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을 짜고 있다. 지난 13일 발표한 8·13 공급대책에 이어 연내 7만3000여 가구 규모의 추가 택지 후보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4일 “용산어린이정원을 포함해 용산공원 전체를 (주택 공급 후보지로) 고민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용산공원 개발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재점화했다.
애초 용산어린이정원은 전날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대책의 택지 개발 부지에 포함될 것으로 관측됐지만 최종 대책에서는 빠졌다. 김 장관이 용산공원 전체로 검토 범위를 넓히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서울시와 인근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찬성]청년·신혼부부 거주 부담 완화해 줘야...녹지기능 잃은 부지 적극 활용할 필요용산공원은 서울 도심 한가운데 있는 약 300만㎡ 규모의 넓은 땅이다. 여의도공원 면적이 약 22만㎡인 것과 비교하면 13배가 넘는다.
용산공원의 가장 큰 장점은 입지다. 서울 도심에 있어 지하철과 도로 등 교통망이 잘 갖춰져 있고 직장과 학교, 병원, 상업시설 등 생활 인프라도 풍부하다. 주택은 단순히 몇 채를 짓느냐보다 사람들이 실제로 살고 싶어 하는 곳에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용산은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주거 선호 지역이다.
특히 청년·신혼부부·고령층 등을 위한 장기임대주택을 집중적으로 공급하고 입주 대상을 엄격하게 정한다면 실수요자들의 주거 부담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일반 아파트를 대규모로 공급하는 것보다 공공주택 중심으로 개발하면 집값을 자극하는 효과도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검토하는 것은 용산공원 전체를 없애고 아파트 단지로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공원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사실상 녹지 기능을 잃은 일부 부지를 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현재 용산 공원 내 주택공급 활용 후보지로는 어린이정원(30만㎡), 장교 숙소(13만5000㎡)와 군인아파트(4만5000㎡) 용지, 옛 방위사업청(9만5000㎡) 부지 등이 거론된다.
[반대]용산은 서울의 마지막 대규모 녹지...“미래세대 위한 자연 자산으로 남겨야”서울시와 인근 주민들은 도심 녹지 보전을 주장하며 반대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용산공원은 서울 한복판에 마지막으로 남은 대규모 녹지”라고 강조했다. 뉴욕의 센트럴파크, 런던의 하이드파크, 파리의 뤽상부르공원처럼 세계 주요 도시들이 도심의 대규모 녹지를 도시의 상징이자 미래세대를 위한 자산으로 보전했듯이 용산공원을 지켜야 한다는 논리다.
오 시장은 특히 서울의 녹지가 충분해 보이지만 시민들이 실제로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생활권 공원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도보 생활권 공원 면적은 1인당 5.7㎡에 불과하다. 주택 수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이 쾌적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 역시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교통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용산공원에 1만 가구 이상의 주택이 들어서고 인근 국제업무지구까지 개발되면 주변 도로에 차량이 몰려 교통 체증이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토양 오염 정화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용산공원 부지는 과거 미군기지로 사용된 만큼 반환된 부지의 오염 여부를 조사하고 정화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오 시장은 현재 정화 작업이 진행 중인 캠프킴 부지를 사례로 들며 용산공원 전체의 정화 작업이 단기간에 끝나기 어렵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생각해보기]‘개발’과 ‘보전’의 합리적 절충점 고민할 때용산공원 개발을 둘러싼 갈등은 우리 사회가 오랜 기간 겪어온 '개발'과 '보전'이라는 두 가치의 대림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우선 따져봐야 할 것은 공급 가능 물량과 대책 실효성이다.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용산공원을 택지 후보지로 꺼내 든 것이라면 오히려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만 키울 수 있다.
공원 훼손을 최소화하면서도 주택 공급 효과를 낼 수 있는지를 먼저 따져보고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는 공론화 과정도 필요하다. 용산공원 일부를 주택부지로 바꾸려면 2006년 제정된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개정이 필요하다. 오랜 기간 미군기지 부지로 사용되면서 오염된 토지의 정화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공공 자산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현실적 필요성과 도심 환경 보존이라는 미래 가치의 합리적 절충점이 어디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때다.
이정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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