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韓 51개사 코로나 치료제 개발 경쟁…해볼 만한 도전이다
국내 제약·바이오회사 51곳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는 한경 보도(5월 19일자 A1면)다. 신약 개발의 관문인 환자 대상 임상시험을 승인받은 것만 부광약품의 항바이러스제인 레보비르 등 12건에 이른다고 한다. 예단할 수는 없지만 GC녹십자가 개발 중인 혈장치료제는 연내 첫 국산 치료제로 선보일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치료제보다 개발이 까다로운 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개발 프로젝트가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으로부터 360만달러(약 44억원)를 지원받는 등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은 어려운 도전이지만 의미와 가치는 매우 크다. 신약 개발에는 막대한 자금과 오랜 시간을 쏟아부어야 하고 실패 가능성도 커 기업으로선 위험성이 높다. 성공하면 대박이지만 실패하면 회사 존립을 위협받을 정도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대부분의 신약을 글로벌 거대 제약사들이 독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위험한 도전에 국내 제약·바이오사들이 뛰어든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뜻깊다. 설령 이번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에 실패하더라도 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기술과 경험은 또 다른 신약 개발 도전에 밑거름이 될 게 틀림없다. 또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성공해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는 코로나19 퇴치에 기여한다면 K바이오의 위상을 드높일 신기원이 될 것이다.
정부도 이런 도전을 규제완화 등으로 밀어줘야 한다. 무엇보다 치료제 개발회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임상시험 부문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 당장 임상환자 확보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병원과 제약사 간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번거로운 서류심사 등 임상 규제도 한시적으로 푸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의사 책임 아래 환자에게 신약을 직접 처방할 수 있게 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긴급 사용승인 대상도 중증환자 중심에서 좀 더 확대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코로나 경제위기 극복도 결국은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달려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경제가 완전히 회복하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엔 전 세계 제약·바이오 회사들이 달라붙어 있다. 마침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가 진행한 백신 후보(mRNA-1273)에 대한 1상 임상시험에서 긍정적 결과가 나왔다는 소식이 글로벌 증시를 달구기도 했다. 머지않아 한국 제약·바이오회사에서도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의 낭보가 전해지길 기대해 본다. 《한국경제신문 5월 20일자》
사설 읽기 포인트
글로벌 경쟁 뛰어든 한국 바이오·제약 기업들
자금지원보다 '현실성 없는 규제' 혁파가 중요
성과 내고 기술 축적하도록 정부 적극 도와야
또 하나 건곤일척의 국제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기술전이고 과학전이다. 구체적으로는 바이오 생명 IT(정보기술)가 연계된 종합 대전이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그렇다.
미국을 비롯해 각국의 유명 제약회사들과 바이오헬스 특화 전문기업이 펼치는 치료제 개발 경쟁에 한국 기업들도 가세했다. 한국경제신문 집계에 따르면 관련돼 출전한 한국 기업은 51개. 이 가운데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단계에 돌입한 기업도 나오기 시작했다. 임상시험은 통상 신약개발의 첫 관문으로 평가받는 중요한 고비다. 국제경쟁에서 이 정도 실력이면 ‘바이오 한국’은 이미 대단한 잠재역량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셀트리온 GC녹십자처럼 이미 제약회사로 자리 잡고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기업 외에 신생 바이오벤처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새로운 한류로서 ‘K바이오’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그만큼 국제적 주목도 받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몰아친 ‘코로나 쇼크’의 피해는 크고 오래가고 있다. 산업과 경제 피해만이 아니다. 교육과 일상생활까지 광범위하다. 경제적으로 본다면 사상 유례가 없는 정도의 돈 풀기로도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 경기 회복 시기도 점치기 어렵다. 많은 전문가들은 백신을 포함한 코로나 치료제 개발이 경기 회복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래야 코로나 위기가 끝나고 경제활동도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그렇게 본다면 코로나 치료제·백신 개발은 기술전쟁, 산업전쟁, 경제전쟁이면서 21세기 위기의 인류를 구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연구의 주체는 제약 관련 기업들이지만 정부 역할도 무척이나 중요하다. 기업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대한 도와야 한다. K바이오 업계의 이 연구 경쟁에 자금 지원은 부차적이다. 새로운 제약물질 제조 등 치료제 개발과 관련된 규제를 정비해 연구-임상-완제품 생산에 걸림돌이 없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 시중의 자금은 이미 제약업계로 흘러가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신고가를 경신하는 제약사가 적지 않은 실상만 봐도 확인된다. 돈이 아니라, 행정과 법규 즉 제도의 문제가 크게 남는다는 의미가 된다.
정부가 직접 개발하겠다는 식의 과잉의욕은 금물이다. 정부와 국회는 일반 행정을 하는 ‘제너럴리스트’들이다. 치료제를 개발하는 ‘스페셜리스트’들은 제약업계에 몰려 있다. 이들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쓸데없는 간섭과 관여를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한국의 제약 역량과 바이오 기술력을 세계에 내보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충분한 보상도 예고돼 있다. 세계 주식시장도 코로나 백신의 개발 진척 소식에 일거에 급등하기도 했다. 그만큼 기대심리가 높다. 일부에서는 5월 중반 세계 증시의 상승 움직임을 두고 ‘백신 랠리’라는 말로 설명하기도 한다. 설령 ‘1등’을 못 한다 해도 좋다. 개발 과정에서의 연구 성과는 남는다. 그렇게 축적되는 기술은 다른 쪽에서도 얼마든지 빛을 볼 수 있다. 한 번 도전해볼 만하다. 힘껏 응원해보자.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은 어려운 도전이지만 의미와 가치는 매우 크다. 신약 개발에는 막대한 자금과 오랜 시간을 쏟아부어야 하고 실패 가능성도 커 기업으로선 위험성이 높다. 성공하면 대박이지만 실패하면 회사 존립을 위협받을 정도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대부분의 신약을 글로벌 거대 제약사들이 독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위험한 도전에 국내 제약·바이오사들이 뛰어든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뜻깊다. 설령 이번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에 실패하더라도 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기술과 경험은 또 다른 신약 개발 도전에 밑거름이 될 게 틀림없다. 또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성공해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는 코로나19 퇴치에 기여한다면 K바이오의 위상을 드높일 신기원이 될 것이다.
정부도 이런 도전을 규제완화 등으로 밀어줘야 한다. 무엇보다 치료제 개발회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임상시험 부문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 당장 임상환자 확보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병원과 제약사 간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번거로운 서류심사 등 임상 규제도 한시적으로 푸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의사 책임 아래 환자에게 신약을 직접 처방할 수 있게 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긴급 사용승인 대상도 중증환자 중심에서 좀 더 확대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코로나 경제위기 극복도 결국은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달려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경제가 완전히 회복하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엔 전 세계 제약·바이오 회사들이 달라붙어 있다. 마침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가 진행한 백신 후보(mRNA-1273)에 대한 1상 임상시험에서 긍정적 결과가 나왔다는 소식이 글로벌 증시를 달구기도 했다. 머지않아 한국 제약·바이오회사에서도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의 낭보가 전해지길 기대해 본다. 《한국경제신문 5월 20일자》
사설 읽기 포인트
글로벌 경쟁 뛰어든 한국 바이오·제약 기업들
자금지원보다 '현실성 없는 규제' 혁파가 중요
성과 내고 기술 축적하도록 정부 적극 도와야
또 하나 건곤일척의 국제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기술전이고 과학전이다. 구체적으로는 바이오 생명 IT(정보기술)가 연계된 종합 대전이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그렇다.
미국을 비롯해 각국의 유명 제약회사들과 바이오헬스 특화 전문기업이 펼치는 치료제 개발 경쟁에 한국 기업들도 가세했다. 한국경제신문 집계에 따르면 관련돼 출전한 한국 기업은 51개. 이 가운데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단계에 돌입한 기업도 나오기 시작했다. 임상시험은 통상 신약개발의 첫 관문으로 평가받는 중요한 고비다. 국제경쟁에서 이 정도 실력이면 ‘바이오 한국’은 이미 대단한 잠재역량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셀트리온 GC녹십자처럼 이미 제약회사로 자리 잡고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기업 외에 신생 바이오벤처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새로운 한류로서 ‘K바이오’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그만큼 국제적 주목도 받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몰아친 ‘코로나 쇼크’의 피해는 크고 오래가고 있다. 산업과 경제 피해만이 아니다. 교육과 일상생활까지 광범위하다. 경제적으로 본다면 사상 유례가 없는 정도의 돈 풀기로도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 경기 회복 시기도 점치기 어렵다. 많은 전문가들은 백신을 포함한 코로나 치료제 개발이 경기 회복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래야 코로나 위기가 끝나고 경제활동도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그렇게 본다면 코로나 치료제·백신 개발은 기술전쟁, 산업전쟁, 경제전쟁이면서 21세기 위기의 인류를 구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연구의 주체는 제약 관련 기업들이지만 정부 역할도 무척이나 중요하다. 기업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대한 도와야 한다. K바이오 업계의 이 연구 경쟁에 자금 지원은 부차적이다. 새로운 제약물질 제조 등 치료제 개발과 관련된 규제를 정비해 연구-임상-완제품 생산에 걸림돌이 없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 시중의 자금은 이미 제약업계로 흘러가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신고가를 경신하는 제약사가 적지 않은 실상만 봐도 확인된다. 돈이 아니라, 행정과 법규 즉 제도의 문제가 크게 남는다는 의미가 된다.
정부가 직접 개발하겠다는 식의 과잉의욕은 금물이다. 정부와 국회는 일반 행정을 하는 ‘제너럴리스트’들이다. 치료제를 개발하는 ‘스페셜리스트’들은 제약업계에 몰려 있다. 이들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쓸데없는 간섭과 관여를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한국의 제약 역량과 바이오 기술력을 세계에 내보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충분한 보상도 예고돼 있다. 세계 주식시장도 코로나 백신의 개발 진척 소식에 일거에 급등하기도 했다. 그만큼 기대심리가 높다. 일부에서는 5월 중반 세계 증시의 상승 움직임을 두고 ‘백신 랠리’라는 말로 설명하기도 한다. 설령 ‘1등’을 못 한다 해도 좋다. 개발 과정에서의 연구 성과는 남는다. 그렇게 축적되는 기술은 다른 쪽에서도 얼마든지 빛을 볼 수 있다. 한 번 도전해볼 만하다. 힘껏 응원해보자.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