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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 보호 못받는 5인 미만 사업장
지난 2월 경기 남양주시 A플라스틱 공장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누적 확진자가 늘어가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사업주는 사업 손실을 이유로 노동자 10여 명을 집단 해고했다. 노동자들이 확인한 근로계약서에는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가 있었다.이 회사는 5인 이상의 노동자를 고용한 하나의 사업체를 운영했지만 서류상으로는 달랐다. 사업장을 여러 개로 쪼개 등록해 5인 미만 사업장 행세를 한 것이다. 근로기준법에 ‘상시 노동자가 5인 미만인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 일부를 미적용한다’는 조항을 악용한 것이다.그렇다면 5인 미만 사업장은 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일까. 헌법재판소가 판시한 바에 따르면 근로자 수를 기준으로 한 근로기준법 적용은 소규모 사업장의 경제적 취약성과 국가 근로감독 능력의 한계를 고려한 것이다. 또 법과 현실의 괴리를 막기 위한 입법 정책적 결정이므로 차별이라 볼 수 없다는 것이다.하지만 권리찾기유니온의 입법제안운동 자료집에는 5인 미만 사업장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겪는 차별과 현실이 담겨 있다.제화 노동자인 A씨는 매일 아침 출근해 정해진 물량을 모두 마쳐야 한다. 다 끝내지 못하면 휴일에도 나와 일을 해야 한다. 근로자라면 누구나 받아야 하는 퇴직금을 받기 위해서는 소송을 통해 A씨가 노동자임을 증명해야 한다. 식당 노동자인 B씨 또한 5인 이상 사업장에서 근무하지만, 사측이 서류상으로 꼼수를 써 5인 미만 사업장으로 만들었다. B씨는 열악한 환경과 과중한 업무로 휴식 시간도 보장받지 못하며 11시간씩 초과 근무를 한다. 수차례 근로 환경 개선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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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민주화 위한 희생이 헛되지 않기를
지난 2월 1일, 미얀마에서 세 번째 군사쿠데타가 일어났다. 작년 11월 치러진 총선에서 아웅산수치의 국민민주연맹이 압승(득표율 83.2%)을 거두며 대부분의 의석을 가져간 게 화근이다. 군부는 의회 의석의 25%를 가지는 유리한 제도에도 불구하고 참패를 당했다. 군부는 이런 상황을 ‘선거 조작’이라고 주장하며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다. 미얀마는 군부의 힘이 강해 겉으로는 민주주의를 외치고 있지만 실제로는 군부가 나라를 운영하고 있었다.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며 시민들이 항쟁한 사건은 우리나라에도 있다. 1980년 5월 18일, 광주시민들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 군부에 항거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 항쟁을 시작했다. 미얀마 민주화 운동과 5·18 민주항쟁 모두 군부가 강경 진압하며 많은 사상자가 나왔다. 미얀마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1일부터 7월 초까지 군경에 의해 사망한 사람은 약 890명, 체포된 사람은 약 6000명이다. 5·18 때는 165명의 사망자가 나왔다.두 사건 모두 군부가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특수부대를 투입했다. 강경 진압이 시작되자 시민들은 무장했다. 대한민국은 5월 21일 시민군이 전남도청에 있는 계엄군을 몰아냈다. 미얀마도 시민들이 5월부터 무장을 하며 군부의 진압에 맞서 싸우고 있다.미얀마와 5·18이 비슷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언론에 관한 것이다. 두 사건 모두 군부가 언론을 통제하며 사실을 은폐하려고 했다. 5·18은 군부가 광주를 고립시키고 언론을 통제했다. 당시 서울이나 다른 지역의 뉴스에서는 ‘시민 폭동’ ‘북한 간첩의 침입’ 등으로 보도됐다. 5·18이 제대로 알려지기까지는 8년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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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의 민주화를 돕는 무역 제재
한국은 미얀마의 10대 교역국 중 하나다. 미얀마 군부의 주요 무역물자 14개 중 6개는 한국 기업 제품이다. 우리 기업은 미얀마 군부가 운영하는 미얀마경제홀딩스(MEHL)를 파트너로 삼고 있다. 민아웅훌라잉 사령관이 MEHL 최대주주이고, 지난 20년간 전·현직 군인들이 받아간 배당금은 180억달러에 달한다.올해 2월부터 미얀마에서는 민아웅훌라잉 사령관의 쿠데타로 인한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미얀마 국민은 한국에 도움을 요청했고, 한국 정부는 미얀마와의 전쟁 물자 관련 무역에 제재를 걸었다.무역에서 최우선으로 추구해야 할 것은 이익이다. 정서적으로 등진 기업과 협업하고, 도덕적이지 않은 기업과도 교류하는 일이 발생하는 걸 보면 세계 무역은 실익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세계 무역의 흐름 속에서 미얀마를 비롯한 다양한 국가에 대한 한국의 무역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많은 국가와 기업이 자국의 이익과 도덕적 가치 사이의 기로에서 미얀마에 대한 무역제재를 고려하고 있다.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는 기업 입장에서는 딜레마가 될 수 있다.그러나 60년 동안 외교관계를 이어오고, 다양한 문화 교류 등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던 미얀마에 이익 중심의 세계 무역 흐름을 뒤로하고 제재를 내린 것은 간접적으로나마 미얀마의 민주화를 도우며, 한국이 인권을 최우선시하는 모습을 세계에 직접적으로 보여준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타국이 선택을 망설이는 지금이 미얀마의 민주화를 돕고, 한국이 미얀마 쿠데타의 군부 물자 수입 차단을 앞장서는 모범 사례가 될 것이다.한국 정부의 용기가 세계 각국이 미얀마 국민의 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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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변화하는 여행 트렌드
관광산업은 외화 획득의 효율적인 방안이 될 뿐만 아니라 국제 친선, 문화 교류 등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지역사회의 성장을 위해서도 관광산업은 꼭 필요하고 지속돼야 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수도권이 경제 기반의 핵심인 나라에서는 지역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관광산업은 매우 중요하다.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에는 관광산업과 여행 문화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유명 관광 명소의 방문, 현지인들이 가득한 식당에서의 식사 등은 더 이상 자유롭게 허락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사람들이 여행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고, 관광산업에도 변화가 필요해졌다. 그렇다면 코로나19로 인해 관광산업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첫째, 정보 제공이 중요해질 것이다. 이제는 여행을 계획할 때 반드시 준수해야 할 수칙이 생겼다. 여행 지침과 관광지의 최신 정보를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다. 관광객들은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전달해주는 여행사가 필요할 것이다.둘째, 이전에는 붐비는 도시나 핫플레이스가 주요 관광지였다면 이제는 예방 조치나 감염률 등이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안전과 신뢰성이 관광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되므로 사람들이 선호하는 여행 장소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셋째, 준수해야 할 수칙이나 코로나19 대응 방법에 따라 항공사나 여행하는 방식의 선택도 달라질 것이다. 기내 방역 수칙과 위생 기준이 항공사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비용을 절약하고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단체관광은 코로나19가 지속되는 한 실행되기 어려울 것이고,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을 것이다.코로나19 시대에 관광산업은 심각한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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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진로프로그램으로 확인한 미적분의 쓸모
수학은 왜 공부해야 할까. 기초를 이해하고 응용력을 갖추기까지 많은 시간을 들이고 노력해야 하는 것은 모든 공부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이야기지만, 수학은 투자한 시간 대비 세상을 살아가는 데 몰라서는 안 될 만큼 중요하다는 생각이 와 닿지 않았다. 이번 여름방학에 찾아가는 대학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서울대학교 평생교육원이 주관한 ‘눈으로 이해하는 인공신경망과 미적분’이란 강좌를 듣고, 《미적분의 쓸모》라는 책을 읽어보기 전까지는 말이다.방학 동안 교내 프로그램 ‘인공신경망과 미적분’ 강의를 들었다. 인공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은 인간의 뇌와 같은 생물학적 신경망을 모방해 만들어진 통계학적 학습 알고리즘으로, 이를 사용해 만든 것이 딥러닝이다. 딥러닝에서는 인공신경망이 출력하는 값과 실제 정답의 차이인 손실함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분을 활용한 경사 하강법과 같은 최적화 방법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인공신경망의 학습 과정을 파이썬 언어 코딩으로 살펴봤던 시간이 인상 깊었다.수학의 한 갈래인 미적분은 생각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 생활과 관련돼 있고, 우리가 직접 느끼지 못하는 사회적 물리적 변화들을 계산하고 예측하는 데에도 중요하게 쓰이고 있다. 의료 분야에서는 2차원 이미지를 적분하는 CT 덕분에 암세포와 염증의 정확한 체내 위치를 확인할 수 있고, 최적화 알고리즘과 미분 덕분에 인공지능 빅스비와 시리가 사용자의 음성정보를 정확하게 처리해서 적절한 답변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사는 미분의 원리를 적용해 민간 로켓 추진체의 재사용을 연구하며 우주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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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의 저주'에서 배워야 할 것들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 투자를 잘못하면 돈을 다 날릴 수 있다.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는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투자를 잘하면 국고가 풍부해지지만 실패할 경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국제 행사도 넓게 보면 투자행위다. 막대한 돈을 들여 선수들과 관중을 불러들이며,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투자 행사 중 하나다. 특히 올림픽과 월드컵은 세계인이 환호하는 행사다. 기업들에는 최고의 마케팅 기회다. 세계 각국의 방송사들은 큰돈을 들여 방송권을 산다. 행사를 주최하는 국제기구는 표 가격과 중계권료 등을 통해 돈을 쓸어 담는다. 이런 선순환이 모두가 행복한 국제 행사의 모습이다. 국제 행사를 통해 불황에서 벗어난 사례도 많다.그러나 실패하면 큰 난관에 빠지게 된다. ‘올림픽의 저주’가 대표적 사례다. 올림픽을 주최한 국가가 올림픽 이후 빚더미에 앉는 현상을 말한다.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은 몬트리올의 지방 재정을 파탄시키며 캐나다 경제에도 악영향을 주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은 3차 산업인 관광에 치중돼 있던 그리스에 경제위기를 불러왔다. 2016년 리우올림픽은 경제 불황으로 연결됐다. 이번 도쿄올림픽도 코로나19 확산으로 무관중 경기를 열었고, 대회가 1년 연기되면서 시작 전부터 적자를 확정하고 말았다.이런 이유 중 하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표 가격과 중계권료를 독식하기 때문이다. 무리한 대회 주최도 원인이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월드컵과 엑스포도 상황이 다르다고 볼 수 없다. 독일이 막대한 투자를 해서 개최한 2000년 하노버 엑스포는 관람객이 목표치였던 4000만 명에 한참 못 미치는 2500만여 명을 채우면서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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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졌지만 잘 싸웠다"…성숙해진 올림픽 관람 문화
2020 도쿄올림픽이 지난 8일 폐막됐다.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이뤄진 터라 이번 올림픽에서는 이전과 사뭇 다른 모습이 많이 보였다. 특히 올림픽을 관람하는 사람들의 반응이 이전과 달라졌다. 과거에는 메달 색 또는 승패 여부를 중요시했다면 이번 올림픽에서는 메달 획득 여부를 떠나 선수 개개인의 노력을 인정해주고 그들의 사연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황선우 선수는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수영 50m, 100m, 200m 자유형 종목에 출전해 아시아 신기록을 썼다. 메달권에 들지는 못했지만 시청자들은 “졌지만 잘 싸웠다” “다음 올림픽이 기대된다”며 응원하는 모습을 보였다.방송사의 ‘메달 색깔’ 발언에 시청자들이 직접 나서서 방송사를 지적하는 일도 있었다. 유도의 안창림 선수는 남자 73㎏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아제르바이잔의 루스탐 오루주프 선수를 꺾고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에 한 방송사의 캐스터는 “우리가 원했던 색의 메달은 아닙니다만 우리 선수들이 지난 5년 동안 흘려왔던 땀과 눈물에 대한 대가로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은 이에 대해 “‘우리가 원했던 색의 메달은 아닙니다만’이라는 말은 선수의 노력을 폄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메달 색보다 선수의 노력 그 자체를 바라본 것이다.이번 올림픽에서는 우리나라 선수뿐만 아니라 상대 팀 선수들의 노력에도 박수를 쳐주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여자 단식 탁구에서 17세의 신유빈 선수는 58세의 니시아리안 룩셈부르크 선수와 겨뤄 승리했다. 41세의 나이 차를 뛰어넘어 명승부를 펼친 이들의 모습은 나이를 떠나 한데 겨루는 스포츠의 묘미를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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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올림픽을 통해 본 올림픽 후유증 '밸리효과'
코로나19 사태로 일본 도쿄올림픽 경기의 97%가 무관중으로 열렸다. 객석이 텅 비면서 도쿄올림픽은 커다란 적자 앞에 놓여 있다. 올림픽이 개최되면 지역경제가 살아나고 금전적 이익을 볼 것 같지만 마냥 그렇지는 않다고 한다. 올림픽 개최 이후 경기가 급속도로 침체되면서 밸리효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올림픽 후유증 또는 ‘브이-로 효과(V-low effect)’라고도 불리는 밸리효과는 올림픽을 치르기 전에 개최국이 경기장 시설과 도로 등의 기반시설, 숙박시설 등을 건립하고, 환경을 정비하는 데 막대한 투자를 함으로써 경기가 과열될 정도로 상승세를 타지만 올림픽이 끝나면 투자가 갑자기 줄면서 경기가 급속도로 침체에 빠져드는 현상을 말한다. 올림픽은 개최국에 천문학적 규모의 경제적 효과를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올림픽 후 물가 상승과 경제 성장 둔화, 자산가격 급락, 국가재정 부담 등에 시달리는 밸리효과가 종종 일어났다.1976년 올림픽을 치른 몬트리올은 올림픽을 개최하는 데 들어간 돈이 당초 예상의 20배를 넘어 빚더미에 올랐다. 시민들은 올림픽으로 진 빚을 갚느라 30년간 올림픽특별세를 부담했기 때문에 ‘몬트리올 함정’이라는 말이 나왔다. 몬트리올 주 경기장은 ‘대실수’ ‘빚더미’ 같은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캐나다는 이때 진 빚을 2007년에야 다 갚았다고 한다.1984년 로스앤젤레스(LA)올림픽부터 2004년 아테네올림픽까지 여섯 차례 올림픽 동안 경기침체를 겪지 않은 올림픽은 1996년의 애틀랜타올림픽뿐이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 후 한국은 주식과 부동산시장이 급격히 붕괴되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도 그리스 정부에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