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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알·테·쉬' 공습이 무서운 진짜 이유는
중국 전자상거래(e-commerce) 업체 3대장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을 가리키는 이른바 ‘알·테·쉬’란 말이 유행입니다. 이들을 통한 해외 직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국내외 유통업계에 빨간불이 켜진 것을 두고 ‘알·테·쉬 공습’이 시작됐다고도 합니다. 요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접속할 때마다 테무(광고)가 따라다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이들의 작년 글로벌 시장 광고비만 40억 달러(약 5조4100억 원)에 이른다고 하니 이상한 일도 아닙니다.알·테·쉬가 공급하는 초저가 생활용품이 글로벌 유통시장을 초토화하고 있습니다. 작년 이들이 미국으로 배송한 상품 박스만 매일 60만 개, 보잉777 화물기 약 108대 분량이었습니다. 이 영향으로 미국의 1000원 숍이라 할 수 있는 달러트리의 점포 1000곳이 문을 닫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앱 사용자 수 기준으로 알리(888만 명)와 테무(830만 명)가 각각 11번가와 G마켓을 제치고 쿠팡(3087만 명)에 이어 2위와 3위에 올랐어요. 이 때문에 국내 전자상거래업체와 대형마트뿐 아니라 중소 생활용품 제조업체들도 위기감에 휩싸여 있습니다.최근 중국을 방문한 미국의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이 이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추가 회담을 갖기로 중국과 합의해 관심을 모았습니다. ‘알·테·쉬’의 초저가 글로벌 공습은 어떻게 가능했고, 본질은 무엇인지 4·5면에서 살펴봤습니다.유통은 물론, 제조기반 허무는 '알·테·쉬'세계에 '디플레이션 수출'한다는 비판도중국의 전자상거래를 뜻하는 ‘C(China) 커머스’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낮은 가격에 있습니다. 비슷한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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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기타
패랭이꽃과 카네이션에 얽힌 이야기 [고두현의 아침 시편]
패랭이꽃(石竹花) 정습명사람들은 모두 붉은 모란을 좋아해뜰 안 가득 심고 정성껏 가꾸지만누가 잡풀 무성한 초야에예쁜 꽃 있는 줄 알기나 할까.색깔은 달빛 받아 연못에 어리고향기는 바람 따라 숲 언덕 날리는데외진 땅에 있노라니 찾는 귀인 적어아리따운 자태를 농부에게 붙이네.*정습명(鄭襲明, ?~1151) : 고려 문신.초야에 묻혀 사는 처지를 패랭이꽃에 비유하면서 세속의 모란과 대비시킨 시입니다. 고려 문신 정습명의 오언율시이지요. 패랭이꽃은 꽃 모양이 옛 민초들의 모자인 패랭이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문학작품에서도 소시민을 비유하는 꽃으로 자주 쓰이지요.이 시에서 패랭이꽃은 시인 자신을 의미합니다. 정몽주의 10대조인 정습명은 어려서부터 글을 잘 지었다고 해요. 예종 때 과거에 급제해서 내시(內侍, 이때까지는 문신이 맡았으나 의종 이후 환관이 차지)에 임명됐습니다. 임금의 잘못 바로잡지 못하고 끝내…그러나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이 드물었다고 합니다. 어느 날 그는 이 시 ‘패랭이꽃’을 읊으며 혼자 한숨을 지었습니다. 이를 알게 된 예종이 감탄해 그를 옥당(玉堂, 한림원)에 특별히 천거했지요. 그러니 이 시가 그의 출세작인 셈입니다. ‘파한집’에 이 얘기가 실려 있습니다.그는 예종에 이어 인종의 총애를 받았고, 의종의 태자 시절 스승까지 맡았지요. <삼국사기> 편찬 감독관으로 김부식, 김효충 등과 함께 작업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말년의 인종에게 “의종을 특별히 잘 보필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의종을 가르쳤기에 누구보다 장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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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읽는 세상
TSMC "일본 2공장도 구마모토에 짓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의 규슈 구마모토 1공장을 찾았다. 최대 10조 원이 넘는 정부 보조금을 지급하는 만큼 고용과 투자의 파급효과를 극대화하려는 목적에서다. TSMC는 1공장과 같은 구마모토 기쿠요마치 지역에 2공장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일본의 ‘반도체 부활’ 움직임이 갈수록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7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지난 6일 TSMC 구마모토 1공장을 방문해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 등을 만났다. 지난 2월에 개소한 이 공장은 시험 생산을 거쳐 올해 4분기 본격적인 상업 생산을 시작한다. 12~28nm(나노미터, 1nm는 10억분의 1m) 수준의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를 월 5만5000장 이상 제조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이 공장 투자비 1조3000억 엔(약 11조5000억 원)의 절반에 달하는 4760억 엔을 지원한다.기시다 총리는 TSMC 구마모토 1공장에 대해 “일본 전체에 큰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라며 “현지 경제성장이나 임금인상, 고용 확대에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1공장의 현지 조달률이 2030년 6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에 근거한 것이다. 규슈경제조사협회는 구마모토 지역 반도체 관련 설비투자의 경제 효과가 2021년부터 10년간 10조5360억 엔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웨이 CEO는 기시다 총리에게 구마모토 2공장과 관련, “1공장이 있는 기쿠요마치에 건설한다”고 밝혔다. 2공장 건설 계획은 있었지만 구체적인 입지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2공장은 연내 건설을 시작해 2027년 말에 가동할 계획이다. 일본 내에선 가장 첨단인 6nm 수준의 반도체를 생산한다. 일본 정부는 이 공장에도 7320억 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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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교양 기타
AI가 몰고 온 일자리 변화
주니어 생글생글 제108호 커버 스토리 주제는 인공지능(AI)과 직업의 변화입니다. AI가 여러 분야에서 인간을 대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의사, 변호사, 펀드 매니저 등 다양한 직업이 AI의 등장으로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기술 발달로 사라지는 직업도 있지만, 새로 생겨나는 직업도 있다는 점을 설명했습니다. 꿈을 이룬 사람들에선 오픈AI 공동 창업자 샘 올트먼이 AI 산업의 거물로 떠오른 과정을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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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자존감 기르면 자신감 올라…독서·경제관념도 필수
자존감과 자신감은 비슷한 듯하나 분명히 다르다. <믿음 주는 부모 자존감 높은 아이>의 현승원 저자는 자존감을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꽃피는 열매”라고 정의한다. 자신감은 “외부의 환경과 비교해 내가 우위에 있을 때 깃드는 감정”으로 풀이했다. 어느 것이 더 힘 있을까. 당연히 자존감이다. 자신감은 우위였던 것들이 바뀌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쓰리제이에듀’ 대표 강사인 현승원 저자는 본명보다 ‘존쌤’이라는 애칭으로 더 유명하다. 현재 온·오프라인 블랜디드 지식 공유 플랫폼 기업 (주)디쉐어 의장으로 1000명이 넘는 직원을 이끌고 있다.대학생이던 2005년에 영어 강사로 시작해 영어 교육 사업가가 된 저자는 자신의 성공이 ‘자존감’에서 비롯했다며 자존감을 기르라고 강조한다. 자존감이 강하면 자연스레 자신감이 올라간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학생들에게 강연할 때 “성적이 낮을수록 자신감을 가져라. 현재 성적을 보고 한숨짓지 말고 앞으로 성취할 성적을 상상하며 자존감을 높여라”라고 강조한다. 세금 5억 원 내는 강사 보고 꿈 결정어릴 때부터 공부를 못했다는 그는 대학에 떨어진 뒤 재수하던 어느 날, 인터넷 강사의 “세금을 5억 원이나 냈다”는 말에 정신이 퍼뜩 들었다. ‘대체 1년에 얼마를 벌었길래’라는 생각과 동시에 ‘강사가 되고 싶다’는 꿈이 찾아왔다. 그나마 잘하는 국어 강사가 될까 고민 중일 때 동생이 “영어를 해보는 게 어때?”라는 말에 영어 강사로 목표를 바꾸었다.세상에서 가장 재미없고 지루한 일이 영어 단어 외우기이던 그는 그야말로 피나는 노력을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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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세상
개기일식 관측하는 미국인들
지난 8일 미국 필라델피아 스워스모어 대학에서 학생들이 개기일식을 관측하고 있다. 이날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멕시코 등지에서는 북미 대륙에서 7년 만에 관측된 희귀한 우주 쇼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하던 일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작은 사진은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 모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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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정부의 은행'이자 '은행의 은행'…발권력으로 통화량 조절
중앙은행은 M1, M2, Lf로 측정되는 통화량의 기초를 이루는 현금을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현금을 발행하는 기능을 ‘발권력’이라고 부르는데, 중앙은행은 한 나라 안에서 독점적으로 발권력을 갖는다. 현대의 중앙은행이 공급하는 현금은 앞서 배운 것처럼 태환 능력이 없음에도 독점적 발권력을 바탕으로 발급하기 때문에 국민의 신뢰를 얻어 각국에서 화폐로 사용된다. 독점적 발권력을 가지고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현금을 ‘본원통화(monetary base)’라고도 한다. 이는 한 나라 안의 통화량 크기를 결정하는 데 가장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현금이기 때문에 붙은 명칭이다. 결국 중앙은행은 시중에 유통되는 본원통화의 양을 조정해 시중의 통화량을 결정하는 것으로, 이번 주에는 중앙은행과 본원통화에 대해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지금의 역할과 유사한 최초의 중앙은행은 1694년에 설립된 영국의 잉글랜드은행(Bank of England)이다. 물론 이 은행이 처음부터 중앙은행의 모습으로 출발한 것은 아니었지만 재정적 위기에 처한 정부가 이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빌리고,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는 은행권을 발행할 수 있는 특혜를 주면서 이 은행의 은행권은 신뢰성이 높아지게 되었다. 당시만 해도 하나의 은행이 아닌 여러 은행에서 다양한 은행권을 발행하고 있었다. 잉글랜드 은행은 정부의 보증을 받게 되면서 더 많은 사람이 이 은행의 은행권을 사용하고, 현금의 독점적인 발권자가 되면서 중앙은행으로 발전한 것이다. 이후 각국에서도 정부에 의해 발권력을 독점적으로 인정받은 은행이 중앙은행의 지위를 갖고, 이들 은행이 현금을 발행하는 화폐 시스템이 자리 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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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기타
지위 상승한 예술가들 뒤엔 고리대금업자가 있었다
원시 시대 배경의 영화를 보면 인간과 유인원 중간쯤 되는 존재들이 동굴 안에 모여 구질구질하게 살아간다. 오래된 편견으로 근거 없는 설정이다. 빙하시대 절정기를 제외하면 인류는 대부분 넓게 트인 곳에서 생활했다. 그럼 동굴의 용도는 무엇이었을까. 저장소이자 집회나 예식을 치르는 장소, 그도 아니면 별장이었다. 동굴은 오랫동안 사물을 보존하는 데 적합하다. 자연히 원시 인류 유산의 대부분이 동굴에서 발견됐고(들판에서의 삶의 흔적이 남아 있을 리 없지 않은가), 이 때문에 우리는 선사시대 인류가 동굴로 주택 문제를 해결했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동굴마다 빠지지 않는 게 벽화다. 보통은 동물이 오브제인데, 몸통마다 돌로 찍은 흔적이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사냥의 성공을 기원하기 위해서라는 이야기와 너무나 잡아먹고 싶은데 사냥감의 속도며 중량에 절망한 끝에 군침만 흘리며 벌인 정신 승리였다는 가설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이 그림이 음향적으로 가장 울림이 깊은 곳에 그려져 있었다는 것이다. 동굴의 용도가 주거가 아니라 예식 등이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이곳에 그림을 그린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무리 중에 가장 귀가 예민하고 손재주가 뛰어난 사람, 즉 예술가였을 것이다. 보통 2인 1조로 작업했을 텐데(가정이다) 음향 담당이 미술 담당에게 동굴 이곳저곳에서 소리를 질러보라고 한 뒤 장소를 확정하면 미술 담당이 벽에 들소를 그렸다. 가장 큰 역할이었지만 그럼에도 이 공간은 예술가의 것이 아니었다. 주인공은 제사장이었고, 예술가는 하잘것없는 무대와 소품 책임자였다(이문열의 소설 <들소>에는 원시 예술가가 어떤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