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논의를 설명하는 글
그는 ‘흰 말[白馬]은 말[馬]이 아니다’라는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을 앞세워 논의를 폈다. 그런 주장의 근거로, 우선 그는 ‘말[馬]’은 형체를 부르는 데 쓰는 단어이고 ‘희다[白]’는 색을 부르는 데 쓰는 단어인데, 흰 말은 말에 ‘희다’라는 속성이 함께하는 것이므로 말과 다르다고 하였다. 또한 그는 말을 구할 때는 노란 말이든 검은 말이든 데리고 올 수 있지만 흰 말을 구할 때는 노란 말이나 검은 말을 데리고 올 수 없으니, 이를 통해 말과 흰 말이 다름을 알 수 있다고 하였다. 이렇게 일상에서 흰 말이 있을 때 ‘말이 있다’라고 하며 특정 속성이 지정되지 않은 ‘말’이라는 단어로 흰 말처럼 특정 속성을 가진 말[馬]을 지시하는 것에 대해, 공손룡은 ‘말’이라는 명과 ‘흰 말’이라는 명은 지시하는 실이 다르므로 그 용법을 구분해야 한다고 하였다.

반면 후기 묵가는 ‘흰 말은 말이다. 흰 말을 타는 것은 말을 타는 것이다’라고 하면서, ‘흰 말은 말이 아니다’라는 주장에 반대하였다. 후기 묵가는 어떤 실은 ‘이것’이라는 명에 의해 지시되면서 동시에 ‘저것’이라는 명에 의해서도 지시될 수 있다고 보았다. 흰 말은 흰 말이고 검은 말은 검은 말이지만 흰 말도 말이고 검은 말도 말이므로, 흰 말은 흰 말이면서 말이고 검은 말은 검은 말이면서 말이라는 것이다. 즉, 흰 말은 흰 말이라는 명과 말이라는 명으로, 검은 말은 검은 말이라는 명과 말이라는 명으로 지시될 수 있다. 또한 후기 묵가는 하나의 명이 지시하는 실은 오직 하나뿐이라는 주장에도 반대하였다. 하나의 명이 서로 다른 사물을 지시할 수 있다고 하면서, 이것과 저것, 두 마리의 새가 모두 학이라면 이것과 저것을 모두 ‘학’이라고 부를 수 있다는 예시를 들었다.

- 2023학년도 교육청 전국연합학력평가 -
주장을 앞세워 논의를 폈다. 그런 주장의 근거…고 보았다.논의(論意)는 논하는 말·글의 뜻이나 의도로, 논지(論旨)라고도 한다. 철수 쌤은 논의를 설명하는 글을 읽을 때 주장과 근거를 찾아 정리하는 버릇이 있다. 논의는 주장과 근거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이때 주장 또는 근거는 계층적으로 파악돼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임을 염두에 두고 읽는다. 주장이 여러 하위 주장으로 분석되고, 근거가 여러 하위 근거로 분석될 수 있음을 고려하는 것이다. 지문에서 ‘주장을 앞세워 논의를 폈다’고 하면서 ‘그런 주장의 근거’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때의 주장은 ‘흰 말[白馬]은 말[馬]이 아니다’이고, 근거들은 ‘흰 말은 말에 ‘희다’라는 속성이 함께하는 것이므로 말과 다르다’는 것과 ‘말을 구할 때는 노란 말이든 검은 말이든 데리고 올 수 있지만 흰 말을 구할 때는 노란 말이나 검은 말을 데리고 올 수 없으니, … 말과 흰 말이 다’르다는 것이다. 물론 각각의 근거는 또다시 주장과 근거로 분석될 수 있다. 이를 철수 쌤은 다음과 같이 도식으로 나타내며 이해한다.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논의는 주장과 근거로 이뤄진 논증이다
위 도식에서 근거의 내용을 다시 주장과 근거로 분석한 것을 눈여겨보자. 근거 또한 하나의 논증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지문에는 ‘후기 묵가’의 논의도 설명하고 있다. 그 논의는 위와 같은 도식을 이용해 정리할 수 있다.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논의는 주장과 근거로 이뤄진 논증이다
하나의 명이 지시하는 실은 오직 하나뿐이라는 주장에도 반대하였다.…예시를 들었다.지문에 따르면 ‘후기 묵가’는 ‘하나의 명이 지시하는 실은 오직 하나뿐이라는 주장에도 반대하였다’고 한다. 내용의 전개를 고려할 때 ‘하나의 명이 지시하는 실은 오직 하나뿐이라는 주장’은 ‘공손룡’이 한 것이다. 실제로 원래 지문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다.
그는 명과 실의 엄격한 일대일 대응 관계를 통해, 명이 그 역할을 할 때 오해나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려 하였다.
‘명과 실의 엄격한 일대일 대응 관계’는 ‘하나의 명이 지시하는 실은 오직 하나뿐이’라는 것과 같은 말이다. 그렇다면 후기 묵가는 명과 실의 일대다(一對多) 대응 관계를 주장했다고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후기 묵가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예시’를 들었다. ‘하나의 명이 서로 다른 사물을 지시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면서 ‘이것과 저것, 두 마리의 새가 모두 학이라면 이것과 저것을 모두 ‘학’이라고 부를 수 있다는 예시를 들었’던 것이다. 이때 철수 쌤은 다음과 같은 벤다이어그램을 그려가며 글을 이해한다.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논의는 주장과 근거로 이뤄진 논증이다
이렇게 상하 관계에 있는 개념들은 벤다이어그램으로 이해하면 매우 편리하다. 포인트
성보고 교사
성보고 교사
1. 논의(論意)는 논하는 말·글의 뜻이나 의도로, 논지(論旨)라고도 한다.

2. 논의는 주장과 근거로 구성되고, 이때 주장 또는 근거는 대부분 계층적으로 파악돼야 한다.

3. 근거도 하나의 논증이므로, 주장과 근거로 분석될 수 있다.

4. 일대일 대응과 일대다 대응의 관계를 지니는 개념들이 있다.

5. 주장을 뒷받침하는 예시는 상하관계에 있는 개념들을 벤다이어그램으로 나타내 이해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