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년 창업' 넘어 '직장인 창업' 확 키우자
정부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결과는 신통찮다. 15일 발표된 ‘특단의 청년 일자리대책’에 큰 관심이 가는 것도 그래서다. 이번에도 일자리 예산 늘리기, 세제개편과 함께 청년창업 지원 확대 방안이 포함된다고 들린다.
기업 채용이 위축된 상황에서 청년 창업 유도 정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쏠림 현상이다. 중소벤처기업부 고용노동부 등 각 부처가 운영해온 청년창업 지원사업은 67개에 달한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시행 중인 별도의 지원사업은 몇 가지나 되는지 정확한 통계도 없다. 지원 프로그램은 사방팔방에 널렸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안 보인다. 청년창업 지원으로 나랏돈이 줄줄 샌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차제에 창업 지원에 대한 인식과 방식을 냉철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회생활이나 비즈니스 방식을 온전히 경험하지 않은 대학생 등 청년들이 곧바로 창업에 나서도록 계속 유도하는 게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문제 제기다.
한국보다 창업이 훨씬 더 왕성한 미국의 실상에 의미 있는 시사점이 있다. 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260만 개 이상의 미국 내 기업 설립자들의 창업 나이는 평균 41.9세였다. 성공한 창업가들은 46.7세였다. 한국이라고 다를 게 없다. 창업에 성공한 기업가들 면면을 보면 직장생활을 거친 뒤 창업에 뛰어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대표적이다. 직장 경험이 창업 초기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기업을 도약시킨 밑거름이 됐다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창업지원 프로그램과 예산 배분은 상당 부분 청년에게 쏠리고 있다. 지난 10년간 청년실업 대책이 21차례 나왔다. 최근 5년간 여기에 투입된 예산만 10조원이 넘는다. 정부의 청년창업 지원은 복잡할 정도로 다양해졌고 예산 지원도 늘어났지만 청년 실업률은 역대 최고 수준에 달한다. 청년 창업을 고취할 필요도 있지만, 정부의 창업 지원이 이쪽에 너무 집중된 것은 아닌가. 성공 확률이 높은 직장인들의 창업을 더 유도해 ‘다양한 성공모델’을 청년들에게 많이 보여주는 게 효과적일 수도 있다.
창업생태계 실상에 대한 면밀한 점검과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 직장인 창업을 유도하려면 고용 유연성을 확보해 재취업시장부터 활성화하는 등 제도 개선점도 한둘이 아니다. 100세 시대다. 40~50대, 심지어 60대 직장인들이 경험을 살려 왕성하게 창업에 나서 성공신화를 쓰고,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도 줄 수 있도록 창업지원 제도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3월12일자> 고령화, 저성장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구조적으로 좋은 일자리가 많이 나오기는 어렵다. 더구나 정책도 ‘일자리 만들기’가 아니라 ‘일자리 나누기’를 중시하는 분위기다. 청년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창업지원 정책에 정부와 대학이 열심인 것은 이런 상황을 보면 이해가 된다.
하지만 창업은 어려운 과정이다. 창업 자체가 어려운 게 아니라 성공이 어려운 것이다. 청년 창업은 성공으로 가는 길이 더욱 험하다. 창업한 뒤 성공 확률을 수천 개, 수만 개 생산되는 알 중에서 겨우 한두 개 온전한 성체로 성장하는 물고기의 성장에 비교하기도 한다. 효율적인 창업생태계가 조성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자금만 대주는 청년 창업 지원은 냉정하게 재검토돼야 한다.
미국은 한국보다 창업이 훨씬 더 왕성하고 보편적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대학생 창업도 그렇다.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저커버그, 마이크로소프트를 세운 빌 게이츠의 성공신화를 떠올리며 미국에서는 청년 학생들이 주로 창업하는 것처럼 착각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통계를 보면 사뭇 다르다. 창업이 왕성하다는 미국에서도 직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창업이 많고, 그런 창업이 성공할 가능성도 크다. 사설에 인용된 통계 외에도 의미 있는 창업 관련 수치들이 더 있다. 하이테크 분야의 창업 평균 연령은 43.2세로, 일반 창업의 평균 41.9세보다 더 높았다. 실리콘밸리의 성공 창업가들의 평균 창업 연령은 47.2세다. 사회활동 경험이 있고, 실제 벌어지는 사업 및 산업 구조에 대한 이해도 높은 나이에 창업하는 것이 성공에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볼 수 있다.
청년 창업이 유행처럼 돼 가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창업의 본질을 보자는 주장이기도 하다. 청년 창업을 지원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유능하고 야망 있는 기성 직장인 창업 지원정책과 균형을 맞추자는 얘기다. 고령화 시대, 중장년 등 직장 경험자들의 활발한 창업 유도 정책은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정부의 정책적 쏠림은 여러 측면에서 경계의 대상이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정부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결과는 신통찮다. 15일 발표된 ‘특단의 청년 일자리대책’에 큰 관심이 가는 것도 그래서다. 이번에도 일자리 예산 늘리기, 세제개편과 함께 청년창업 지원 확대 방안이 포함된다고 들린다.
기업 채용이 위축된 상황에서 청년 창업 유도 정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쏠림 현상이다. 중소벤처기업부 고용노동부 등 각 부처가 운영해온 청년창업 지원사업은 67개에 달한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시행 중인 별도의 지원사업은 몇 가지나 되는지 정확한 통계도 없다. 지원 프로그램은 사방팔방에 널렸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안 보인다. 청년창업 지원으로 나랏돈이 줄줄 샌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차제에 창업 지원에 대한 인식과 방식을 냉철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회생활이나 비즈니스 방식을 온전히 경험하지 않은 대학생 등 청년들이 곧바로 창업에 나서도록 계속 유도하는 게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문제 제기다.
한국보다 창업이 훨씬 더 왕성한 미국의 실상에 의미 있는 시사점이 있다. 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260만 개 이상의 미국 내 기업 설립자들의 창업 나이는 평균 41.9세였다. 성공한 창업가들은 46.7세였다. 한국이라고 다를 게 없다. 창업에 성공한 기업가들 면면을 보면 직장생활을 거친 뒤 창업에 뛰어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대표적이다. 직장 경험이 창업 초기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기업을 도약시킨 밑거름이 됐다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창업지원 프로그램과 예산 배분은 상당 부분 청년에게 쏠리고 있다. 지난 10년간 청년실업 대책이 21차례 나왔다. 최근 5년간 여기에 투입된 예산만 10조원이 넘는다. 정부의 청년창업 지원은 복잡할 정도로 다양해졌고 예산 지원도 늘어났지만 청년 실업률은 역대 최고 수준에 달한다. 청년 창업을 고취할 필요도 있지만, 정부의 창업 지원이 이쪽에 너무 집중된 것은 아닌가. 성공 확률이 높은 직장인들의 창업을 더 유도해 ‘다양한 성공모델’을 청년들에게 많이 보여주는 게 효과적일 수도 있다.
창업생태계 실상에 대한 면밀한 점검과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 직장인 창업을 유도하려면 고용 유연성을 확보해 재취업시장부터 활성화하는 등 제도 개선점도 한둘이 아니다. 100세 시대다. 40~50대, 심지어 60대 직장인들이 경험을 살려 왕성하게 창업에 나서 성공신화를 쓰고,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도 줄 수 있도록 창업지원 제도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3월12일자> 고령화, 저성장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구조적으로 좋은 일자리가 많이 나오기는 어렵다. 더구나 정책도 ‘일자리 만들기’가 아니라 ‘일자리 나누기’를 중시하는 분위기다. 청년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창업지원 정책에 정부와 대학이 열심인 것은 이런 상황을 보면 이해가 된다.
하지만 창업은 어려운 과정이다. 창업 자체가 어려운 게 아니라 성공이 어려운 것이다. 청년 창업은 성공으로 가는 길이 더욱 험하다. 창업한 뒤 성공 확률을 수천 개, 수만 개 생산되는 알 중에서 겨우 한두 개 온전한 성체로 성장하는 물고기의 성장에 비교하기도 한다. 효율적인 창업생태계가 조성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자금만 대주는 청년 창업 지원은 냉정하게 재검토돼야 한다.
미국은 한국보다 창업이 훨씬 더 왕성하고 보편적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대학생 창업도 그렇다.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저커버그, 마이크로소프트를 세운 빌 게이츠의 성공신화를 떠올리며 미국에서는 청년 학생들이 주로 창업하는 것처럼 착각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통계를 보면 사뭇 다르다. 창업이 왕성하다는 미국에서도 직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창업이 많고, 그런 창업이 성공할 가능성도 크다. 사설에 인용된 통계 외에도 의미 있는 창업 관련 수치들이 더 있다. 하이테크 분야의 창업 평균 연령은 43.2세로, 일반 창업의 평균 41.9세보다 더 높았다. 실리콘밸리의 성공 창업가들의 평균 창업 연령은 47.2세다. 사회활동 경험이 있고, 실제 벌어지는 사업 및 산업 구조에 대한 이해도 높은 나이에 창업하는 것이 성공에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볼 수 있다.
청년 창업이 유행처럼 돼 가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창업의 본질을 보자는 주장이기도 하다. 청년 창업을 지원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유능하고 야망 있는 기성 직장인 창업 지원정책과 균형을 맞추자는 얘기다. 고령화 시대, 중장년 등 직장 경험자들의 활발한 창업 유도 정책은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정부의 정책적 쏠림은 여러 측면에서 경계의 대상이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