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판단에서의 기준
어떠한 법 제도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지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는 먼저 바람직함의 판단 기준이 필요하다. 법경제학은 효율을 그 잣대로 사용한다. 효율이란 사회 전체 후생의 크기가 증가하느냐의 여부인데, 후생은 어떤 행동의 결과로 얻는 주관적인 기쁨이나 만족감을 의미한다.

효율은 사후적 효율과 사전적 효율로 나눌 수 있다. 사후적 효율은 현재 주어진 상황에서 최소 비용으로 최대 산출을 얻는다는 의미이고, 사전적 효율은 당사자의 사전적 유인책까지 고려한 개념이다.(중략)

사후적 효율의 관점에서 법 제도가 형성된 대표적인 사례로 도산법이 있다. 채무자의 재산이 부채를 변제하기에 부족하여 도산 절차가 시작되면 개별적 채권 추심*은 모두 금지되고 채권자는 오직 도산 절차 내에서만 변제를 받을 수 있다. 개별적 채권 추심이 허용된다면 누구나 먼저 채권 추심을 하려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채무자의 재산이 손상되거나 헐값에 매각되는 등 사회 전체 후생의 감소가 발생한다. 법 제도가 사전적 효율의 관점에 기초하여 성립된 경우도 있다. 지식 재산권 관련법에 의하면 소설이나 노래를 표절하거나 무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금지된다. 그런데 복제하더라도 원본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며 복제 비용이 매우 저렴하다면 복제를 할수록 사회적으로는 후생이 증가한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창작과 관련하여 지식 재산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당사자의 창작 유인책이 저하되어 애초에 창작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지식 재산권 관련 법은 사전적 효율의 증진을 위해 창작자에게 독점적 권리를 부여한다.

* 채권 추심 : 채권자를 대신하여 채무자에게서 빚을 받아 내는 일.

-2023학년도 10월 교육청 전국연합학력평가-
법 제도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지에 대해 … 판단 기준… 법경제학은 효율을 그 잣대로 사용의견 중에는 가치 판단이 있다. ‘바람직하다/바람직하지 않다’는 가치가 있다/가치가 없다는 뜻이니, 지문에서 설명하는 ‘법 제도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지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법 제도의 가치에 대한 판단을 말하는 것이다. 판단에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을 지문에서도 언급하고 있다. 그런데 이 세상의 모든 기준을 다 선택할 순 없으니 어느 하나를 골라야 하는데, ‘법경제학’에서는 ‘효율을 잣대로 사용한다’고 한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법경제학은 ‘법’이라는 대상을 ‘경제학’적 원리를 가정해 연구하는 학문일 것이다. 효율은 ‘사회적 후생’과 관련 있고, ‘후생’은 ‘행동의 결과로 얻는 주관적인 기쁨이나 만족감’이라 하였다. 굳이 법경제학이라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이들 개념은 경제학의 중요 개념인 것 같다.

어쨌든 판단 기준이 있고 판단 대상이 있으므로 다음과 같은 판정도를 그리며 이해하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경제학적 기준으로 다른 영역 판단하기
개별적 채권 추심*은 모두 금지… 개별적 채권 추심이 허용된다면 누구나 먼저 채권 추심을 하려 할 것… 사회 전체 후생의 감소… 지식 재산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유인책이 저하… 창작이 일어나지 않을 수‘문제 상황-원인 분석-해결 방안 모색-해결 결과’라는 내용 전개를 알아뒀다가 글을 읽을 때 적용해보라 했다. 지문에서의 ‘도산법’ 설명도 그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도식화하며 읽어야 한다.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경제학적 기준으로 다른 영역 판단하기
지문의 ‘지식 재산권 인정’도 위와 같은 내용 전개를 고려해 다음과 같이 이해할 수 있다.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경제학적 기준으로 다른 영역 판단하기
사후적 효율의 관점에서 … 형성된 … 도산법… 사전적 효율의 관점에 … 성립된 … 지식 재산권 관련법‘사후적 효율의 관점’에서의 ‘도산법’과 ‘사전적 효율의 관점’에서의 ‘지식 재산 관련법’은 추상화·구체화의 사고로 이해해야 한다. 사후적 효율이 ‘현재 주어진 상황에서 최소 비용으로 최대 산출을 얻는다’를 의미하고, 사전적 효율이 ‘당사자의 사전적 유인책까지 고려한 개념이’라 했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것은 사전적 효율은 사후적 효율에 ‘사전적 유인책’을 더한 개념이라는 것이다. ‘~까지 고려한’이라는 말이 주는 의미 때문이다. 이를 고려해 두 효율을 벤다이어그램으로 이해하면 다음과 같다.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경제학적 기준으로 다른 영역 판단하기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경제학적 기준으로 다른 영역 판단하기
포인트
성보고 교사
성보고 교사
1. 가치 판단에 관한 의견은 기준을 필요로 한다.

2. 다른 영역에 대해 경제학적 기준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3. ‘문제 상황-원인 분석-해결 방안 모색-해결 결과’라는 내용 전개를 알아뒀다가 글을 읽을 때 적용해보자.

4.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적인 사례로 이해할 때는 추상화·구체화에 관한 국어 능력을 바탕으로 벤다이어그램을 활용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