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수학적 사고와 국어 능력
13. 윗글을 참고할 때, <보기>에 대한 반응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기축 통화국인 A국의 금리는 인상되었고 통화 공급은 감소했다. 여기에 A국 정부의 소득세 감면과 군비 증대는 A국의 금리를 인상시켰으며, 높은 금리로 인해 대량으로 외국 자본이 유입되었다. A국은 이로 인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국제적 합의를 주도하여, … A국 통화에 대한 B국 통화와 C국 통화의 환율은 각각 50%, 30% 하락했다.

① A국의 금리 인상과 통화 공급 감소로 인해 A국 통화의 신뢰도가 낮아진 것은 외국 자본이 대량으로 유입되었기 때문이겠군.

② 국제적 합의로 인한 A국 통화에 대한 B국 통화의 환율 하락으로 국제 유동성 공급량이 증가하여 A국 통화의 가치가 상승했겠군.

③ 다른 모든 조건이 변하지 않았다면, 국제적 합의로 인해 A국 통화에 대한 B국 통화의 환율과 B국 통화에 대한 C국 통화의 환율은 모두 하락했겠군.

④ 다른 모든 조건이 변하지 않았다면, 국제적 합의로 인해 A국 통화에 대한 B국과 C국 통화의 환율이 하락하여, B국에 대한 C국의 경상 수지는 개선되었겠군.

⑤ 다른 모든 조건이 변하지 않았다면, A국의 소득세 감면과 군비 증대로 A국의 경상 수지가 악화되며, 그 완화 방안 중 하나는 A국 통화에 대한 B국 통화의 환율을 상승시키는 것이겠군.

-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
반응어떤 말을 듣고 이해, 추리, 평가 등을 한다고 했다. 이들 모두는 ‘반응’의 유형이기도 하다. 위 문제에서 ①~⑤의 밑줄 친 부분을 보자. <보기>의 어떤 곳에도 그 내용이 없다. 결국 ‘통화의 신뢰도’, ‘국제 유동성 공급’, ‘통화의 가치’, ‘통화에 대한 통화의 환율’, ‘경상수지’ 등의 개념을 지문에서 이해 또는 추리하는 반응이 있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러면 시간이 많이 걸려. 개념들을 미리 알아 두었다가 문제를 풀어’라고 한다. 그것은 출제 지문을 미리 알아내거나, 이 세상의 모든 지식을 알아두라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철수 샘은 학생들에게 이렇게 조언하고 싶다.

“그게 가능해? 그러니 국어 능력을 길러.”인상… 감소…낮아진 … 유입… 하락… 증가… 상승… 개선… 감면… 증대… 악화어찌어찌 하여 <보기>에 없는 개념들이 무엇인지 지문을 통해 알았다고 하자. 그런데도 이 문제를 푸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이 있다. 양(量)의 변화와 관련한 어휘들, 즉 ‘인상’, ‘유입’, ‘증가’, ‘개선’, ‘증대’ 등과 ‘감소’, ‘낮아진’, ‘하락’, ‘감면’, ‘악화’ 등이 ‘A로 인해(에 따라) B’ 같은 함수 관계를 나타내는 문장들 속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개념들 간 비례 또는 반비례 관계를 파악해야 하는데, 이런 수학적 사고가 부족한 학생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철수 샘은 평소 수학적 사고도 국어 능력이라고 입이 닳도록 말해 왔다. 그렇다고 철수 샘이 수학 문제를 푼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대학 때 수학 과외로 용돈을 벌기도 했지만, 지금은 수학 문제 풀이 기술(skill)을 다 잊어버려 풀 수 없다. 국어 문제 풀이에 필요한 것은 수학적 사고이지, 수학 문제 풀이 기술이 아니다.

“국어 성적을 올리고 싶어? 그럼 수학적 사고를 담은 문장을 이해해.” 높은 금리로 인해 … 외국 자본이 유입… ① … 금리 인상…로 인해 A국 통화의 신뢰도가 낮아진 것은 외국 자본이 … 유입되었기 때문‘A 때문에 B’에서 A는 원인, B는 결과다. 인과 관계는 뒤바뀔 수가 없다. ‘늙기 때문에 죽는 것’이지 ‘죽기 때문에 늙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보기>에서 ‘높은 금리’가 원인이고 ‘외국 자본이 유입되’는 것은 결과였다. 그것을 ‘금리 인상→외국 자본 유입’으로 나타낼 수 있다. 그런데 ①은 인과 관계가 뒤바뀌어 <보기>를 잘못 이해했다. 즉 ‘외국 자본 유입→(금리 인상→통화의 신뢰도 저하)’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①을 ‘금리 인상→외국 자본 유입→통화의 신뢰도 저하’를 나타낸 것이라 할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외국 자본 유입’과 ‘통화의 신뢰도 저하’ 사이의 인과 관계를 추리하는 수고를 해야 하는데, 막상 해 보면 그 역시 인과 관계가 뒤바뀌었다는 알게 될 것이다. 지문에서 말한 인과 관계를 바꿔 파악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③ … B국 통화에 대한 C국 통화의 환율은 … 하락 ④ … A국 통화에 대한 B국과 C국 통화의 환율이 하락하여, B국에 대한 C국의 경상 수지는 개선지문 독해 능력을 측정하는 국어 문제에서 논란이 되는 것이 지문을 보지 않고도 문제를 풀 수 있는 경우다. ③의 ‘B국 통화에 대한 C국 통화의 환율은 … 하락’이 그 경우다. 지문을 생각지 않고 <보기>의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A에 대한 B, C의 비율이 각각 50%, 30% 낮아져? 그럼 상대적으로 A에 대한 C의 비율이 A에 대한 B의 비율보다 덜 낮아졌네. 그럼 B에 대한 C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오르지.
물론 다음과 같은 내용이 지문에 있긴 했다.
기축 통화인 달러화를 제외한 다른 통화들 간 환율인 교차 환율… 달러화에 대한 여타국 통화의 환율을 하락시켜 그 가치를 올리는
신철수 성보고 교사
신철수 성보고 교사
그러나 이 내용만으로 ③의 의미를 알기는 어렵고, 비(比)의 변화에 대한 수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환율 50%, 30% 하락의 상대성’을 추리해야만 알 수 있다. 나아가 ④의 환율 변동과 경상수지 변동 사이의 관계는 지문을 통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지만, 역시 ‘B국 통화에 대한 C국 통화의 환율 상승’을 추리해 내야만 적절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으므로 ③과 같은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결국 출제자는 비(比)의 변화와 관련한 수학적 사고도 국어 능력이라고 본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지 않는 사람도 많아 논란이 된 것이다.

포인트 반응의 유형에는 이해, 추리, 평가 등이 있음을 알아 두자.
선택지에 있는 개념이 <보기>에 없을 경우 지문에서 알아내도록 하자.
출제 지문을 미리 알아내거나 이 세상의 모든 지식을 알려고 하지 말고 국어 능력을 기르자.
수학적 사고를 담은 문장을 이해하는 훈련을 게을리하지 말자.
지문 독해 능력을 측정하는 국어 문제에서 지문을 보지 않고도 문제를 풀 수 있는 것이 왜 논란이 되는지 이해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