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추상적 진술과 구체적 사례
아도르노는 서로 다른 가치 체계를 하나의 가치 체계로 통일시키려는 속성을 동일성으로, 하나의 가치 체계로의 환원을 거부하는 속성을 비동일성으로 규정하고, 예술은 이러한 환원을 거부하는 비동일성을 지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은 대중이 원하는 아름다운 상품이 되기를 거부하고, 그 자체로 추하고 불쾌한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략>

아도르노는 쇤베르크의 음악과 같은 전위 예술이 그 자체로 동일화에 저항하면서도, 저항이나 계몽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을 높게 평가한다. 저항이나 계몽을 직접 표현하는 것에는 비동일성을 동일화하려는 폭력적 의도가 내재되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불협화음으로 가득 찬 쇤베르크의 음악이 감상자들에게 불쾌함을 느끼게 했던 것처럼 예술은 그것에 드러난 비동일성을 체험하게 함으로써 동일화의 폭력에 저항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도르노에게 있어 예술은 사회적 산물이며, 그래서 미학은 작품에 침전된 사회의 고통스러운 상태를 읽기 위해 존재한다. 그는 비동일성 그 자체를 속성으로 하는 전위 예술을 예술이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모습으로 제시했다.

-2022학년도 9월 평가원 모의평가-
하나의 가치 체계로의 환원을 거부하는 속성을 비동일성으로 규정…대중이 원하는 아름다운 상품이 되기를 거부…추하고 불쾌한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A 즉, B-ㄴ/는 것이다’라는 문장 구성을 A와 B가 같은 의미라고 생각하며 읽으라 했다. 지문에서 ‘비동일성’이 ‘하나의 가치 체계로의 환원을 거부하는 속성’이라고 했는데, 이 내용이 매우 추상적이어서 출제 선생님은 좀 더 설명해 줄 필요를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설명을 추가하고 있는데, ‘A를 거부하고, B여야 한다’는 어구로 돼 있음을 참고해 A와 B를 반대말로 생각하며 그 내용을 읽으면, 비동일성의 개념이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사례로 개념 설명하는 'A처럼(와/과 같은) B'
이에 따르면 ‘하나의 가치 체계로의 환원’은 ‘대중이 원하는 아름다움 상품이 되’는 것과 같은 의미고, ‘추하고 불쾌한 것’과는 반대말이다. 결과적으로 비동일성은 추하고 불쾌한 것을 의미한다.저항하면서도, 저항이나 계몽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비동일성을 동일화하려는 폭력적 의도가 내재되어 있다.‘저항(抵抗)’이란 어떤 힘이나 조건에 굽히지 아니하고 거역하거나 버티는 것을, ‘계몽(啓蒙)’은 지식수준이 낮거나 인습에 젖은 사람을 가르쳐서 깨우치는 것을 말한다. 지문에서 이 둘은 거의 같은 의미로 쓰였다. 그런데 ‘저항하면서도 저항을 직접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 약은 쓰기 때문에 사람들이 먹기 싫어한다. 그래서 당의(唐衣)라고 해서 약의 표면에 당분이 든 막을 입힌다. 그러면 사람들은 잠시 의식하지 못하고 약을 받아들이게 된다. 저항 또는 계몽하지만 그것이 아닌 것처럼 느끼게 할 필요가 있다. 그러지 않으면 약을 거부하듯이 저항 또는 계몽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아도르노는 ‘저항이나 계몽을 직접 표현하는 것’을 ‘비동일성을 동일화하려는 … 의도’가 있다고 하였다. ‘하나의 가치 체계로의 환원을 거부하’는 것이 도리어 ‘하나의 가치 체계로 통일시키’는 것이라는 뜻이다. 이는 저항이나 계몽 또한 가치 체계가 되므로, 그것을 직접 표현하는 건 하나로 통일시키는 것이라고 본 것이다. 그것을 아도르노는 부정적으로 봤기 때문에 ‘폭력적’이라고 평가했다.쇤베르크의 음악과 같은 전위 예술…불협화음으로 가득 찬 쇤베르크의 음악이 감상자들에게 불쾌함을 느끼게 했던 것처럼 예술은 그것에 드러난 비동일성을 체험하게 함.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사례로 개념 설명하는 'A처럼(와/과 같은) B'
‘A와/과 같은 B’라는 어구에서 A는 구체적 사례, B는 추상적 개념임을 나타낸다고 했다. 지문을 읽으며 옆의 벤다이어그램을 그리면서 내용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A처럼 B’라는 어구 또한 A는 구체적 사례, B는 추상적 개념임을 나타낸다. 지문의 ‘비동일성’은 ‘하나의 가치 체계로의 환원을 거부하는 속성’ 즉 ‘추하고 불쾌한 것이 되기’를 의미한다. 이에 따르면 지문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세분화된 벤다이어그램으로 이해하며 읽어야 할 것이다.예술은 사회적 산물이며,…작품에 침전된 사회의 고통스러운 상태… 전위 예술을 예술이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모습으로 제시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사례로 개념 설명하는 'A처럼(와/과 같은) B'
‘산물(産物)’이란 어떤 것에 의해 생겨나는 사물이나 현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따라서 ‘사회적 산물’이란 사회가 만들어낸 사물 또는 현상으로, 예술을 예술가 한 개인이 만들어내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예술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물이나 현상을 개인이 아니라 사회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때 사용하는 말이 ‘사회적 산물’이다. 예술에 대한 이런 관점을 갖고 있는 아도르노는 ‘비동일성 그 자체를 속성으로 하는’, 즉 하나의 가치 체계로의 환원을 거부하는 ‘전위 예술’을 높이 평가했다. ‘하나의 가치 체계’가 바로 사회의 가치 체계를 말하기 때문이다.포인트
성보고 교사
성보고 교사
1. ‘A 즉, B-ㄴ/는 것이다’라는 문장 구성은 A와 B가 같은 의미임을 나타낸다.

2. ‘A를 거부하고, B여야 한다’는 어구는 A와 B가 반대말임을 나타낸다.

3. 예술에서는 어떤 의도를 직접 드러내는 걸 폭력적이라며 부정적으로 본다.

4. ‘A와/과 같은 B’ ‘A처럼 B’라는 어구에서 A는 구체적 사례, B는 추상적 개념임을 나타낸다.

5. 사물이나 현상을 개인이 아니라 사회가 만들어낸 것이라는 의미로 ‘사회적 산물’이라는 말이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