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은주 선생님과 함께하는 한국문학 산책
소설의 공간적 배경은 인물과 사건이 전개되는 무대
공간은 인물과 유기적으로 얽혀 심화된 세계로 이끈다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의 식민지시대 경성,
'관촌수필'의 토속 방언 무대인 충청도 농촌 부락,
'여수의 사랑'의 두 여성 주인공들에게 다르게 다가오는 여수…
소설의 공간을 읽어보자
소설의 공간적 배경은 인물과 사건이 전개되는 무대
공간은 인물과 유기적으로 얽혀 심화된 세계로 이끈다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의 식민지시대 경성,
'관촌수필'의 토속 방언 무대인 충청도 농촌 부락,
'여수의 사랑'의 두 여성 주인공들에게 다르게 다가오는 여수…
소설의 공간을 읽어보자
농촌과 근대화 공간
그런데 이런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여수에 대한 둘의 입장은 다르다. 정선에게 여수는 동생을 집어삼킨 바다가 있는 곳,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곳이다. 그러나 자흔에게 여수는 오랜 방랑 끝에 간신히 찾은 고향이다. 자흔은 여수 앞바다 해안의 시골 마을, 타고 가던 버스가 고장 나서 우연히 내리게 된 후락한 그곳을 걷다가 눈물을 흘린다. 버려진 부두의 누더기 같은 천막, 더러운 판자떼기들, 염소 울음소리, 새소리, 바람, 두엄 냄새 속을 걷다가 얼굴도 모르는 어머니 품속에 돌아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 것이다. 자흔이 정선의 결벽증을 견디지 못하고 떠나자 정선은 자흔을 찾아 여수로, 고통의 뿌리인 동시에 존재의 뿌리인 그곳으로 향한다. 우연히 만났지만 쌍생아나 다름없는 둘의 사랑은 결국 여수에서 배태되었다.
여수는 전라남도의 바닷가 도시이다. 바닷가 도시가 여수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수가 아니라면, ‘그 앞바다의 녹슨 철선들은 지금도 상처 입은 목소리로 울부짖어대고’ ‘서늘한 해류는 멍든 속살 같은 푸릇푸릇한 섬들과 몸 섞으며 굽이돌고 있을’ 여수(麗水)가 아니라면 정선과 자흔의 여수(旅愁)를 설명할 길이 없다.
공간과 인물의 의미
이렇듯 소설의 공간적 배경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장소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공간은 인물과 떼어놓을 수 없으며 사건과도 한몸이다. 공간과 인물과 사건. 이들은 유기적으로 얽혀 하나의 육체가 되어 작품을 구성한다. 공간에 주목하여 소설을 읽으면서 한 차원 심화된 작품 감상의 세계로 들어가 보기를 권한다.
손은주 < 서울사대부고 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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