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 라라랜드 (上)
“사람들 속에 누군가가 네가 알아야 할 사람일 수 있잖아. 너에게 날개를 달아줄 그 사람.”친구들의 거듭된 설득에 미아(에마 스톤 분)는 썩 내키지 않는 파티장으로 향한다. 그러나 예상대로 ‘날개를 달아줄 사람’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군중 속에서 느낀 것은 외로움뿐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주차해둔 차는 견인돼 사라졌다. 미아는 터덜터덜 혼자 거리를 걷다 들려오는 피아노 선율에 홀린 듯이 어느 식당에 들어선다. 자신을 그곳으로 이끈 음악을 연주하는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 분)을 처음 마주한다. 피아노 연주가 끝나자 미아는 세바스찬에게 다가가 말한다. “방금 당신 연주를 들었어요. 꼭 말해주고 싶은데….” 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는 미아의 어깨를 치고 가버린다. 한정된 배역, 수많은 경쟁자영화 ‘라라랜드’의 배경은 할리우드 영화산업의 중심지 미국 로스앤젤레스(LA)다. 주인공 미아는 배우의 꿈을 안고 LA로 온 배우 지망생이다. 하지만 현실은 대형 영화 스튜디오 안에 있는 카페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오디션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아는 철저히 을(乙)이 된다.
미아가 을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경제학적으로만 바라보면 간단하다. 오디션에서 뽑는 배역은 정해져 있는데, 미아처럼 배역을 따려는 지원자는 많기 때문이다. <그래프 1>처럼 캐스팅의 공급은 일정한데 캐스팅되기 원하는 배우가 늘어나면 수요곡선은 D1에서 D2로 이동한다. 자연스레 공급곡선과 수요곡선이 만나는 지점인 비용은 올라간다. 이때의 비용은 오디션 참가자들이 배역을 따기 위해 들이는 노력이다. 성형수술을 할 수도 있고, 돈을 내고 연기학원을 다녀야 할 수도 있다. 아니면 미아처럼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뛰쳐나가 해고될 위험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경제학에서는 어느 재화의 가격이 변할 때 그 재화의 공급량이 얼마나 변하는지 나타내는 지표를 ‘공급의 가격탄력성’이라고 부른다. <그래프 1>의 공급곡선처럼 가격이 상승해도 공급량이 변하지 않으면 ‘완전 비탄력적 공급’이라고 부른다. 반대로 <그래프 2>처럼 일정 비용에서 무제한으로 공급이 가능한 것을 ‘완전 탄력적 공급’이라고 한다.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은 서울 집값은 단기적으로 보면 <그래프 1>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공급이 일정하다 보니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미아는 겨울이 지나 찾은 어느 파티에서 공연 밴드로 온 세바스찬을 다시 만난다. 파티장에서 나와 걷던 두 사람은 언덕에서 석양이 지는 보랏빛 하늘을 마주한다. 주황색으로 변해가는 하늘을 보며 두 사람은 함께 춤을 춘다. ‘블루오션’이 된 1인극자신만의 재즈바를 열어 정통 재즈의 명맥을 잇는 것이 목표인 세바스찬의 삶은 미아를 만난 뒤 크게 변한다. 우선 안정적인 수입을 얻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그는 라이벌이던 키이스(존 레전드 분)가 제안한 밴드 ‘메신저스’에 합류한다. 음악은 세바스찬이 추구하는 정통 재즈와는 거리가 멀다. “아무도 안 듣는 걸 어떻게 지켜? 넌 과거에 집착하지만 재즈는 미래에 있어.” 키이스는 일침을 놓는다. 세바스찬이 합류한 밴드는 성공가도를 달린다.
세바스찬은 미아에게도 방향을 틀 것을 조언한다. “자신에게 걸맞은 역할을 직접 만들고 허접한 오디션은 패배자들에게나 맡기라”는 말과 함께. 미아는 오디션을 포기하고 자신이 각본, 연출, 배우 모두 맡는 1인극을 준비한다. 몇 달을 준비한 공연 당일, 무대 커튼이 열렸지만 관객은 거의 없다.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 세바스찬마저 보이지 않는다. 늦게까지 밴드 일정을 소화하던 그는 뒤늦게 공연장을 찾지만 연극은 끝난 지 오래다. 미아는 절망감에 세바스찬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고향인 볼더시티로 돌아간다. 포부를 갖고 준비한 공연의 제목 ‘볼더시티여 안녕(작별)’과는 반대로 미아는 꿈을 찾아 온 LA와 작별한다.
송영찬 한국경제신문 기자 NIE 포인트1. 공급의 가격탄력성 원리를 깊이 있게 학습해보자.
2. 비탄력적인 공급과 탄력적인 공급의 사례를 찾아보고 비교해보자.
3. 블루오션의 경제적 의미를 알아보고 성공 사례를 케이스스터디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