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문장 구조를 통해 유추하는 의미
[가] 한(漢) 초기 사상가들의 과제는 진의 멸망 원인을 분석하고 이에 기초한 안정적 통치 방안을 제시하며, 힘의 지배를 숭상하던 당시 지배 세력의 태도를 극복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과제에 부응한 대표적 사상가는 육가(陸賈)였다.(중략)ㄱ. 옛 국가의 역사를 거울삼아 새 국가를 안정적으로 통치하도록 한다.‘A아/어 B도록 하다’라는 문장 구조는 A가 방법, B가 목표 또는 결과임을 드러낸다. 예컨대 ‘그는 총을 쏘아 꿩을 잡도록 하다’고 하면 ‘총을 쏘는’ 것이 ‘꿩을 잡는’ 목표의 방법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선택지 ㄱ에서도 ‘옛 국가의 역사를 거울삼’는 것이 방법이고, ‘새 국가를 안정적으로 통치하’는 것이 목표임을 말하고 있다.
그는 진의 단명 원인을 가혹한 형벌의 남용, 법률에만 의거한 통치, 군주의 교만과 사치, 그리고 현명하지 못한 인재 등용 등으로 지적하고, 진의 사상 통제가 낳은 폐해를 거론하며 한 고조에게 지식과 학문이 중요함을 설득하고자 하였다.
[나] 집현전 학자들은 원(元)까지의 중국 역사와 고려까지의 우리 역사를 정리하였다. … 또한 올바른 정치의 여부에 따라 국가의 운명이 다하고 천명이 옮겨 간다는 내용을 드러내고자 기존 역사서와 달리 국가 간 전쟁과 외교 문제, 국가 말기의 혼란과 새 국가 초기의 혼란 수습 등을 부각하였다.
이러한 편찬 방식은 국가의 흥망성쇠를 거울삼아 국가를 잘 운영하겠다는 목적 이외에 새 국가의 토대를 마련하려는 의도가 전제된 것이었다. … 유교적 시각에서 고려 정치를 바라보며 불교 사상의 폐단을 비롯한 문제점들을 다각도로 드러냈고, 이를 통해 유교적 사회로의 변화를 주장하였다.
7. 윗글에서 ‘육가’와 ‘집현전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드러내고자 한 내용에 해당하는 것만을 <보기>에서 있는 대로 고른 것은?
ㄱ. 옛 국가의 역사를 거울삼아 새 국가를 안정적으로 통치하도록 한다.
ㄴ. 옛 국가의 멸망 원인은 잘못된 정치 운영에 있지 않고 새 국가로 천명이 옮겨 온 것에 있다.
ㄷ. 옛 국가에서 드러난 사상적 공백을 채우기 위해 새 국가의 군주는 유교에 따라 통치하도록 한다
- 2022학년도 6월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 -
지문에서 ‘육가’는 ‘진의 멸망 원인을 분석하고 이에 기초한 안정적 통치 방안을 제시’한 대표적인 사상가다. 이는 ‘진의 멸망 원인을 분석하고 이에 기초한 … 방안을 제시’한 것이 ‘안정적 통치’라는 목표를 위한 것임을 말한다. ‘진의 멸망 원인’은 ‘옛 국가의 역사’의 사례이므로, ‘육가’는 ㄱ의 내용을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집현전 학자’는 ‘국가의 흥망성쇠를 거울삼아 국가를 잘 운영하겠다는 목적’을 드러내고자 했다. 이때 ‘국가의 흥망성쇠’는 ‘옛 국가의 역사’, ‘국가를 잘 운영하겠다는 목적’은 ‘새 국가를 안정적으로 통치하’는 것과 같으므로, 집현전 학자 또한 ㄱ의 내용을 드러내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ㄴ. 옛 국가의 멸망 원인은 잘못된 정치 운영에 있지 않고 새 국가로 천명이 옮겨 온 것에 있다.‘A지 않고 B’라는 문장 구조에서 A와 B는 반대 관계로 이해하면 좋다. 따라서 ㄴ에서 ‘잘못된 정치 운영’과 ‘새 국가로 천명이 옮겨 온 것’은 반대 관계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천명(天命)’이란 타고난 운명 또는 하늘의 명령으로, 인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잘못된 정치 운영’은 인간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ㄴ은 인간이 아니라 하늘의 뜻에 의해 국가가 멸망한다는 의미다.
지문에서 ‘육가’는 ‘진의 단명 원인’을 말했다. 앞서 추상화하며 글을 읽을 필요성을 언급한 적이 있는데, 그 사례가 ‘A, B, C 등’이라는 문장이다. 이를 고려해 ‘가혹한 형벌의 남용, 법률에만 의거한 통치, 군주의 교만과 사치, 그리고 현명하지 못한 인재 등용 등’을 추상화하며 읽어 보자. 그러면 그것은 ‘인간의 정치 운영의 잘못’이라고 추상화할 수 있다. 결국 육가는 ㄴ과 달리 ‘옛 국가의 멸망 원인은 잘못된 정치 운영’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한편 ‘집현전 학자들’은 ‘올바른 정치의 여부에 따라 … 천명이 옮겨 간다는 내용을 드러내’었다고 한다. 정치는 인간이 하는 것이므로 그 말은 인간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하늘의 뜻이 결정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ㄴ은 집현전 학자들이 드러내고자 한 내용이 아니다.ㄷ. 옛 국가에서 드러난 사상적 공백을 채우기 위해 새 국가의 군주는 유교에 따라 통치하도록 한다‘A기 위해 B’라는 문장 구조 역시 A는 목표 또는 결과, B는 수단과 방법을 나타낸다. 따라서 ‘옛 국가에서 드러난 사상적 공백을 채우’는 것이 목표이고, ‘유교에 따라 통치’하는 것은 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공백(空白)’이란 아무것도 없이 비어 있음을 뜻한다. 따라서 ‘사상적 공백’은 사상이 없음을 뜻한다.
지문에서 ‘육가’는 ‘진의 사상 통제가 낳은 폐해를 거론하’였다고 한다. ‘통제(統制)’란 권력으로 제한을 가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지문에서는 ‘진’이 사상을 자신의 뜻대로 억압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ㄷ처럼 사상이 없었다고 해석할 수 없다. 한편 지문에서 ‘집현전 학자들’은 ‘유교적 사회로의 변화를 주장하였’다고 했다. 이를 보면 ㄷ에서 말한 대로 집현전 학자들은 ‘유교에 따라 통치’할 것을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문에 그들은 ‘고려 정치를 바라보며 불교 사상의 폐단을 비롯한 문제점들을 다각도로 드러냈’다고 돼 있다. 이를 통해 ‘고려’에 ‘불교 사상’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ㄷ에서 말한 것처럼 고려 때도 ‘사상적 공백’이 아니었던 것이다. 따라서 집현전 학자들 또한 ㄷ과 같은 내용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포인트 1. ‘A아/어 B도록 하다’라는 문장 구조는 A가 방법, B가 목표 또는 결과임을 드러낸다.
2. ‘A지 않고 B’라는 문장 구조에서 A와 B는 반대 관계로 이해하면 좋다.
3. ‘천명(天命)’이란 타고난 운명 또는 하늘의 명령으로, 인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4. ‘A, B, C 등’이라는 문장은 추상화하며 읽을 필요가 있다.
5. ‘A기 위해 B’라는 문장 구조에서 A는 목표 또는 결과, B는 수단과 방법을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