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어휘와 개념에 대한 이해
아도르노는 문화 산업에 의해 양산되는 대중 예술이 이윤 극대화를 위한 상품으로 전락함으로써 예술의 본질을 상실했을 뿐 아니라 현대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은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도르노가 보는 대중 예술은 창작의 구성에서 표현까지 표준화되어 생산되는 상품에 불과하다. 그는 대중 예술의 규격성으로 인해 개인의 감상 능력 역시 표준화되고, 개인의 개성은 다른 개인의 그것과 다르지 않게 된다고 보았다. 특히 모든 것을 상품의 교환 가치로 환원하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중 예술은 개인의 정체성마저 상품으로 전락시키는 기제로 작용한다는 것이다.문화 산업… 대중 예술… 상품… 모순과 부조리…표준화…상품의 교환 가치로 환원… 정체성철수 쌤이 대학에 다닐 때 1년간 신문방송학과에서 다양한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당시는 정치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대중문화(大衆文化)가 사회에 유행처럼 번져가기 시작하고 있었다. 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용어를 강의와 책에서 처음 접했는데, 용어가 매우 추상적이고 관념적이어서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기억이 있다. 그때 철수 쌤이 접한 것이면서 지문에 나온 용어들을 정리해봤다.
아도르노는 서로 다른 가치 체계를 하나의 가치 체계로 통일시키려는 속성을 동일성으로, 하나의 가치 체계로의 환원을 거부하는 속성을 비동일성으로 규정하고, 예술은 이러한 환원을 거부하는 비동일성을 지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은 대중이 원하는 아름다운 상품이 되기를 거부하고, 그 자체로 추하고 불쾌한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게 있어 예술은 예술가가 직시한 세계의 본질을 감상자들에게 체험하게 해야 한다. 예술은 동일화되지 않으려는, 일정한 형식이 없는 비정형화된 모습으로 나타남으로써 현대 사회의 부조리를 체험하게 하는 매개여야 한다는 것이다.
- 2022학년도 9월 평가원 모의평가 -
●문화 산업:『경제』문화 생산물이나 서비스를 상품으로 생산하여 판매하는 산업.
●상품:『경제』장사로 파는 물건. 또는 매매를 목적으로 한 재화(財貨).
●모순: 어떤 사실의 앞뒤, 또는 두 사실이 이치상 어긋나서 서로 맞지 않음을 이르는 말.
●부조리:『철학』인생에서 그 의의를 발견할 가망이 없음을 이르는 말. 인간과 세계, 인생의 의의와 현대 생활과의 불합리한 관계를 나타내는 실존주의적 용어.
●표준화: 자재나 제품의 종류, 품질, 모양, 크기 따위를 일정한 기준에 따라 통일함.
●교환 가치:『경제』일정량의 물품이 다른 종류의 물품과 어떤 비율로 교환될 수 있는가 하는 상대적 가치.
●환원:『철학』잡다한 사물이나 현상을 어떤 근본적인 것으로 바꿈. 또는 그런 일.
●정체성: 변하지 아니하는 존재의 본질을 깨닫는 성질. 또는 그 성질을 가진 독립적 존재.
이처럼 지문은 경제, 철학 등의 용어로 돼 있어 이 분야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라면 익숙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은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 출제 선생님들은 이 정도의 용어는 고등학생이 알고 있어야 한다고 판단한 듯하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좋든 싫든 이 용어들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전락… 지적…에 불과하다어휘를 이해할 때 뜻만 생각지 말고 그것이 주는 어감(뉘앙스)을 고려하라고 했다. 지문에도 그럴 필요가 있는 어휘가 있다.
‘전락’은 ‘아래로 굴러떨어짐’의 뜻인데, 그 아래가 ‘나쁜 상태나 타락한 상태’라는 느낌이 들게 한다. ‘지적’은 ‘꼭 집어서 가리킴’의 뜻인데, 그 대상은 허물 같은 것, 방법은 폭로의 형식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에 불과하다’는 ‘그 수준을 넘지 못한 상태이다’라는 뜻인데, 수준이 낮다는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이 어휘들 대신 ‘되다’ ‘말하다’ ‘-이다’ 등으로 바꿔 문장을 읽어보면 기존 어휘에서 대상에 대한 부정적 느낌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아도르노’가 ‘문화 산업에 의해 양산되는 대중 예술’에 비판적 태도를 갖고 있음을 어휘의 어감을 통해 느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학생들은 ‘상품’이라는 말을 부정적으로 느끼며 읽어야 할 것이다. 아도르노는 대중 예술을 상품이라고 했는데, 그렇게 말한 것은 그것들을 부정적으로 봤기 때문이다. 아도르노는 …을 동일성으로, …을 비동일성으로 규정… 예술은 이러한 환원을 거부하는 비동일성을 지녀야 한다어휘의 일반적인 의미 및 널리 알려진 개념과, 글쓴이가 자신의 생각을 전하기 위해 만든 특수한 개념을 구별하며 읽어야 한다고 했다. 특수한 개념은 사전에 없으므로 글을 읽으며 알아내라고도 했다. 지문에서 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아도르노가 만든 개념이 있는데, ‘동일성’과 ‘비동일성’이다. 이를 이해하는 데 단서가 되는 것은 ‘비(非)-’라는, ‘아님’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다. 이를 고려하면 ‘동일성’과 ‘비동일성’은 다음과 같이 서로 반대말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대조를 통해 개념을 만들어내는 이유는 그것을 통해 또 다른 개념을 설명하거나 주장을 내세우려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개념을 통해 대상을 판정하려는 것이다. 지문에서 ‘예술은 이러한 환원을 거부하는 비동일성을 지녀야 한다’고 아도르노는 주장하고 있는데, 이를 옆의 판정도로 나타낼 수 있다. 포인트 1. 철학, 경제 용어 중 고등학생이라면 좋든 싫든 알고 있어야 할 용어들이 있다.
2. 어휘의 뜻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주는 어감(뉘앙스)도 고려해야 한다.
3. 어휘의 일반적인 의미 및 널리 알려진 개념과 글쓴이가 자신의 생각을 전하기 위해 만든 특수한 개념을 구별하며 읽어야 한다.
4. 어휘의 특수한 개념은 사전에 없으므로 글을 읽으며 알아내야 한다.
5. 대조를 통해 개념을 만들어내는 이유는 그것을 통해 또 다른 개념을 설명하거나 주장을 내세우려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