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최고가격제는 시행 직전, 논란이 적지 않았습니다. 예상치 못한 해외 변수로 인한 국내 경제 충격파를 막기 위해 비상조치가 필요할 수 있지만, 부작용이 워낙 커 극히 예외적이고 한시적인 시행에 머물러야 한다는 게 중론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가격과 수급은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완전히 시장에 맡겨졌는데, 최고가격제 시행은 이를 30년 만에 거스르는 조치라는 점에서 우려가 컸습니다.
다행히 시행 6개월 동안 성과는 있었습니다. 이 제도가 없었다면 지난 6~7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개월 연속으로 3%를 넘길 수 있었는데, 실제론 2%대에 묶였습니다. 8월에도 물가상승률이 3%대 중반까지 갈 수 있었지만, 3.1%에 머물렀습니다. 이 제도가 ‘물가 방파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겁니다. 하지만 중동 정세는 더 악화해 최고가격제의 ‘시행 종료’는 불투명해졌습니다. 이를 두고 출구전략(Exit plan)을 못 찾고 있다고 한경은 지적합니다.‘시장 교란’ 본질적 문제는 여전전문가들이 설명하는 석유 최고가격제, 또는 가격상한제의 문제점은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최고가격은 시장 수급으로 정해지는 균형가격보다 낮게 형성되는데, 이는 해당 상품에 대한 초과수요를 만들어내고 공급량은 줄입니다. 가격이 내려가면 소비자에게 좋을 것 같지만,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 중 일부는 해당 상품을 구하지 못해 전체 사회의 후생(welfare)은 감소하게 됩니다. 또 상한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암(暗)시장이 등장하고, 소비 여력이 큰 부유층이 낮아진 가격의 혜택을 보는 ‘분배의 역진성(逆進性)’도 생깁니다.
둘째, 시장가격의 신호 기능이 마비되는 문제입니다. 경제학자들은 가격이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희소성에 대한 신호(signal)’라고 강조합니다. 가격이 높으면 그 상품이 희소하다(적다)는 뜻이고, 반대로 가격이 낮으면 풍부하다는 신호를 주게 됩니다. 그런데 정부가 가격을 인위적으로 눌러버리면 시장은 ‘지금 이 상품이 부족하니까 아껴 써야 한다’는 신호를 소비자에게 전하지 못합니다. 이에 따른 부작용은 현실에서 바로 나타납니다. 즉, 석유류를 절약해야 할 인센티브가 없어지고, 에너지가 모자람에도 에너지를 낭비하는 역설이 발생합니다. 실제로 올 상반기 휘발유 소비량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직접적 시장 개입은 ‘물가 방어’에 도움이 되겠지만, 이는 단기 효과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물가를 강제로 억누르면 물가가 상승하고자 하는 압력은 시장 안에서 더욱 커집니다. 이게 나중에 폭발적인 물가상승으로 터져 나올 수 있습니다. 실제로 1차 석유파동이 일어난 1973~1974년, 정부는 석유류 가격 상승을 극도로 억제했고 1974년 물가상승률은 3.2%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해 24.3%, 그다음 해엔 24.7%까지 물가가 폭등하고 말았습니다.
만약 정유회사가 정부로부터 충분한 손실 보전을 받지 못한다면 제도 종료 시 그동안 억눌렸던 가격을 빠르게 정상화하려 할 겁니다. 이런 요인도 물가 상승 압력을 가중시킵니다. 따라서 최고가격제는 불가피하게 시행하더라도 가능한 한 짧게, 그리고 충격파가 적게 오도록 정교하게 설계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 정부는 6개월을 넘겨 석유 최고가격제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정유회사의 손실 보전에 정부 재정을 적잖게 투입해야 하는 어려움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진퇴양난 같아 보입니다. 시장에 대한 직접 개입과 가격 통제는 처음엔 달콤할지 몰라도, 나중엔 쓴맛을 남기게 됩니다. 이런 인식을 갖고 평소 경제문제를 살펴보는 여러분이 되길 바랍니다.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