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메모리’에서 엿보는 우리말의 우수성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베이징 공장 전경. AFP 연합


중국의 반도체 제조사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가 지난 7월 27일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465.82% 폭등해 단숨에 중국 시가총액 1위 기업이 되면서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창신메모리는 대외명으로 CXMT를 쓴다. ‘ChangXin Memory Technologies’의 머리글자를 딴 영문약칭이다. 한자 이름이 흥미롭다. ‘長鑫存儲’, 한국 음으로는 ‘장흠존저’다. 회사 영문명을 우리말로 옮기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이고, 굳이 우리식으로 의역하자면 ‘창신메모리반도체’ 정도 될 듯하다.
‘메모리’는 한자로 의역해 ‘존저(存儲)’로재밌는 글자는 ‘흠(鑫)’과 ‘저(儲)’ 자다. 흠(鑫)은 ‘쇠 금(金)’ 자를 세 개 합쳐 만들었다. ‘돈 붙을 흠’ 자다. 돈이 많이 들어온다는 뜻이다. 그래서 ‘기쁘다’는 뜻도 있다. 중국에서는 인명이나 음식점 등 가옥의 이름에 이 글자를 많이 쓴다고 한다. 명나라 때의 중국 음운 자서(字書)인 ‘정자통(正字通)’에 이 글자가 나온다(민중서림 간, 한한대자전, 2011년).

둘 이상의 한자를 합하고 그 뜻도 합성하여 글자를 만드는 방법을 ‘회의(會意)’라고 한다. 한자의 구성을 나타내는 여섯 가지 방법 중 하나다. ‘日(날 일)’과 ‘月(달 월)’을 합하여 ‘明(밝을 명)’ 자를 만들어 ‘밝다’는 뜻을 나타내는 것이다. ‘나무 목(木)’을 더해 ‘수풀 림(林)’을 이루고 하나 더해 ‘우거질 삼(森)’을 만든다. ‘불 화(火)’가 모여 ‘불꽃 염(炎)’이 되고 더 큰 ‘불꽃 혁(焱)’을 이뤘다. ‘火’ 자 세 개로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나타냈다. ‘물 수(水)’를 세 개 합쳐 ‘아득할 묘(淼)’ 자를 만들었다. 넓고도 너른 끝없는 물의 의미를 담았다.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의 앞 브랜드명인 ‘창신’은 ‘긴 장(長), 돈 벌 흠(鑫), 즉 ’영원한 번창‘을 뜻하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흠’ 자를 잘 안쓰지만 중국에서는 기업명이나 상호에서 잘 볼 수 있는 글자로 알려졌다. 한국에서도 인명용 한자로 올라 있다.

‘메모리’를 중국에서는 ‘존저(存儲)’로 옮겼다. ‘있을 존(存), 쌓을 저(儲)’다. 중국 발음으로 [춘추]이고 뜻은 저장, 즉 메모리에 해당한다. 이 말 역시 중국에서 메모리반도체를 가리키는 상호에 들어가는 글자다. ‘저(儲)’는 쌓다, 축적하다는 뜻이다. 한국에서는 일상에서 거의 쓰지 않는 글자다. <표군국어대사전>에는 표제어로 ‘존저(存貯/存儲)’가 올라 있는데 ‘남겨서 모음’으로 풀이했다.
소리글자인 한글은 발음 그대로 적어‘메모리반도체’를 중국에서 ‘춘추(存儲·한국발음 존저)’로 옮긴 점을 눈여겨볼 만하다.

뜻글자인 중국에선 외래어를 들여올 때 의역해 쓰고, 우리는 소리글자인 한글로 그대로 옮길 수 있다. 2020년 초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창궐했을 때, 세계보건기구(WHO)는 이 전염병의 공식 명칭을 ‘Coronavirus disease-2019’로, 약칭을 ‘COVID-19’로 발표했다. 그것을 우리 정부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라 불렀고, 줄여서 ‘코로나19’로 하도록 정했다.

한·중·일이 같은 한자어권이지만 각국이 이 질병을 부르는 명칭은 달랐다. 중국에서는 ‘新型冠状病毒肺炎(신형관상병독폐렴)’이라 부르고, 약칭을 ‘新冠肺炎(신관폐렴)’이라고 했다. ‘관상(冠状)’은 왕관 모양으로 생겼다 해서 붙인 코로나의 의역(意譯)이다. ‘병독(病毒)’은 말 그대로 병을 일으키는 독기라는 뜻으로 역시 바이러스를 의역한 것이다. 우리는 코로나는 코로나로, 바이러스는 바이러스라 바로 적으면 된다. 소리글자인 한글의 장점이다.

일본에서는 ‘新型コロナウイルス’로 썼다. 한자와 가타카나를 사용해 옮겼다. 발음은 [고로나우이루스]쯤 된다. 바이러스를 [우이루스]라고 부르는 것은 라틴어 어원인 virus의 발음에서 따온 듯하다. 일본어 자모체계는 단순해 실제 발음을 온전히 옮기는 게 불가능하다. 가령 맥도날드 햄버거는 [마쿠도나루도 한바가](マクドナルド ハンバーガー) 정도로만 옮길 수 있다.

중국 한자나 일본 가나에 비해 우리 한글은 웬만한 로마자는 실제 발음과 비슷하게 얼마든지 옮길 수 있다. 한글의 우수성이 드러나는 사례 중 하나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상징하는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 한자로는 [창신춘추(長鑫存儲)]로 의역해 말해야 하지만, 우리말에선 [창신메모리]라고 한글로 쓰고 읽으면 그만이다.
‘창신메모리’에서 엿보는 우리말의 우수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