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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네마노믹스

    '어떤 삶을 살 것인가' 묻게 만든 선생님…공부·진학보다 신념대로 사는 삶 가르쳐

     문제 알고도 강행하는 ‘콩코드 오류’키팅 선생은 달랐다. 그는 아이들을 우수한 자원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학교를 기업의 인재양성 기관으로 여기지도 않았다.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대신 카르페 디엠, 현재에 충실하라고 아이들에게 당부했다. 마냥 놀라는 뜻이 아니었다. 그는 아이들이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들여다보고 주체적인 삶을 살길 바랐다. 입시가 아닌 인생을 위한 교육이었다.가장 큰 영향을 받은 학생 중 한 명은 닐이었다. 닐은 원하는 것을 하고 살아본 적이 없었다. 그의 아버지는 하버드에 입학해 의사가 되기 위한 활동 말고 아무것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랬던 닐이 친구들과 클럽 ‘죽은 시인의 사회’를 만들고, 꿈꾸던 연극에 도전한다. 그는 몰래 오디션을 보고 중요한 배역을 맡게 된다. 연극 전날 이를 안 아버지가 그만두라고 강요하지만 처음으로 거역한다. 닐은 연극에서 마음껏 재능을 펼친다. 관객과 단원 모두 극찬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닐을 집으로 끌고 온다. “널 위해 많은 희생을 치렀다”며 “하버드에 가 의사가 된 후에 마음대로 하라”고 분노한다. 좌절한 닐은 극단적 선택을 한다.연극을 본 아버지가 생판 남인 관객도 느낀 아들의 재능과 열정을 몰랐을 리 없다. 그러나 ‘하버드 출신 의사 아들’이라는 목표는 절대적이었다. 닐의 집은 웰튼의 다른 친구들처럼 부유하지 않았다. 그만큼 아들에게 투자한 돈과 시간이 크게 느껴졌을 터다.닐 아버지의 마음을 가늠할 수 있는 현상은 ‘콩코드 오류’다. 자신의 결정이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매몰비용 등을 이유로 인정하지 않다가 더 큰 실패를 하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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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문대 입학 = 좋은 일자리'는 기대효용의 함정…카르페 디엠 ! 수능이 인생의 성적표는 아니다

    “장미꽃 봉오리를 따려면 지금. 시간은 말없이 흐르고, 오늘 활짝 핀 꽃송이도 내일 질 것이다. 이런 감정을 라틴어로 ‘카르페 디엠’이라고 한다. 현재를 즐기라는 뜻이지. 우리는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 여기 사진 속 60년 전 이 학교를 다닌 선배들의 얼굴이 있다. 희망찬 눈빛, 웃음 모두 여러분과 같지. 이들은 지금 어디 있을까? 소년 시절의 꿈을 한평생 마음껏 펼쳐본 사람이 이 중 몇 명이나 될까?”‘카르페 디엠’으로 잘 알려진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는 1950년대 미국의 보수적인 교육제도를 대표하는 웰튼 아카데미에 영어 선생 존 키팅(故 로빈 윌리엄스 분)이 부임하며 시작된다. 자율성이 억압됐던 학생들이 키팅 선생의 가르침과 시를 통해 주체적인 인간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았다. 영화감독 톰 슐만이 실제 모교에서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했다. 확률 낮아도 효용 크면 ‘베팅’영화의 배경인 웰튼 아카데미는 미국 최고의 명문 학교다. ‘아이비리그 진학률 75%’가 가장 큰 자랑이다. 이곳의 모든 수업과 규칙은 입시 위주다. 그래서 학부모에게 인기가 많다. 영화의 시작인 웰튼의 입학식에 참석한 학부모들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넘친다.웰튼의 최고 모범생 닐 페리(로버트 숀 레오나드 분)와 친구들, 부모의 성화로 전학 온 토드 앤더슨(에단 호크 분)까지. 2학년이 된 16살 소년들에게 이곳은 ‘헬(hell·지옥)튼’이다. 첫날부터 수업을 빼곡히 듣고 스터디 그룹을 짜 공부를 해야 한다. 동아리와 학생회 등 과외 활동은 교장이 지정한다.낯선 풍경은 아니다. 한국도 뒤지지 않는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명문대에 보내기 위해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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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어진 거리두기에 일상이 된 비대면 만남…걱정마세요, 마음까지 멀어지지는 않아요

    구독경제 체제 아래서는 ‘어떤 상품을 만드느냐’보다 ‘기존 상품을 어떻게 구독하도록 만들까’가 기업들의 주된 고민이 된다. 같은 재화라도 구성과 포장을 그럴듯하게 해야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유명 유튜버들이 콘텐츠 시작과 끝마다 ‘구독’을 눌러달라고 신신당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구독’이 곧 ‘구매’가 되는 세상이 됐기 때문이다.‘지니TV’ 구독자 성현의 얼마 남지 않은 격리 일상은 어느새 수진의 일상으로 채워져 간다. 그의 격리 해제 전날, 수진은 홀로 캠핑을 떠난 모습을 유튜브에 생중계한다. 성현이 유학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함께 캠핑을 했던 곳이다. 이곳에서 함께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며 더 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냈지만, “프랑스에 같이 갈래?”라는 물음에 그녀는 확답을 하지 못했다. 성현은 실시간 채팅창에서 ‘전 남친과는 왜 헤어진 거냐’ ‘용서할 마음이 있느냐’는 등 마음속 남겨둔 질문을 줄줄이 남기며 듣지 못한 답변을 훔쳐본다.꼭 옛 연인의 방송이 아니더라도 유튜브, 넷플릭스 구독자 중 특정 방송이나 콘텐츠에 중독돼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경제학적 개념으로는 ‘현상 유지 편향’과 ‘소유 효과’가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어떤 대상을 소유하게 되면 더 많은 가치를 두고, 변화(다른 콘텐츠를 보는 것)를 회피하게 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 서비스도 다양한 알고리즘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가 ‘구독’이나 ‘몰아보기’를 하도록 끊임없이 유도한다.어쩌다 보니 매달 일정 금액을 납부하는 유료 구독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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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어진 연인이 말한다 "구독, 좋아요! 눌러주세요"…'원격'이 일상이 된 세상…이별도 단절이 아니네

    “삑. 정상입니다. 격리 수칙 확인하시고요.”예기치 않은 코로나19 사태에 프랑스에서 급히 귀국한 성현(김주헌 분)은 14일간의 자가 격리에 들어간다. 넓지 않은 도심의 오피스텔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리 많지 않다. 2주간 맞닥뜨려야 할 긴 자신과의 싸움이 막막하기만 하다. 그러던 중 친구로부터 옛 연인 수진(김고은 분)이 유튜브에서 브이로그(일상을 촬영한 영상 콘텐츠)를 운영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지난 10월 개봉한 김지운 감독의 단편 영화 ‘언택트’는 코로나19 속 일상에서 과거에 헤어진 연인이 서로를 비대면으로 접하며 그리워하는 내용을 담은 로맨스 영화다. 국내 최초로 휴대폰 8K 영상으로 전 과정을 촬영해 모바일을 통해 상영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제는 일상으로 자리잡은 ‘언택트 시대상’을 실감나게 그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게으름 경제’가 부른 ‘배달 일상’영화 속 성현의 하루는 길고도 길다. 매일 공무원으로부터 ‘발열 증상이 없느냐’며 걸려 오는 전화가 얼마 되지 않는 외부와의 소통이다. 구청에서 보내준 즉석 조리식품 중 무엇을 먹어야 할까가 하루의 최대 고민이다. 손수 드립 커피도 내려 마셔 보고, 소파에 기댄 채 읽고 싶던 책도 훑어보지만 시간은 도무지 흐르지 않는다. 스르르 잠이 들었다가 깬 뒤 시계를 쳐다보지만 바늘은 더디게만 간다.답답한 일상이지만 살아가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 배달되는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고, 필요한 대부분의 물품은 온라인을 통해 배송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리의 일상도 마찬가지다. 이동 및 다른 사람과의 만남이 불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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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내 인종·성별 차별은 비효율 불러와···조직 경쟁력 떨어뜨린 경영자는 결국 도태

    경제학자들은 노동시장에서 일어나는 차별의 원인을 다양하게 제시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게리 베커는 ‘개인편견이론’으로 차별을 설명했다. 차별적인 고용주 및 동료 근로자 때문에 동일한 생산성을 가진 흑인·여성 근로자가 백인·남성보다 낮은 임금으로 고용된다는 게 이론의 핵심이다. 차별적인 고용주는 동일한 생산성을 지닌 근로자라도 인종 및 성별에 따라 다른 임금을 준다.<그림>은 차별적인 고용주 때문에 소수자가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는 현상을 도식화했다. 차별적인 고용주가 있기 때문에 노동시장에서 소수자 채용이 늘수록 어느 시점(A)부터 평균임금 대비 소수자의 임금을 뜻하는 상대임금은 줄어든다. 소수자의 사회 진출이 늘어 공급 그래프가 S1에서 S2로 이동하면 상대임금은 더 떨어진다. 상대임금이 올라갈 때는 시장에서 차별의 폭이 줄거나(D→D2) 차별하는 고용주가 줄어드는(A→A1) 경우뿐이다.근로자의 편견 때문에도 차별이 생긴다. 영화 속 캐서린의 사무실 동료인 폴은 캐서린에게 주요 정보를 검게 칠한 뒤 계산을 검토하라고 준다. 캐서린이 기존 백인남성 중심의 사무실 문화에 변화를 가져오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동료 근로자가 차별적이라면 고용주는 소수자를 고용할 때 이들의 반발을 감수해야 한다. 이 때문에 반발을 줄이는 손쉬운 방법으로 기존 근로자보다 소수자의 임금을 깎거나 기존 근로자의 임금을 더 주는 식으로 차별한다고 개인편견이론은 설명한다.경제학자들은 노동시장의 차별을 비효율로 바라본다. 동일한 생산능력을 지녔는데도 특정 집단에 더 높은 임금을 주는 것은 고용주와 근로자의 개인적 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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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컴퓨터만큼 계산 잘하는데, 흑인 여성이라 안된다?…차별·편견 날려보내자 '우주 가는 길'이 열렸다

    1960년대 미국은 조급했다. 러시아에 맞서 우주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었지만 한 발짝 뒤에서 쫓아가기 바빴다. 러시아가 유리 가가린을 태운 유인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동안 미국의 우주선은 대기권도 뚫지 못하고 불덩이가 됐다. 컴퓨터도 없던 시절. 미국 항공우주국(NASA) 직원들은 우주선을 쏘아 올리기 위해 손으로 수많은 계산을 해야 했다. 대다수를 차지하는 백인 남성 직원들이 우주선의 궤적을 그리고 계산을 하면 백인과 흑인 여성들이 계산을 복기했다.영화 ‘히든피겨스’는 사람이 우주에 가는 것보다 흑인과 백인이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게 더 어려워보이던 시절, NASA에서 계산을 담당하던 흑인 여성 세 명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능력 밖의 이유로 차별받던 주인공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능력을 펼치게 되는 게 핵심 줄거리다. 1958년부터 1963년까지 진행된 나사의 유인 우주선 프로젝트인 머큐리 계획에 크게 기여한 사람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차이를 차별하던 시대영화는 소수자가 노동시장에서 받는 직간접적 차별을 그렸다. 세 주인공은 흑인이라는 이유로 버스 뒤칸에 앉아야 하고, 사무실 커피포트조차 백인과 같이 쓸 수 없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릎까지 내려오는 치마와 굽 높은 구두를 신어야 하고 정부 관료가 참석한 주요 회의에는 참석할 수 없다. 주인공 중 한 명인 캐서린이 건물 밖에 있는 유색인종 여자 화장실을 쓰려고 빗속을 달리는 장면은 흑인 여성이 시달렸던 겹겹의 차별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세 주인공에 대한 차별은 직접적일 때도 있지만 간접적으로도 이어졌다. 간접 차별은 인종 및 성별을 기준으로 하지는 않지만 결과적으로 특정 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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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억 명의 '온라인 친구'를 얻었지만 1명 뿐인 절친을 적으로 만든 마크

    “100만달러보다 더 멋진 게 뭐게? 10억달러야.” 이 말 한마디에 마크는 숀에게 홀딱 빠진다. 광고를 유치해 수익을 내야 한다는 왈도의 제안은 무시한 채 마크는 숀의 제안대로 캘리포니아로 사업 중심을 옮긴다. “여름까지 100개 학교를 공략한다고? 난 2개 대륙을 공략할게.” 숀의 이 말은 현실이 된다. 페이스북은 순식간에 영국 등 해외 주요 학교로까지 발을 뻗친다.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마크가 빼앗아갔다고 생각하던 윙클보스 형제는 이 소식을 계기로 마크를 고소한다.초창기 페이스북이 다른 SNS와 가장 차별화된 점은 아무나 가입하지 못하는 배타성이었다. 마크의 첫 사업 제안을 들은 왈도도 “사회 구조가 가장 중요한 세상에서 배타성이 열쇠”라고 한다. 하지만 하버드대에서 인근 명문대로, 미국 대학들로, 세계 주요 대학으로 사업 범위를 넓혀나가며 페이스북은 점차 배타성에서 개방성 중심 전략으로 나아가게 된다. 윙클보스 형제가 내놓은 하버드대생만의 배타적인 SNS인 하버드커넥션은 여러 주요 대학에서 수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페이스북을 이길 수 없었다. 더 많은 친구가 가입한 페이스북을 버리고 하버드커넥션을 사용할 유인이 없어서다. 소비자가 어떤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하면 다른 비슷한 서비스로의 수요 이전이 어렵게 되는 현상을 ‘자물쇠 효과’라고 한다.뉴욕에서 홀로 광고를 유치하려고 백방으로 뛰어다니다 캘리포니아로 온 왈도는 마크가 CFO인 자신은 듣지도 못한,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마크는 한술 더 떠 왈도에게 숀과 자신의 방향을 따르지 않으면 함께할 수 없다고 말한다. 영향력이 줄어드는 걸 걱정한 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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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0달러로 시작한 하버드 천재의 SNS혁명 그도 몰랐다…'좋아요'가 부른 네트워크 효과

    노트북 앞에 앉은 마크 저커버그(제시 아이젠버그 분). 자신에게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에 대한 악담을 블로그에 퍼붓는다. “얼굴은 참 예뻤지. 걜 잊으려면 몰두할 게 필요해.” 그런 마크의 눈에 들어온 건 컴퓨터에 떠 있는 ‘커클랜드 페이스 북’. 마크가 있는 커클랜드 기숙사 학생들의 사진첩이다. 술에 취한 룸메이트가 이들의 사진을 비교하는 웹사이트를 개설하자고 제안한다. 마크는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굿 아이디어!” ‘배타성’으로 시작한 페이스북마크는 하버드대의 모든 기숙사 사진첩을 해킹한다. 친구 왈도 새브린(앤드루 가필드 분)의 도움으로 순위를 매기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하버드대 여학생들의 얼굴을 비교하는 사이트 ‘페이스매시’를 개설한다. 마크가 두세 명에게 보낸 웹사이트 링크는 입소문을 타고 순식간에 보스턴 일대 대학생 사이에 퍼진다. 갑자기 너무 많은 트래픽이 몰려 하버드대 서버가 오전 4시에 다운될 지경에 이른다. 결과는 세계 최고 대학으로 불리는 곳에서 6개월 유기정학 처분. 여성을 성적 대상화했다는 점에 모든 여학생의 기피 인물로 낙인찍히기까지 한다. 이 소식을 접한 윙클보스 형제(아미 해머 분)는 자신들이 개설하려는 하버드대생만의 배타적인 온라인 커뮤니티 ‘하버드 커넥션’의 프로그래머로 영입하려고 한다. “그럼 ‘마이스페이스’ 같은 다른 SNS와는 뭐가 다른데?” 마크의 질문에 윙클보스 형제는 이렇게 대답한다. “하버드대 이메일 계정.”마크는 ‘배타성’이라는 이 아이디어에 착안해 새로운 SNS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페이스매시에 사람들이 몰린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