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수급자는 제도가 도입된 2014년 435만 명에서 올해 779만 명으로 크게 늘고, 투입되는 재정도 5조2000억원에서 23조1000억원으로 네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재정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치권은 왜 기존 복지 지출을 줄이는 데 소극적일까요? 비난받기 싫은 정치인이러한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개념 가운데 하나가 ‘비난 회피 동기(blame avoidance motivation)’입니다. 미국의 정치학자 켄트 위버는 유권자가 정책으로 얻는 이익보다 잃는 손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기 때문에 정치인이 인기 없는 결정에 따른 비난을 피하려는 동기를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새로운 복지 혜택을 만들면 수혜자는 늘어난 소득을 직접 체감합니다. 정치인도 정책의 성과를 알리기 쉽습니다. 반면 기존 혜택을 줄이면 손실을 보는 사람이 분명해집니다. 기초연금만 하더라도 매달 일정 금액을 받던 고령자 중 일부가 수급 대상에서 제외되면 그 손실을 바로 체감하게 됩니다.
반대로 복지 지출을 줄여 정부가 돈을 아껴도 국민 한 사람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크지 않습니다. 아낀 돈은 다른 복지나 교육, 국방 등 여러 곳에 쓰일 수 있기 때문에 개개인이 그 효과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복지 축소는 수혜자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고, 정치인에게 기존 복지를 줄이는 일은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표 계산과 개혁의 어려움여기에 선거가 더해지면 개혁의 정치적 부담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공공선택론에서는 정치인도 일반 경제주체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고 봅니다. 따라서 정치인 역시 재선과 정치적 지지 등을 고려해 정책을 결정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기초연금처럼 수혜자가 많은 제도의 지급 대상을 줄이면 반발이 커질 수 있고, 정치인은 이것이 표의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고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복지국가 연구에서는 이처럼 기존 복지를 줄이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정치적 어려움을 ‘복지 축소의 정치(politics of retrenchment)’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개혁을 미루거나 축소 폭을 줄이고, 여러 해에 걸쳐 조금씩 제도를 바꾸는 방식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번 기초연금 개편 과정도 이를 보여주지요.
물론 기초연금은 노인 빈곤을 완화하고 노후 소득을 보장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다만 한정된 재원을 소득이 충분한 고령자까지 넓게 지원하기보다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 고령자에 더 집중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고령화로 복지 지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러한 지출 개혁이 계속 늦춰진다면 재정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결국 늘어난 재정 부담은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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