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부담금이란 설탕이 첨가된 가당음료에 부담금을 매기는 것을 말합니다. 이를 통해 가당음료 소비를 줄이고 국민 건강 개선, 특히 어린이·청소년의 비만을 막자는 취지입니다.
부담금은 일반적인 세금과 달리, 특정 공익사업에 쓸 자금을 그 사업과 관련된 사람이나 기업 등에 부담시키는 제도입니다. 설탕부담금의 경우 설탕 소비 감축과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공익사업을 필요하게 만든 원인 제공자, 즉 가당음료 제조 기업으로부터 부담금을 거둡니다.
설탕부담금 도입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이 발의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토론회의 국회 측 주최자는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이었습니다. 서울대 교수 출신의 복지정책 전문가이기는 하지만, 법안을 발의한 여당 인사는 아니란 점을 염두에 두고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타당성 적다는 연구 결과서울대 경제학부 홍석철 교수팀의 연구 결과는 한마디로 설탕부담금 도입의 실익이 별로 없다는 겁니다. 정부나 공공기관은 새로운 제도나 정책, 사업을 추진할 때 먼저 그 타당성을 검증합니다. 이를 사업타당성 분석이라고 하는데요, 대표적으로 비용편익분석(Benefit-cost analysis)을 활용합니다. 이는 어떤 사업의 사회적 총비용과 총편익을 계산해 비교하는 겁니다. 여기엔 유형은 물론, 무형의 비용과 편익도 수치로 계산해 포함시킵니다.
그런데 설탕부담금의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은 0.04~0.09에 불과합니다. 이 비율이 1.0은 넘어야 사업을 추진할 명분이 서는데, 위의 수치는 너무 미미한 수준입니다. 100원의 비용을 들여 사업을 하면 사회적 후생이 4~9원밖에 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BC분석에선 제도 도입을 주장하는 측의 명분과 반대하는 측의 우려 사항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당음료 소비 감소로 비만·당뇨·고혈압 등이 줄어들어 발생하는 건강 편익(의료비 및 생산성 손실 절감)은 연간 44억~104억원에 이릅니다.
그런데 제도 도입 시 걷힐 연간 세수는 613억~2324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제조 기업이 내는 돈인데요, 이 비용의 82% 가량(502억~1905억원)이 가격에 전가될 것으로 연구팀은 봤습니다. 제품값을 올려 부담금을 소비자에게 전가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만큼 물가가 상승하고 가계 부담은 커집니다. 가격 전가분은 사회적 비용인데, 건강 편익은 그 크기의 10%도 안 됩니다. 또한 제조·유통 산업의 부가가치가 604억~1261억원 증발하고, 일자리도 889~1854개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도입 반대 측은 가격이 오르는 음료 대신 설탕 대체재인 제로슈거 제품들로 소비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있을 것으로 우려합니다. 실제로 연구에선 풍선효과로 인해 당초 기대편익의 최대 56%가 사라질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가당음료는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이나 청소년 등이 많이 소비하는데요, 가격 상승 부담이 이들 계층에 집중되는 부담금의 역진성도 문제입니다. 실제로 소득 하위 25% 가구의 소득 대비 부담금 비중이 상위 25%보다 약 20배 높은 상황이어서 소득 역진성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소비의 탄력성 정도가 중요
이렇게 경제이론에 기초했다면 괜찮은 정책적 시도가 아닐까요? 그런데 하나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즉, 경제이론에서 볼 때 설탕부담금이 성공하려면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높아야 합니다. 만약 가당음료의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잘 줄어들지 않는 수요의 비탄력성이 보인다면, 소비 감소와 이에 따른 건강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소비자 주머니만 터는 나쁜 준조세가 될 수 있죠. 과연 어떨까요? 여러분은 설탕부담금으로 가당음료 가격이 높아지면 소비를 얼마나 줄일까요? 이런 분석이나 전망 없이 피구세만으로 정책을 포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서울대 연구에서 건강 편익이 연간 예상 세수의 4~7%에 불과하다는 전망이 바로 가격 상승에 소비가 탄력적으로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풍선효과도 실은 비탄력적인 수요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부담금도 결국 '가격 규제'다음으로 해외 주요국에서 이런 부담금이 어떤 성과와 한계를 낳았는지 잘 살펴보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합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많이 다뤄졌겠지만,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세계 최초로 일명 ‘비만세(포화지방세)’와 ‘설탕세’를 도입했다가 실패한 나라로 덴마크가 있습니다. 덴마크는 2011년 포화지방세와 설탕세를 잇따라 도입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세금이 없는 독일이나 스웨덴으로 원정 쇼핑을 떠나는 사람이 급증하고, 국내 물가는 물가대로 크게 올랐습니다. 식품산업은 고용이 줄고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등 부작용이 극심해졌습니다. 결국 세제 도입 1년 여만인 2012년 말 제도를 전면 폐지했습니다. 예상을 넘어서는 부작용과 사회적 비용이 크다는 사실을 알고는 원점으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영국이나 멕시코는 가격 전가의 문제가 크게 나타났습니다. 즉, 세금 부과의 부담이 고스란히 저소득층 소비자에게 전가되거나, 제품 가격을 올리기 쉽지 않은 기업은 제품 용량을 줄이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배(건강 편익 등)보다 배꼽(가격 전가에 따른 세금의 역진성)이 더 크다는 사실을 확인한 겁니다.
결론적으로 어떤 정책의 실효성을 평가할 때는 ‘건강 증진’과 같은 명분상의 선의(Good intention)만 볼 것이 아니라, 실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 전체를 꼼꼼하게 비교하고 따져보는 게 먼저입니다. 지난 국회 토론회는 이런 연구 결과를 공유해본 자리라는 점에서 의의가 큽니다. 연구팀을 이끈 홍석철 서울대 교수는 “인과관계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도입하는 가격 규제는 물가만 자극하기 때문에 기업의 저당 연구개발 지원, 영양표시 강화 등 비가격 정책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