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번스타인 《부의 탄생》
“법률에 따라 재산 보호를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분노와 갈등,
혼란이 난무하고 각 분야에서 생산성이 높아질 수 없으며, 국력은 추락할 것이다.”
“민주주의가 너무 진전되면 경제 성장에 제동이 걸린다. 포퓰리즘과 산업 보조금의
확대 등 경제적으로 비생산적인 자선적·정치적 배출구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확고한 재산권 보호와 법치주의가 장인들의 혁신 본능을 자극했고, 과학적 합리주의가 그들에게 도구를 제공했으며, 자본시장이 그들의 놀라운 발명품을 개발하고 생산할 자본을 제공했다. 수송 수단의 발달은 성장과 부(富) 창출의 급류를 만들었다.”“법률에 따라 재산 보호를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분노와 갈등,
혼란이 난무하고 각 분야에서 생산성이 높아질 수 없으며, 국력은 추락할 것이다.”
“민주주의가 너무 진전되면 경제 성장에 제동이 걸린다. 포퓰리즘과 산업 보조금의
확대 등 경제적으로 비생산적인 자선적·정치적 배출구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투자이론가이자 경제사학자인 윌리엄 번스타인은 2004년 펴낸《부의 탄생》에서 세계 경제가 특정한 시점과 장소에서 갑자기 성장하기 시작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부국(富國)의 원천이 무엇인지 짚었다. 그에 따르면 동면(冬眠) 상태에 있던 세계 경제는 1820년 전후 유럽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왜 이 시기 특정 장소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는가. 경제 성장과 발전의 원동력, 즉 부의 원천을 네 가지 요인에서 찾았다. △재산권 보장과 법치주의 △과학적 합리주의 △활성화된 자본시장 △수송·통신의 발달이다. “1820년 전후 경제 폭발적 성장 시작” 번스타인은 재산권과 이를 지켜줄 법치주의가 나라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다. 권력자, 범죄자 등에 의해 자기 재산을 빼앗길 가능성이 있다면 누구도 최선을 다해 일하지 않을 게 뻔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치주의 확립이 필수 요소라고 본 것이다. “법률에 따라 재산 보호를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분노와 갈등, 혼란이 난무하고 각 분야에서 생산성이 높아질 수 없으며, 국력은 추락할 것이다.”
과학적 합리주의는 자신의 생명과 재산에 대한 위험을 걱정하지 않고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사고하며 실험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경제적 진보는 사상의 발전과 밀접하다. 오늘날 빈국(貧國)들을 생각해보자. 아프리카와 일부 아시아·중동 국가들에서는 지적인 탐구를 하려면 국가와 종교의 힘 앞에 생명과 재산을 걸어야 한다. 이념이나 종교적 편견 등 전(前)근대적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합리적 사고를 막는 나라는 결코 부국이 될 수 없다.”
그는 자본시장의 중요성에 대해 “19세기 이전 사회에서는 아무리 영리하며 야심에 찬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는 데 필요한 대량의 자금을 충분히 끌어들일 수 없었다. 그러나 일반 대중도 참여할 수 있는 주식시장 발달 등으로 인한 풍부한 자금원(源)이 혁신적인 발명품을 대량생산할 수 있게 해줬다”고 지적했다. 재화와 중요한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해 시장을 넓혀주는 교통·통신의 발달도 경제 성장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번스타인은 “부의 네 가지 요인 가운데 한 가지라도 빠지면 부국이 될 수 없다”고 했다. 물론 부의 탄생을 가져오는 네 가지 요인 가운데 일부는 1820년대 이전에도 존재했다. 그러나 네 가지 요인이 한 장소에서 동시에 나타난 것은 1820년께 영국이 처음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영국에선 마그나카르타(대헌장)로 시작된 보통법의 진보가 재산권 보호를 가능케 했고, 유한책임회사를 만들어내는 등 자본시장도 발달해 있었다. 과학적 계몽주의도 확산됐다. 이런 상태에서 증기엔진 발명으로 성장의 불꽃에 기름을 부었다.”
네덜란드도 경제 발전의 선두주자였다. 주변 나라에 비해 주민들이 안정된 재산권을 누리고 있었으며, 종교개혁을 통해 종교로 인한 분열을 피할 수 있었고, 낮은 이자율과 강력한 투자자 보호 덕분에 자본시장이 활성화돼 있었다. 다만 네덜란드는 1인당 기준으로는 큰 부를 가졌지만, 경쟁국에 비해 적은 인구 등으로 국력이 커나가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게 번스타인의 지적이다.
프랑스가 영국보다 근대화에 뒤진 이유는 무엇일까. “‘앙시앙 레짐(절대왕정 체제)’ 하에서 중앙집권적인 정부 제도를 지나치게 장기간 지속하면서 개인의 활력을 떨어뜨렸다. 정부는 생산 방식마저 일일이 규제했고, 자본은 기업보다는 안정된 수입을 제공하는 정부 국채로 향했으며, 통행세 부과로 수송 능력이 떨어졌다.” “물질 아닌 제도가 국가 번영 결정”16~17세기 유럽 최고의 강자로 떠올랐던 스페인은 상업적 본능을 살리기보다는 정복과 약탈에 의존한 경제 시스템을 유지해 자본시장 활성화를 어렵게 하는 바람에 근대화에서 밀려났다. 경제 성장의 네 가지 요인으로 짚어보면 공산주의의 쇠퇴는 당연한 결말이었다. 자유로운 사상과 사고의 발현을 억압했고, 자본의 집중을 이루지 못했으며, 자유로운 재산권 행사를 통한 사회의 활력을 기대할 수 없었다.
국가의 번영을 결정짓는 요인은 물질이 아니라 제도에 있다는 게 번스타인의 결론이다. “단지 수력 댐, 돈, 천연자원을 많이 갖고 있다고 국가가 번영하지 않는다. 번영은 제도, 즉 인간의 사고와 상호작용, 사업 활동의 틀에 관한 문제다. 개인들의 활발한 시장 참여를 가능케 하는 제도를 갖췄는지가 중요하다.”
그는 민주주의와 부의 관계에 대해서도 명쾌한 결론을 내렸다. “경제 성장이 민주주의를 촉진시킨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너무 진전되면 경제 성장에 제동이 걸린다. 포퓰리즘과 산업 보조금의 확대 등 경제적으로 비생산적인 자선적·정치적 배출구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홍영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