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기자
-
생글기자
남한은 북측에 어디까지 허리를 숙여야 하나
지난 9월 평양회담 당시 방북한 남한 측 기업인에게 이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지금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라는 무례한 발언을 내뱉은 것으로 전해져 파문이 일고 있다. 이는 처음 있었던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본인들은 남한 초청자들을 맞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는데, 우리 측 기업 총수들이 빈손으로 왔다고 기분이 상해 대놓고 면박을 준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식사 자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 있었다. 이 위원장의 무례한 발언은 지난달 29일 국정감사에서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밝힌 것이다.이 위원장이 남한 측 간부들과 만남을 가질 때 호전적인 발언을 한 것이 비단 이번뿐만은 아니다. 지난 10월5일 고위급회담 당시 시계가 고장 나 늦은 조명균 통일부 장관에게 “시계도 관념이 없으면 주인 닮아서 저렇게 (늦게) 된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이 위원장의 무례한 발언은 이번이 네 번째가 되며 남한에 대한 북한의 태도에 공식적으로 항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이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여야가 진위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남한의 대처와 북한에 대한 저자세에 대해서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1일 이 위원장의 ‘냉면 발언’에 관해 국가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며 정부 차원의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은 ‘냉면 발언’ 소식을 접한 뒤 이 위원장의 계속되는 무례한 발언에 “누구를 위한 대북정책인가”, “자존심 상하는 발언에 꼼짝 못 하는 정부”와 같은 분노가 섞인 글들을 SNS에 게시했다. 이 위원장의 발언만이 문제
-
생글기자
'꼰대'라는 이미지에 대한 위험한 편견
최근 한 케이블방송 채널에서 젊은 연예인들을 출연시켜 그 사람에게 ‘꼰대’ 기질이 얼마나 있는지를 몰래카메라 방식으로 촬영한 후 10대, 20대, 30대 대표로 참석한 패널단에 보여주고 그들의 투표 결과를 통해 출연자가 꼰대인지 아닌지를 판명해보는 오락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다.꼰대는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늙은이를 이르는 은어, 또는 선생님을 이르는 학생들의 은어로 표기돼 있다. 요즘 학생이나 젊은 층은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해 그것만이 옳다고 주장하며 남을 가르치려 드는 행동을 일컬어 ‘꼰대스럽다’고 하고, 온라인에서는 꼰대력을 측정하는 테스트도 등장했다. 이를테면 내가 틀렸을 리 없다, 내가 아는 것은 상대방도 당연히 알아야 한다, 묻지도 않은 걸 자꾸 가르친다(TMI: Too Much Information), 남이 틀린 건 반드시 지적한다 등의 문항에 대해 ‘맞다 vs 아니다’를 표시하는 식이다. 은어 꼰대에서 파생된 신조어와 이런 테스트가 매체를 타고 빠르게 퍼지면서 기성세대들은 꼰대, 오래된 것은 나쁜 것, 버려야 할 것이라는 이미지가 고착되고 있는 상황은 청소년들에게 기성세대에 대한 편견과 왜곡된 인상을 심어줄 수 있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 의견이나 성향의 차이를 두고 세대를 나눠 꼰대라 칭하면서 한쪽은 옳고 다른 한쪽은 틀렸다는 식의 흑백논리로 다투는 일은 우리가 자신을 제한된 생각의 틀에 가두는 일이다. 앤드루 클레먼츠가 쓴《프린들 주세요》라는 책에서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많던 한 아이가 따분한 선생님의 수업에 대항해 ‘펜’을 ‘프린들’이라고 불렀고, 그 엉뚱한 신조어가 전국적인 인기를
-
생글기자
'헨리 조지'식의 '토지 공유화' 경계해야
옛날에 ‘하늘 아래 왕의 땅이 아닌 곳이 없다(普天之下莫非王土·보천지하 막비왕토)’는 말이 있었다. 과거에 국가는 토지를 국민 전체의 복리 증진을 위한 공동 기반으로서 공적 재화임을 고려해 그 소유와 처분에 대한 적절한 유도와 규제를 가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오늘날은 극소수 사회주의 국가를 제외하고는 토지를 공적 재화가 아니라 사적 재화로 규정하는 토지사유화를 인정하고 있다.진보성향의 국내 지식인들에게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진 미국의 사상가 헨리 조지(1839~1897)는 토지가 사유화되면 지주가 토지의 자유로운 이용을 제한하고 노동자들의 생산물 중 많은 부분을 지대로 빼앗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원천적인 권리가 침해된다면서 토지에 대한 천부적 공유권 회복을 위해 지대를 100% 징수하는 토지단일세를 통해 토지를 ‘공유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는 어린 나이에 학업을 중단하고 선원으로 일하다가 대륙횡단철도 개통 소식을 듣고 금을 찾아 서부로 향했다. 그곳에서 대륙횡단철도를 따라 땅값이 급등하고, 입지 좋은 땅을 소수의 지주들이 장악하고 있는 현상을 목격했다. 어릴 적 그의 경험이 지대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고 볼 수 있다. 그의 논리 중 하나는 땅 없이는 노동, 자본, 산업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토지에 대한 사유권 인정을 공기나 물에 대한 사유권 인정에 비유했다. 공기가 사유화된다면 노동의 산물에 대한 사유권 행사는 고사하고 생존 그 자체가 위협받는다는 것이다. 그는 또 토지를 가진 사람과는 아무도 공정한 거래를 할 수 없게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사유화된 토지를 몰수해 국유화하는 것은 결코 최선책
-
생글기자
학과 개편으로 새로운 길 찾는 특성화고
특성화고에 있어 가을은 홍보의 계절이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특성화고에 대한 편견이 지속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저마다 학교의 특색을 내세워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다. 최근에는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근로 중심에서 벗어나 학습 중심 현장실습 제도가 도입되면서 학생들의 참여율과 취업률은 점점 떨어져 신입생 모집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학생들의 취업과 진학을 모두 모색할 수 있는 학과 개편을 통해 특성화고의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대전에서도 12개 특성화고 중 6개 학교가 학과 개편을 단행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과학인재를 육성하는 드론전자과, 부사관 자질과 능력을 갖춘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는 부사관과, 기존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제과제빵과, 미용뷰티과 등 다양한 학과를 신설해 교육 수요자의 요구에 맞는 특성화 교육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내가 다니는 대전신일여고도 올해 기존 예술계열의 만화예술, 디자인에 이어 미디어예술과를 신설해 디지털미디어 시대에 맞춤한 새로운 인재를 육성하고자 하는 교육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미디어예술과에서는 학생들이 컴퓨터그래픽, 미디어콘텐츠 제작, 광고 제작, 사진 촬영 등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배움으로써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디지털 혁명을 선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새로운 산업 환경에 맞는 인재를 키운다는 게 학과 개편의 목적이다.2018학년도 특성화고 신입생 모집에서 서울, 경기는 물론 전국적으로 대규모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특성화고는 학과 개편은 물론 교명을 변경하며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학생들의 관심과 요구를 고려해 이뤄진 학
-
생글기자
세계화시대에 걸맞은 방역체계 만들어야
“한창 기세를 떨칠 때는 어떤 사람이 밤중에 죽어서 장례식을 하러 온 친구 2명, 임종을 지켜보러 온 신부, 시체를 나른 사람까지 4명 모두 그 다음날 아침부터 영원히 일어나지 못한다.” “몇몇 친구와 모여서 점심을 먹고 나서는 저녁은 저승에 있는 조상님들과 먹는다.” 이것은 14세기 중세에 유행한 흑사병에 관한 이야기다. 흑사병은 1347년에서 1351년 사이에 7500만 명에서 2억 명의 인구를 죽음에 빠트린 최악의 역병이다. 오슬로대와 페라라대 공동 연구팀은 흑사병의 주원인에 대해서 연구했다. 미국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에 게재된 이 연구에 의하면 “쥐와 쥐가 옮긴 벼룩이 흑사병의 주범으로 인식돼 왔지만,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역사적, 고고학적 증거가 부족하다. 우린 이번 연구를 통해 인간을 숙주로 삼는 이와 벼룩 같은 체외 기생충이 산업화 이전 유럽에서 전염병을 옮겼다고 본다. 인간은 전염병 전파에 쥐보다 더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인간이 아니라 쥐가 흑사병의 주범이었다면 전염속도가 그렇게 빠를 수 없었을 거라는 결론이다.질병을 옮기는 주원인이 인간이라는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우리는 ‘세계화 시대’에 어울리는 방역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흑사병이 유행한 당시 인류의 이동수단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흑사병은 유럽에 오래 머물렀고, 18세기에 들어서야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근래에 세계를 휩쓴 바이러스 공포를 생각해보자. 지난 20년간 횡행한 가축질병은 무려 600여 종에 이르고, 우리나라만 해도 괴상한 바이러스 질병들이 잊을 만하면 한 번씩 급습했다. 경제 행위가 세계화하는 속도만큼이나
-
생글기자
카풀 서비스를 계기로 생각하는 '공유경제'의 빛과 그림자
최근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 도입과 관련해 공유 경제와 그 효용성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공유 경제(Sharing Economy)는 다수의 사람이 재화를 함께 사용하고 소비함으로써 자원 활용을 극대화하는 경제활동 방식으로, 역사적인 맥락에서 본다면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를 기조로 하는 20세기 자본주의 경제에 반하여 생겨난 것이다. 공유 경제는 일종의 상위 개념의 용어(umbrella term)로 협력적 소비, 협력 경제, 피어 경제(Peer Economy)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한마디로 말해 공유 경제는 ‘협력과 나눔’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 개념이라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나 파이낸셜타임스의 몇몇 경제 전문가는 공유 경제가 모호하고 잘못된 명칭이라며, 대신 ‘접근 경제(Access Economy)’라는 용어를 제안하기도 한다.공유 경제가 본격적으로 조명받게 된 계기는 바로 에어비앤비(AirBnB)의 등장과 관련이 있다. 2008년 8월 브라이언 체스키와 조 개비아, 네이선 블레차르지크 등이 공동 창업한 에어비앤비는 숙박시설과 여행객을 연결해주는 서비스 모델을 통해 공유 경제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입증한 바 있다. 이와 함께 2010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된 우버(Uber) 서비스는 공유 경제의 또 다른 성공 모델로 각광받았다. 스마트폰 앱으로 택시가 아니라 일반 차량을 배정해주는 교통 중개 서비스인 우버는 우리나라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카카오 카풀과 개념상 거의 동일하다.공유 경제의 장점은 말 그대로 재화를 공유함으로써 얻게 되는 자원 절약과 환경보호, 비용 절감의 측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공유 경제의 유용성에 주목하는 이유는 사회적으로 공동체 의식과
-
생글기자
한국과 일본, 진정한 이웃 국가 되기를
2018년 10월10일과 11일, 제주에서 열린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에 옆 나라 일본이 불참했다. 왜 일본은 불참한 것일까. 일본은 이번 국제관함식에서 자위대의 자랑이라는 욱일기를 게양하고 참가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욱일기 대신 일장기 게양을 권유했다. 이것이 문제가 됐다. 논란의 욱일기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 사용한 전범기로,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깃발이다. 일본 국기인 일장기의 태양 문양 주위에 퍼져 나가는 햇살을 형상화했다. 독일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 문양 사용이 엄격히 금지되는 것에 비해 욱일기는 현재도 침략 역사를 부정하는 일본의 극우파 및 스포츠팬이 종종 사용하면서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이렇게 논란이 되고 있는 욱일기를 일본이 계속해서 당당하게 사용하는 이유는 2차 세계대전 직후 열린 전쟁범죄자를 심판하는 재판에서 ‘욱일기’ 사용을 금하는 내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제법상 일본의 욱일기 사용을 금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셈이다. 하지만 일제에 침략당한 대한민국, 중국, 동남아시아의 여러 국가는 과거의 아픔을 들추는 욱일기 사용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에서는 여태껏 욱일기를 사용했던 많은 기업과 유명인에게 국민이 직접 비난하며 금지해달라고 했지만 이번 사건은 정부가 나서 욱일기 사용 금지 요청을 했다. 결국 이번 욱일기 사건으로 일본 정부는 한국 측에 요청한 문재인 대통령의 연내 방일 실현을 단념하기로 방침을 굳혔다고 한다. 한국 정부가 전과는 달리 강한 대처를 했고 이 때문에 일본과 한국의 사이는 조금 멀어졌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얽히고설킨 역사 문제를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을 수는
-
생글기자
우리나라에서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이유
우리나라 고용시장에 어둠이 짙다. 실업자는 증가하면서 실업률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고용상황이 IMF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라는 분석도 많다. 그렇다면, 무엇이 취업을 준비하는 우리 학생들을 이렇게 힘들게 만들고 있는 것일까.무엇보다 경제의 부진이다. 고용시장은 경제상황을 그대로 반영한다. 경기가 좋으면 일자리가 늘고, 경기가 나쁘면 일자리도 줄어든다. 경기가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경영진은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인건비를 줄이려 구조조정을 하게 된다. 최근 우리나라 경제가 이런 모습이다.또한 지금은 3차 산업혁명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여서 인공지능의 발달에 따라 모든 것이 기계로 움직이고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인간의 필요성은 줄어들고 있다. 하물며, 수술마저 로봇이 해주는 인공지능수술도 생겼다. 4차 산업혁명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겠지만 이런 과도기적 상황에서 기존의 많은 일자리가 위협을 받는다. 고학력자들이 중소기업 등을 회피하는 것도 또 하나 이유다. 우리나라는 이른바 ‘학력 인플레’가 심한 나라다.이렇게 실업률이 증가함에 따라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층들을 위해 다양한 채용정보를 알려주는 사이트도 늘어나고 있다. 잡코리아, 독취사, 공취사 등 카페나 홈페이지를 이용해 시시각각 각 기업의 정보를 볼 수 있다. 연일 쏟아지는 고용시장 뉴스를 접하노라면 특성화고를 다니는 나조차 늘 불안하다. 특성화고는 인문계 학생들과는 달리 선취업이 목적이기에 실제 직장에서 필요한 실무를 공부하지만, 과연 “그 내용을 공부해서 회사에서 써먹을 수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정부에서는 ‘일자리 창출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