의 문제의식은 여기서 출발한다. ‘좋은 기업을 위대한 기업으로 바꿀 수 있는가.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할까’가 이 책의 주제다.미국의 저명 경영컨설턴트인 짐 콜린스는 이 책을 포함해 모두 6권의 책을 냈다. 그가 1994년 제리 포라스와 함께 쓴 첫 저서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은 6년간 비즈니스위크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고 25개국 언어로 번역됐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도 1000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다.“적합한 사람이 중요하다”이 책은 콜린스 개인이 아니라 그의 팀이 5년간 수행한 연구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 연구팀은 1965년부터 1995년까지 30여 년간의 자료를 근거로 ‘좋은 기업’ 1435개를 선정한 뒤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해 ‘위대한 기업’ 11개를 골라냈다. 적어도 15년간 누적 주식수익률이 시장수익률보다 3배 이상 높은 기업들이다. 구체적으로 애벗, 서킷시티, 패니매이, 질레트, 킴벌리클라크, 크로거, 뉴커, 필립모리스, 피트니보즈, 월그린즈, 웰스파고 등이다. 이 중 상당수는 일반인에게 낯설지만 IBM 코카콜라 인텔 등 유명 기업을 뛰어넘는 성과를 냈다.콜린스는 좋은 기업이 위대한 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한 장의 그림으로 압축해 설명한다. 출발점은 리더십과 인재다. 그는 경험적 분석을 통해 위대한 기업의 공통점으로 ‘겸손함과 불굴의 의지를 가진’ 최고경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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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 책임 원칙이 존중되는 사회가 진정한 정의 실현"…공권력 남용 차단된 최소국가를 '현실적 유토피아'로 정의

    “최소국가는 우리를 불가침의 개인들로 취급한다. 우리는 이 국가 안에서 타인에 의해 도구나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는다. 최소국가에서 우리는 존엄성을 가진 개인이자, 인격을 보호받는 권리자다.”로버트 노직(1938~2002)은 20세기를 대표하는 미국의 자유주의 철학자다. 25세에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30세에 하버드대 철학과 정교수로 임용됐다. 그는 인간 존엄론을 주창한 이마누엘 칸트와 천부권(天賦權)으로서의 재산권을 강조한 존 로크의 철학적 전통을 계승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사상은 1974년 발간된 첫 저서 《아나키에서 유토피아로(Anarchy, State and Utopia)》에 자세히 담겨 있다.하지만 그의 철학적 출발점은 사회주의였다. 그는 컬럼비아대 재학 시절 산업민주주의 학생연맹 지부를 창설할 정도로 열성 사회주의자였다. 자유주의자로 전향한 계기는 친구와의 논쟁이었다. 논쟁할 때마다 친구가 자유주의 사상가인 루트비히 폰 미제스와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를 거명했다. 노직은 “그들의 책을 탐독하면서 사회주의 허구성과 자유주의 우월성을 깨닫게 됐다”고 고백했다.노직은 세계 각국 정부가 사회 정의와 경제 활성화 등의 명분으로 무차별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비판했다. ‘최소국가론’을 제시해 과도한 정부 개입으로 인해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는 개인 권리를 수호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최소국가’란 외적과 폭력, 사기 등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계약을 집행하는 과제만을 수행하는 일종의 ‘야경국가(夜警國家)’를 뜻한다. 그는 공권력 남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최소국가를 ‘현실적인 유토피아’라고 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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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는 한없이 넓은 우주의 한 천체일 뿐이다"…"지구는 둥글고 자전한다" 등 파격적 주장 펼쳐

    “뭇 별들은 각각 하나의 세계를 갖고 있고, 끝없는 우주에 흩어져 있는데 오직 지구만이 중심에 있을 순 없다. 지구는 한없이 넓은 우주의 한 천체일 뿐이다.”조선 후기 실학자 홍대용(1731~1783)은 ‘무한 우주론’, 지구는 둥글다는 지구설(地球說), 지구 자전설(自轉說),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탈(脫)지구중심론’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 주장을 펼쳐 사회를 뒤흔들어 놓았다. 그래서 그는 ‘조선의 갈릴레이’라고 불리기도 한다.그의 이런 주장들은 《의산문답》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의산문답》은 홍대용이 1766년 사신단 일원으로 중국을 갔다 온 뒤 쓴 자연과학 소설이다. 중국 동북지방의 ‘의무려산’을 배경으로 가상의 인물 허자(虛子)와 실옹(實翁)의 대화 형식으로 이뤄져 있다. 성리학자인 허자는 전통에 매몰돼 진정한 진리를 보지 못하는 사람으로, 실옹은 서양 자연과학을 받아들여 새로운 학문을 터득한 사람으로 묘사돼 있다. 실옹은 허자의 어리석음을 질타하며 깨우치도록 유도한다. 이를 통해 홍대용 자신의 과학과 실학사상을 서술하고 있다.실옹은 허자에게 사람과 만물이 똑같다는 ‘인물균(人物均) 사상’,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무한 우주론’, 중국이 천하의 중심이 아니라 내가 있는 곳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역외춘추론(域外春秋論)’ 등을 설파한다.《의산문답》에서 제일 먼저 등장한 주제는 ‘만물은 동등하다’는 것이다. 허자가 인간우위 주장을 한 데 대해 실옹은 “인간과 자연계 모든 사물은 각기 자기 삶의 방식에 따라 평화롭고 행복한 삶을 누리려 한다는 점에서 차별이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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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개입에 익숙해지는 것은 노예 상태로 가는 길"…입법·행정의 실패에 지나치게 관대한 시민의식 비판

    “공무원 조직은 어느 정도의 성장 단계를 넘어서면 점점 더 억제할 수 없게 된다. 우리가 프랑스 등 대륙국가의 관료제에서 보는 것처럼 말이다.” “과거 군주에게 무제한 권위가 있다는 가정을 논박하면서 자유주의가 등장한 것처럼, 현재의 진정한 자유주의는 의회에 무제한적인 권위가 있다는 가정을 논박할 것이다.”허버트 스펜서(1820~1903)는 영국 사회학의 창시자이자 철학자, 자유주의 사상가다. 그가 주창한 사회진화론(사회다윈주의)은 한동안 ‘가난한 사람을 멸시하고 제국주의를 정당화하는 논리’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20세기 후반부터 그의 자유주의 철학은 재평가받기 시작했다. 경쟁과 자유주의를 옹호했기 때문에 반대 진영으로부터 과도하게 비난받았다는 지적도 나온다.경계해야 할 입법만능주의19세기 영국의 정치·경제·사회상을 담아 1884년 펴낸 《개인 대 국가(The Man versus the State)》는 스펜서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그는 이 책에서 “국가의 역할과 간섭이 커질수록 개인 자유는 침해받게 된다”며 ‘작은 정부론’을 폈다. 또 개인의 자유와 책임, 자발적 협동을 강조하면서 과도한 정부 규제의 철폐와 자유무역 확대, 무분별한 복지 축소의 불가피함을 강조했다.스펜서는 “정부기관이 많아질수록, 시민들 사이에서는 자신들은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고 정부가 자신들을 위해 모든 것을 해야 한다는 관념이 더 많이 생겨난다”고 지적했다. “시민들이 정부 개입에 익숙해지면 바라는 목적을 개인적인 행위나 사적인 조합이 아니라 공공기관을 통해 달성하는 데 더 친숙해질 것”이라며 이를 “노예 상태로 가는 길&rd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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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주의 이념 확산에는 '얼치기 지식인'의 책임이 크다"…선의(善意)로 가장해 유럽 휩쓸던 사회주의 허구성 경고

    “사회주의가 내세우는 이상은 실현 불가능한 것이다. 역사적 경험들이 이를 말해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사회주의 정책으로 인해 사회가 파괴되고 난 다음에야 이런 경험들을 체득하는 경우가 많다.”프랑스의 군중심리학 대가인 귀스타브 르 봉(1841~1931)은 1896년 출간한 《사회주의의 심리학》에서 당시 유럽을 휩쓸던 사회주의의 허구성과 위험을 경고했다. 그는 “사회주의가 ‘핍박 없는 모두가 잘사는 평등사회’를 주창하지만, 사회발전 원동력인 개인의 자유와 창의를 억압하기 때문에 결국 핍박과 빈곤을 낳을 뿐”이라고 역설했다.“국가 간섭주의 확산 경계해야”르 봉은 유혈혁명을 부르짖는 사회주의 광기(狂氣)를 경계했다. “오늘날(1890년대) 상황은 혁명을 통해 사회 모순을 단번에 해결하려 했던 프랑스 대혁명 때를 떠올리게 한다. 사회주의의 득세는 피와 혼란, 독재로 귀결됐던 선례(先例)를 답습할 가능성을 높인다.”그는 사회주의 이념이 확대 재생산되는 데는 ‘얼치기 지식인’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가장 위험한 사회주의 사도(使徒)는 책에 담긴 지식 외에는 아무런 지식이 없는 학자들이다. 정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면서 ‘선의(善意)’를 가장한 구호로 민중을 선동한다. 문학가인 모레스 바레가 지적했듯이 현실과 유리된 이론가들은 사회 번영을 해친다.”사회주의는 여러 가지 모순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생명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성이나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신앙’으로 자리잡았다는 판단에서였다. “사회주의 이론이 내포한 모순들이 사회주의의 승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