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캐나다 ‘관세 치킨 게임’, 갈등의 뿌리는?
미국 미시간주와 캐나다 온타리오주를 잇는 휴런호(오대호 중 하나)의 블루워터브리지에 양국 국기가 걸려 있다. 양국이 얼마나 가까운 나라인지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연합뉴스외신


요즘 미국-이란 전쟁만큼이나 뜨겁게 전개되고 있는 경제전쟁이 있습니다. 바로 미국과 캐나다 간의 관세전쟁입니다. 미국의 관세 인상 파상 공세는 그동안 중국, 우리나라, 유럽 국가(EU) 등을 겨냥했는데, 지금은 캐나다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캐나다도 한 치의 양보가 없습니다. 지난 8월 미국이 캐나다산 와인 등에 최고 5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자, 캐나다는 지난 8일 미국산 수입품 629종에 15~50%의 관세를 매긴다고 발표했습니다. 관세 부과 규모도 미국이 예고한 200억달러(약 26조8000억원)에 정확히 맞췄습니다. 미국이 지난 96년간 잠자고 있던 1930년 제정 관세법(제338조)까지 꺼내 들면서 캐나다의 자존심을 자극한 결과입니다.

미국과 캐나다는 자유시장경제를 중심으로 한 서방 진영의 중심 국가들입니다. 무역, 산업 공급망 등에서 양국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을 통해 군사 안보 동맹도 오랜 기간 다져온 전통 우방입니다. 게다가 앵글로 색슨족이라는 같은 뿌리에서 건국한 두 나라인데요, 지금은 왜 이렇게 앙숙이 돼 싸우고 있는 걸까요?영토·주권 갈등으로 비화
미-캐나다 ‘관세 치킨 게임’, 갈등의 뿌리는?
여기엔 관세 갈등이라는 경제적 요소만 있는 게 아닙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51번째 주로 삼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이 정치적인 대립까지 불렀습니다. 같은 듯 다른 양국의 국민성, 문화, 그리고 미국에 종속되지 않으려는 캐나다의 집요함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양국이 어디에서 격렬하게 부딪히고 있는지 하나씩 따져보겠습니다.

먼저, 미국의 관세 인상 명분이 의심받고 있습니다. 양국의 관세전쟁은 2025년 초부터 시작됐습니다. 마약류로 분류되는 펜타닐 밀매와 불법적인 국경 통행을 막는다며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산 상품에 25%의 관세를 매긴 게 발단이었습니다. 그러나 캐나다 정부는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불법 이민을 가거나 펜타닐을 유통시키는 물량은 전체의 1%도 되지 않는다며 반발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는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다음으로, 감정 문제에서 시작해 영토와 주권의 문제로 비화한 부분입니다. 작년 10월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1987년 라디오 연설을 편집해 관세에 부정적인 광고를 만들었는데요, 이게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습니다. 온타리오주는 또 미국에 대한 석유공급 중단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은 세계적인 산유국이지만, 해외에서 석유를 수입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미국으로 수입하는 석유의 60%가량을 캐나다에서 들여옵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발끈하고 나섰습니다. 그는 여러 번 반복해서 “캐나다는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야 한다”며 관세 갈등의 성격을 영토와 주권 문제로 치환시켜 버렸습니다.

작년 3월 캐나다 총리에 오른 마크 카니는 공교롭게도 반미, 반트럼프 기조를 내걸며 지지율의 열세를 극복하고 집권에 성공한 인물입니다. 영국 중앙은행(BOE) 총재 출신인 경제전문가여서 트럼프 대통령도 호락호락하게 볼 상대가 아니죠. 국가적 자존심이 상한 캐나다인들은 “어떤 경제적 대가를 치르더라도 물러서지 않겠다”며 카니 총리를 적극 지지합니다. 총리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역대 최고치에 근접한 62%에 달합니다. 우스갯소리로 “트럼프가 캐나다를 때릴수록 카니 총리의 지지율이 뛴다”고 합니다. 미국의 합병 위협에 캐나다군 신규 입대자가 30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일본, EU 등에 대한 관세는 미국의 ‘무역수지 불균형 시정’이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고, 협상 테이블에서 주고받기가 가능했습니다. 반면, 미국-캐나다의 갈등은 주권과 정체성, 그리고 자존심 싸움으로 성격이 바뀌면서 양쪽 다 물러서기 어려운 형국이 됐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리적인 인접성이 오히려 갈등의 소재를 늘렸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태평양 건너편에 있어서 미국과 국경·이민·마약 밀매와 같은 접점 이슈가 없지만, 캐나다는 세계에서 가장 긴 국경을 미국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펜타닐, 불법 이민, 자동차·낙농품·주류 등의 교역에서 갈등 소재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캐나다 일부 주의 미국산 주류 불매운동의 중단을 요구한 적도 있습니다.정체성 잃지 않으려는 캐나다
미-캐나다 ‘관세 치킨 게임’, 갈등의 뿌리는?
미-캐나다 ‘관세 치킨 게임’, 갈등의 뿌리는?
그런데 미국과 캐나다는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동맹국입니다. 얼마나 긴밀한 관계인지 살펴볼까요?

양국의 국경은 1812년 미국과 영국의 전쟁 이후 비무장화됐습니다. 국경을 통과할 때 일반시민 같으면 상대국의 경찰이 차량을 쓱 한번 둘러보고 농담 몇 마디 던지는 걸로 끝납니다. 군사적 협력은 2차 대전 중 가장 긴밀했으며, NORAD와 NATO에 이어 ‘파이브 아이즈’(영국 호주 뉴질랜드 포함)에서 정보공유 동맹까지 맺고 있습니다.

경제적 관계는 더 끈끈합니다. 양국 간 무역액은 캐나다 경제 규모의 약 3분의 1을 차지합니다. 또 캐나다 수출의 70% 이상이 미국으로 향합니다. 양국의 에너지와 자동차 시장은 고도로 통합돼 있고, 캐나다는 미국이 수입하는 철강과 알루미늄의 최대 공급 국가입니다. 또한 1994년 맺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2020년엔 USMCA로 발전시키며 자유무역의 혜택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국민 구성도 비슷합니다. 미국엔 흑인이 33%를 넘고 히스패닉이 많은 반면, 캐나다엔 남아시아(인도 등, 7.1%)와 중국계(4.7%)가 많습니다. 하지만 백인이 양국 모두 60%대로 주류를 이루죠. 캐나다에선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쓰기는 하지만, 양국 모두 영어 통용 사회입니다. 개신교와 가톨릭 등 그리스도교 중심 사회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국민성에서는 차이가 있습니다. 캐나다인들이 조금 더 개방적이고 포용적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비유럽계 이민에 대해 미국인의 반대는 캐나다인보다 두 배 가까이 많습니다. 인종차별 문제도 미국에서 더 심합니다. 캐나다는 국가 정책으로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를 헌법과 법률에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문화와 인종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프로그램, 위반할 때 처벌하는 규정까지 갖추고 있어요. 그래서 미국 문화를 ‘용광로’에 비유한다면, 캐나다 문화는 ‘모자이크’라고 표현합니다. 미국은 여러 문화가 하나로 융합되는 대표적인 나라이고, 캐나다는 각 문화가 고유의 모습을 유지한 채 공존한다는 뜻입니다. 캐나다가 미국에 비해 좀 더 진보적인 나라라는 느낌을 줍니다.

경제적, 정치적 관계에서 캐나다가 미국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것은 현실입니다. 통합과 자유교역을 지향한다고 하지만, 캐나다 경제는 점점 더 미국에 대한 의존을 늘려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의 비즈니스 제트항공기 제조업체 봄바디어를 콕 집어 “미국에서 계속 항공기를 팔고 싶다면 미국에서 생산하라”고 압박한 게 하나의 예입니다. 전 세계에서 운항 중인 봄바디어 항공기 약 5100대 가운데 절반가량이 미국에 있기에 트럼프가 으름장을 놓을 수 있는 겁니다. 미국에서 판매가 막히면 봄바디어는 큰 피해가 불가피합니다.

문화산업에서도 캐나다는 미국을 경계합니다. 캐나다는 미국의 음악과 방송, 영화산업 또는 문화가 자국 문화를 압도당하고 흡수될까 봐 걱정합니다. 그래서 1970년대부터 라디오 방송의 35%를 캐나다산 콘텐츠로 채우게 법으로 강제하는 캔콘(CanCon)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같은 미국의 스트리밍 플랫폼까지 규제 대상으로 확장한 온라인스트리밍법을 2023년 제정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국경을 마주하는 이웃 나라 사이에는 애증의 관계가 싹틀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캐나다는 자신의 정체성과 문화를 지키기 위해 많이 노력합니다. ‘제2의 미국’으로 평가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합니다. 관세전쟁의 이면에는 이같은 양국의 관계와 역사, 경쟁심이 깔려 있습니다.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