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노믹스] 길어진 거리두기에 일상이 된 비대면 만남…걱정마세요, 마음까지 멀어지지는 않아요
구독경제 체제 아래서는 ‘어떤 상품을 만드느냐’보다 ‘기존 상품을 어떻게 구독하도록 만들까’가 기업들의 주된 고민이 된다. 같은 재화라도 구성과 포장을 그럴듯하게 해야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유명 유튜버들이 콘텐츠 시작과 끝마다 ‘구독’을 눌러달라고 신신당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구독’이 곧 ‘구매’가 되는 세상이 됐기 때문이다.

‘지니TV’ 구독자 성현의 얼마 남지 않은 격리 일상은 어느새 수진의 일상으로 채워져 간다. 그의 격리 해제 전날, 수진은 홀로 캠핑을 떠난 모습을 유튜브에 생중계한다. 성현이 유학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함께 캠핑을 했던 곳이다. 이곳에서 함께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며 더 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냈지만, “프랑스에 같이 갈래?”라는 물음에 그녀는 확답을 하지 못했다. 성현은 실시간 채팅창에서 ‘전 남친과는 왜 헤어진 거냐’ ‘용서할 마음이 있느냐’는 등 마음속 남겨둔 질문을 줄줄이 남기며 듣지 못한 답변을 훔쳐본다.

꼭 옛 연인의 방송이 아니더라도 유튜브, 넷플릭스 구독자 중 특정 방송이나 콘텐츠에 중독돼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경제학적 개념으로는 ‘현상 유지 편향’과 ‘소유 효과’가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어떤 대상을 소유하게 되면 더 많은 가치를 두고, 변화(다른 콘텐츠를 보는 것)를 회피하게 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 서비스도 다양한 알고리즘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가 ‘구독’이나 ‘몰아보기’를 하도록 끊임없이 유도한다.

[시네마노믹스] 길어진 거리두기에 일상이 된 비대면 만남…걱정마세요, 마음까지 멀어지지는 않아요
어쩌다 보니 매달 일정 금액을 납부하는 유료 구독 서비스를 장기 이용하는 소비자도 많다. 첫달만 무료로 결제를 유도한 뒤 계속 자동 결제를 하게 만드는 서비스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의 선택을 번복하기 싫어하는 소비자들을 노린 이런 기업들의 기술(?)을 ‘다크 넛지(dark-nudge)’라고 한다. 강압하지 않고 부드러운 개입으로 사람들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뜻하는 ‘넛지’의 반대 개념이다.

성현은 수진과 ‘보이지 않는 대화’를 나누다가 할 일이 남아 있음을 깨닫는다. 자가 격리가 풀리자마자 그는 캠핑장에 홀로 남아 있는 수진을 향해 달려간다. 그녀가 방송에서 ‘꼭 타보고 싶었다’고 말하던 2인용 자전거를 빌려 탄 채.

행동경제학의 가장 기본이 되는 이론 중 하나는 ‘손실 회피’다. 손실로 인해 주는 불만족이 이익이 가져다주는 효용보다 더 크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새로운 시도를 쉽사리 하지 못하고 현재 상황이나 판단에 머무르게 되는 이유다. 홀로 훌쩍 떠났던 성현도 이 이론의 벽을 넘지 못했었다. 그랬던 그가 영화 말미에는 비겁했던 비대면 세상 뒤의 자신을 내던지고 대면 세상의 그녀를 향해 나아간다. 어쩌면 어떤 경제학의 법칙도 사랑이라는 키워드를 낱낱이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일지도 모른다. 한 걸음 더영화 ‘언택트’의 마지막 장면에서 성현은 자전거를 탄 채 옛 연인 수진을 만나기 위해 전력질주한다. 캠핑장에 남아 있던 그녀는 성현이 오고 있다는 메시지를 받고 화들짝 놀란다. 수진은 성현을 어떤 방식으로 마주했을까.

성현을 먼저 찾은 것은 수진이 띄운 드론이었다. 드론은 다리 위를 전력질주하고 있는 성현의 모습을 포착한다. 드론이 둘 사이를 연결하는 첫 매개체가 된 셈이다. 드론은 최근 빠르게 진화하며 일상을 바꾸고 있다. 머지않아 드론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것으로 산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드론을 이용한 배송이다. 실제 아마존은 주문 상품을 30분 내에 배송하는 것을 목표로 ‘아마존 프라임 에어’라는 드론 배송 시스템을 시험 비행하고 있다. 드론은 운송·촬영·측량 등 수단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드론 택시’도 대중의 관심을 받는 분야 중 하나다. 지상 위 택시와 달리 도로 위 정체 없이 원하는 곳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영화 ‘언택트’의 배경이 10년 뒤였다면 어땠을까. 성현은 격리가 풀리자마자 자전거에 오르는 대신 드론 택시를 잡아타고 GPS를 찍지 않았을까.

정소람 한국경제신문 기자 NIE포인트1. 코로나 이후 나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생각해보자.

2. 코로나 이후 떠오른 산업 분야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3. 행동경제학의 기본 중 하나인 ‘손실회피’에 대해 학습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