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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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쓴 마크 트웨인은 ‘미국 문학의 아버지, 미국의 국민 작가’로 불리며 많은 작품을 발표했다. 그 가운데 《왕자와 거지》는 시대가 갈수록 더욱 사랑받으며 전 세계인을 즐겁게 만드는 고전 명작이다. 우리나라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비롯해 일본 영화 ‘카게무샤’, 미국 영화 ‘데이브’까지 진짜와 가짜의 신분이 바뀌면서 일어나는 스토리는 언제나 흥미진진해 계속 패러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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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쌍둥이같이 닮은 사람이 나타난다면 공부와 일을 떠맡기고 훌훌 날아가서 실컷 놀고 싶다.’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왕자와 거지》 속 두 소년에게 그런 일이 현실로 나타난다. 웨스트민스터 왕궁에서 온갖 호위를 받는 왕세자 에드워드 튜더와 런던의 빈민굴 오펄코트에서 아버지와 할머니로부터 구타와 멸시를 받는 톰 캔티,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이 장난처럼 옷을 바꿔 입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작품은 헨리 8세의 뒤를 이어 영국을 통치한 에드워드 6세의 소년 시절이라는 역사적 시간과 사회적 공간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547년에 실제 에드워드 튜더는 아홉 살이었다. 마크 트웨인은 소설에서 에드워드를 열서너 살의 소년으로 설정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실제 에드워드 6세는 조숙하고 냉정하며 책임감이 컸던 소년 왕으로 평가받고 있다. 매년 전국을 순회하며 백성들의 생활을 직접 살폈는데, 무리한 순례 행사로 폐결핵과 각종 합병증이 생겨 16세의 어린 나이에 사망했다. 역사에 문학적 상상력 가미역사적 사실에 문학적 상상력을 가미해 자유롭게 변형한 《왕자와 거지》는 아동소설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마크 트웨인이 이 소설을 발표한 1882년까지만 해도 아동소설은 지나치게 도덕적이면서 교훈적이었다. 《왕자와 거지》는 도덕적 교훈을 강조하면서도 흥미와 재미를 가미해 지금까지 어린이는 물론 청소년과 성인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마크 트웨인이 ‘모든 시대의 젊은이들을 위한 이야기’로 규정한 《왕자와 거지》는 젊은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쓴 만큼 아동문학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들을 묘사했다. 교수형 당한 귀족의 머리통이 런던교에 나뒹굴고, 침례교 신자라는 이유로 화형당하는 여성, 땅을 빼앗기고 유랑하는 농부가 노예로 팔려 가는 장면, 궁정에서 벌어지는 우스꽝스러운 사건 등이 그것이다. 당시 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한 덕분에 《왕자와 거지》는 ‘아동문학의 금자탑이요 기념비적인 작품’이라는 칭송이 따라다닌다.

왕자와 거지의 신분이 뒤바뀌면서 일어나는 현상들은 지금도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신데렐라 이야기도 거지가 왕자로 변신하는 이야기와 닮아있다. 나라면 새로운 신분 상승 이야기를 어떻게 쓸까, 이 시대의 왕자와 거지는 누굴까, 상상하며 읽으면 재미있을 것이다. 외형이 아닌 본질에 치중하자평민의 삶을 살아보고 싶었던 왕자와 힘든 삶을 벗어나 왕자의 꿈을 꾸었던 거지, ‘깃이 예쁘면 새도 예쁘다’라는 서양 속담과 ‘옷이 날개다’라는 우리 속담처럼 두 사람은 옷 때문에 신분이 바뀌어버린다. 먼저 적응한 사람은? 온실 속 화초였던 왕자가 아닌 밟혀도 밟혀도 다시 일어섰던 잡초 톰이다. 바닥에서 위로 올라와 온갖 호사를 누리는 톰과 달리 진짜 왕자에게는 견디기 힘든 고생길이 연속적으로 펼쳐진다. 진짜 왕자와 빈민촌 가족을 잊고 사치를 만끽하는 톰, 아무리 주장하고 읍소해도 미친 아이 취급받는 진짜 왕자, 두 사람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많은 생각이 들 것이다.

왕자에서 거지가 되고 싶은 사람보다 거지에서 왕자가 되고 싶은 사람이 훨씬 많은 세상이다. 비싼 외제차를 구입해 할부금을 갚느라 힘들게 사는 ‘카푸어족’(car poor), 빚까지 내서 명품을 사느라 헉헉대는 사람, 화려하게 치장하여 왕자로 보이고 싶은 사람이 많은 세상이다.

이근미 작가
이근미 작가
하루아침에 거지가 왕자로 변신하면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차근차근 노력하다 보면 왕자도 거지도 아닌 나만의 삶을 멋지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어린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좋아하는 《왕자와 거지》를 읽으며 본질이 아닌 외형에 치중하는 삶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느껴보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