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 모호한 글 제대로 읽으려면
법 해석은 법 규칙의 내용을 분명히 파악하고 그 적용 범위를 확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많은 사례에 법 규칙이 문제없이 작용한다고 할지라도, 일부 사례에서는 적용 가능 여부가 분명하지 않아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중략)

개방적 구조란 법 규칙이 명백하게 적용되는 핵심적인 사례에서는 언어의 의미가 확정되어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계에 있는 사례에서는 언어의 의미가 불확정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 법 규칙처럼 언어로 만들어진 규칙이라면 대부분 이러한 개방적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다 … 언어의 본성이 개방적이며,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사태를 알 수 없어서 규칙의 적용 여부가 미리 완벽하게 확정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공원 안의 조용함과 평화를 위해 ‘공원에 탈것의 출입 금지’라는 규칙을 만든다고 할 때, 이 맥락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그 규칙이 적용되는 범위에 어떤 사례로 들어가기 위해 충족해야 할 조건을 결정한다. 이때 작성자의 머릿속에는 그 범위 내에 있는 자동차나 버스와 같은 명백한 사례가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장난감 자동차가 거기에 포함되는지는 미리 구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공원의 조용함과 평화가 장난감 자동차를 사용해 즐거워하는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우선시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 역시 예견하지 못했을 수 있기 때문에 앞의 규칙만으로는 그것이 허용되는지를 판단하기 어렵다. - 2023학년도 10월 교육청 전국연합 학력평가 -
[지문 키워드] 법 해석은 법 규칙의 내용을 분명히 파악하고 그 적용 범위를 확정하는 것철수 쌤은 개념을 이해할 때 내포와 외연을 고려한다고 했다. 내포(內包)는 개념이 적용되는 범위에 속하는 여러 사물이 공통으로 지니는 필연적 성질의 전체로서, 이를테면 새라는 개념에 대해 공중에서 날다, 깃털, 두 다리 따위를 말한다. 외연(外延)은 일정한 개념이 적용되는 사물의 전 범위로서, 이를테면 금속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금, 은, 구리, 쇠 따위이고 동물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원숭이, 호랑이, 개, 고양이 따위다. 지문의 ‘법 규칙의 내용… 그 적용 범위’도 내포와 외연을 고려해 이해하면 도움이 된다. ‘법 규칙’도 일종의 개념이다. 그렇다면 그것의 내포와 외연이 있을 것인데, 지문에서 말하는 ‘내용’이 내포이고, ‘적용 범위’가 외연이다. 그래서 철수 쌤은 법 규칙의 내용을 어떤 대상의 속성으로, 적용 범위를 대상에 속하는 사례(종류)로 바꿔 이해한다.[지문 키워드] 법 규칙이 명백하게 적용되는 핵심적 사례…경계에 있는 사례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내포' '외연' 등의 개념을 적용하며 해석해야
철수 쌤은 글을 읽으면서 벤다이어그램을 그리는 것을 즐겨 한다고 했다. 옆의 벤다이어그램을 보자. A라는 집합과 관련해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은 x는 A에 속하지만, z는 A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y는 A에 속하는지 속하지 않는지를 명확하게 판단할 수 없다. 실제로 일상생활에서는 y 같은 경우가 많다. 예컨대 철수 쌤을 보고 사람들이 피부가 검다고 자주 말한다. 그 말은 한국인의 평균적인 피부색을 기준으로 말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기준이라는 것이 명확하지 않다. 어디부터 희고, 어디부터 검다는 것은 두부 자르듯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을 논리학에서는 ‘모호(模糊)’라고 한다. 철수 쌤은 모호를 생각하며 글을 읽을 때가 있다. 지문의 ‘법 규칙이 명백하게 적용되는 핵심적인 사례 경계에 있는 사례’를 읽을 때도 그러했다. ‘명백하게 적용되는 핵심적인 사례’는 위 벤다이어그램에서 x에 해당하고, ‘경계에 있는 사례’는 y에 해당한다고 이해하는 것이다.[지문 키워드] 법 규칙처럼 언어로 만들어진 규칙이라면 대부분 이러한 개방적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다한 학생이 철수 쌤에게 다음 문장이 지문의 내용과 일치하는지를 질문했다.

대부분의 법 규칙은 언어로 구성되므로 개방적 구조를 가진다.

그 학생은 ‘대부분’이 아니라 ‘모든’이라고 해야 ‘법 규칙처럼 언어로 만들어진 규칙’이라고 한 지문의 내용과 일치한다고 했다. 철수 쌤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했다. 언어로 이루어지지 않은 법 규칙이 있던가? 나아가 ‘모든’으로 바꾼다 해도 ‘모든 법 규칙이 개방적 구조를 가진다’라고 해석되므로 ‘법 규칙 대부분 개방적 구조를 가’진다고 한 지문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게 된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러나 철수 쌤은 문장에 두 가지 이상의 뜻을 나타내는 경우, 즉 중의성이 있을 수 있다는 것과 그것을 해소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종종 그것을 이용해 글을 이해할 때가 있다. 예컨대 ‘눈이 큰 아이의 친구’에서 눈이 큰 사람이 아이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다. 만약 친구라면 반점을 찍어 ‘눈이 큰, 아이의 친구’라고 하면 된다. 그래서 철수 쌤은 학생에게 다음과 같이 반점을 찍으며 읽어보고 위 문장과 비교해보라 했다.

대부분의 법 규칙은, 언어로 구성되므로 개방적 구조를 가진다.

이렇게 하면 이 문장은 ‘대부분의 법 규칙은 개방적 구조를 가진다’ ‘언어로 구성되면 개방적 구조를 가진다’로 나눠 이해할 수 있다. 물론 반점을 찍는다고 해서 학생의 이해가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주지 못하는 측면이 없잖아 있으므로 다음과 같이 문장을 만들어야 지문의 내용과 일치한다고 생각했다.

언어로 구성되므로 법 규칙은 대부분 개방적 구조를 가진다.

국어 문제에서는 문장이 중의적으로 해석되지 않도록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위 문장과 같이 학생들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학생들 또한 문제에 따라 문장의 의미를 확정하는 능력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언어란 자기 뜻을 온전하게 전하지 못하는 불완전한 것이기 때문이다.포인트
성보고 교사
성보고 교사
내포(內包)는 개념이 적용되는 범위에 속하는 여러 사물이 공통으로 지니는 필연적 성질이고, 외연(外延)은 일정한 개념이 적용되는 사물의 전 범위다.

기준이 모호(模糊)해 대상을 나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문장이 두 가지 이상의 뜻을 나타내는 경우, 중의성이 있을 수 있다는 점과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반점을 찍는 방법이 있음을 알아두자.

언어는 자기 뜻을 온전하게 전하지 못하는 불완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