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죽은 시인의 사회 下
문제 알고도 강행하는 ‘콩코드 오류’키팅 선생은 달랐다. 그는 아이들을 우수한 자원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학교를 기업의 인재양성 기관으로 여기지도 않았다.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대신 카르페 디엠, 현재에 충실하라고 아이들에게 당부했다. 마냥 놀라는 뜻이 아니었다. 그는 아이들이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들여다보고 주체적인 삶을 살길 바랐다. 입시가 아닌 인생을 위한 교육이었다.가장 큰 영향을 받은 학생 중 한 명은 닐이었다. 닐은 원하는 것을 하고 살아본 적이 없었다. 그의 아버지는 하버드에 입학해 의사가 되기 위한 활동 말고 아무것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랬던 닐이 친구들과 클럽 ‘죽은 시인의 사회’를 만들고, 꿈꾸던 연극에 도전한다. 그는 몰래 오디션을 보고 중요한 배역을 맡게 된다. 연극 전날 이를 안 아버지가 그만두라고 강요하지만 처음으로 거역한다. 닐은 연극에서 마음껏 재능을 펼친다. 관객과 단원 모두 극찬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닐을 집으로 끌고 온다. “널 위해 많은 희생을 치렀다”며 “하버드에 가 의사가 된 후에 마음대로 하라”고 분노한다. 좌절한 닐은 극단적 선택을 한다.
연극을 본 아버지가 생판 남인 관객도 느낀 아들의 재능과 열정을 몰랐을 리 없다. 그러나 ‘하버드 출신 의사 아들’이라는 목표는 절대적이었다. 닐의 집은 웰튼의 다른 친구들처럼 부유하지 않았다. 그만큼 아들에게 투자한 돈과 시간이 크게 느껴졌을 터다.
닐 아버지의 마음을 가늠할 수 있는 현상은 ‘콩코드 오류’다. 자신의 결정이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매몰비용 등을 이유로 인정하지 않다가 더 큰 실패를 하는 것을 뜻한다. 영국과 프랑스가 1962년 개발한 세계 최초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가 소비자의 외면으로 관리비용을 축내다 폭발사고로 인명피해를 낸 뒤 2003년 운항을 중단한 사건에서 유래했다. 어떤 삶을 살 것인가학교는 키팅 선생에게 닐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 아이들을 선동했다는 이유로 그는 웰튼에서 쫓겨난다. 키팅 선생과 아이들의 패배 같지만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그의 수업에 불만을 가졌던 라틴어 선생도 그를 따라하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키팅 선생을 배웅한다. 가장 내성적인 토드가 첫 번째로 책상 위에 올라서자 교장이 퇴학시킨다고 협박하지만, 수십 명의 아이가 따라 오르자 말리지 못한다.
지난해 11월 18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다. 대학의 통보를 기다리는 이 시기가 세상의 전부처럼 느껴질 수험생들에게 ‘죽은 시인의 사회’는 힘주어 전한다. 입시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 삶은 그 자체로 가치 있으며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사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한 걸음 더 만약 닐이 무직이나 전과자 아버지의 아들이었다면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웰튼에 입학할 수 있었을까. 토드의 부모가 중산층이었다면 형제의 사립학교 등록금을 감당할 수 있었을까. 아이들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부모의 재력과 의지가 뒷받침됐기에 이들이 웰튼에 입학해 아이비리그의 꿈을 꿀 수 있었다.
최근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낸 책 ‘공정하다는 착각’은 이런 내용을 다루고 있다. 능력주의 사회인 미국은 능력이 뛰어난 자에게 더 많은 보상을 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전제로 모든 개인에게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완전히 공평한 기회는 찾기 어렵다. 기회도 부모의 사회적 지위와 재력 등 환경에 따라 결정될 수 있어서다. 샌델 교수가 우려하는 건 능력주의로 인한 사회의 분열이다. 그에 따르면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고 실패한 이들을 무시하기 쉽다. 그러나 소방관과 환경미화원처럼 고학력이 아닐지라도 사회에 기여 하는 사람들, 자신이 선택한 일을 통해 가족을 부양하고 공동체를 꾸려가는 평범한 이들이 존중받을 방법을 찾지 않는다면 사회는 지속되기 어렵다.
노유정 한국경제신문 기자 NIE 포인트1. 명문 학교를 지향하는 사람과 진학보다 행복을 추구하는 삶을 비교해 보자.
2. 직업을 선택할때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중 어느쪽을 선택해야 할까.
3. 매몰비용이 어떤 의미인지 알아보고 생활속의 사례들을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