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노믹스] 부자가 된 석유 사냥꾼, 결국 자원의 저주에 빠져…
1900년대 초반 석유개발업자인 대니얼은 타고난 사업수완과 추진력으로 석유 시추사업을 벌인다. 광부 출신인 그는 오일러시 대열에 끼어 악전고투 끝에 석유개발권을 확보한다. 고위험 고수익 사업인 만큼 성공하면 대박이지만 실패하면 끝장이다. 대니얼이 마을에 유정탑을 세우고 석유를 퍼올리기 시작할 때 가스 폭발이 일어난다. 이때 대니얼의 양아들이 사고로 청력을 잃는다. 하지만 석유에 집착하던 대니얼은 자신을 간절하게 붙잡는 아들을 외면한다. 한걸음 더 석유시대는 이제 끝? … 코로나가 다시 불 붙인 ‘피크오일’논쟁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피크오일(석유 생산량이 최고점에 도래하는 시점)’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젠 석유 수요에 한계가 왔다는 수요 정점이 논란거리다. 일각에선 이미 피크오일이 지났거나 지나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영국 석유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2020년 하반기 에너지전망 보고서를 통해 세계 석유 수요가 정점을 지났을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둔화하고 생활 방식도 바뀌면서 석유 수요가 회복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BP는 2019년 석유 수요량이 정점을 기록했다고 봤다. 탄소 중립 등의 움직임이 추가적으로 이뤄질 경우 2050년 석유 소비량은 50~80%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네마노믹스] 부자가 된 석유 사냥꾼, 결국 자원의 저주에 빠져…
사실 공급 측면에서 피크오일 주장은 150여 년 전부터 있었다. 1850년대에 이미 화석연료 고갈론이 등장했다. 1874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선 4년 내 고갈을 예상했다. 1909년 미국 연방 지질보고서는 26년 후 석유가 사라진다고 했다. 1956년엔 지질학자인 킹 허버트가 종 모양의 곡선을 그려 보이며 1971년 석유 생산이 정점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뒤 석유 생산은 오히려 늘었다. 최근 피크오일 논쟁은 수요 관점으로 바뀌었다. 코로나 사태로 석유 수요 자체가 줄어든 데다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다. 반대로 2030년까지 피크오일은 오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골드만삭스는 2022년 하루 원유 수요가 1억 배럴을 넘어서 지난해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측했다. 개발도상국의 인구구조학적 특징 등이 원유 수요를 늘릴 것으로 봤다. 거액의 제안 들어오지만대니얼의 예상대로 유전에선 엄청난 양의 석유가 쏟아져나온다. 자신을 돌보지 않은 대니얼에게 실망한 H.W가 크고 작은 사고를 치기 시작하자 그마저 멀리 있는 청각장애인 학교에 보내버리고 사업에만 집중한다. 어느 날 거대 정유회사인 스탠더드오일의 간부가 대니얼을 찾아와 “100만달러에 유전을 팔라”고 제안한다.

스탠더드오일을 세운 사업가 록펠러는 당시 열병처럼 번지던 석유 탐사 흥분에 휩싸이는 대신 다른 전략을 택했다. 탐사 실패율이 높고 유가 변동에 직격탄을 맞는 석유 시추업 대신 운송과 정유에 패를 걸었다. 석유가 산업용으로 다양하게 쓰일 가능성을 보이자 정제공장을 차린 것이다. ‘블랙 골드’라고 불렸던 석유도 정제하지 않으면 끈적끈적한 구정물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액의 제안이었지만 아들을 떠나보내고 사업을 한창 확장하던 대니얼은 예민하게 반응한다. “직접 땅 파면서 찾아보시죠. 남이 고생해서 얻은 유전 꿀꺽할 생각 말고.” 스탠더드오일의 간부가 “아무리 석유가 쏟아져봤자 팔지 못하면 소용없다. 어떻게 운반할 생각이냐”고 협박해도 대니얼은 꿈쩍 안 한다. 록펠러는 정유사업의 성공 여부가 물류비용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달렸다고 봤다. 철도회사에 운송 독점권을 주는 대신 운임을 대폭 낮췄다. 관련 기업의 수직·수평적 결합을 통해 실질적인 시장 독점을 이뤘다. 이를 경제사에선 ‘트러스트’라고 부른다. 스탠더드오일은 당시 미국 석유 시장의 90%를 점유했다.

대니얼은 제안을 끝내 거절한다. 대신 바다까지 이어지는 송유관을 만들기 시작한다. 직접 운반을 위한 방책을 세운 것이다. 송유관에 필요한 땅을 팔지 않겠다는 한 주민 때문에 송유관 길이를 80㎞ 늘려야 할 일이 생기자 대니얼은 무릎까지 꿇는다. 주민이 시키는 대로 “나는 아들을 버린 죄인이다”라고 사람들 앞에서 외치는 굴욕을 감수한다. 대니얼이 빠진 ‘자원의 저주’영화의 마지막은 송유관 건설 성공 몇 년 후 거부가 된 대니얼. 하지만 이제 그의 주변엔 아무도 없다. 어른이 돼 찾아온 H.W가 “그동안 배운 것으로 내 회사를 차려 멕시코 유전을 개발하겠다”고 하자 대니얼은 “넌 내 아들이 아닌 경쟁자”란 악담을 퍼붓고 이들의 관계도 파탄이 난다. 평생을 자원전쟁 속에서 살아온 대니얼의 눈에는 아들마저 경쟁자로 비친 것이다.

대니얼은 거대한 저택에 혼자 살면서 외로움에 미쳐간다. 개발권을 따낼 때마다 대니얼은 자신을 ‘패밀리 맨’이라 자칭했지만 사실은 누구와도 자신의 것을 나누지 않았다. 석유가 콸콸 쏟아지는 유전을 찾아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끝까지 자신의 가족을 이루지는 못했다. 그가 진정 찾아내고 싶었던 것은 석유 그 자체가 아니라 자신의 성공을 함께 나눌 피붙이였지만 스스로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또 다른 자원의 저주에 빠져버린 것이다.

고은이 한국경제신문 기자 NIE 포인트① 석유왕 록펠러는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아보자.

② 시장 독점이 불러오는 폐해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조사해 보자.

③ 성공적인 삶의 의미를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