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에서는 '매'와 '비둘기'가 싸운대요

현금 잘 버는 대박사업은 '캐시 카우'
예상치 못한 경제 충격은 '블랙 스완'
동물에서 유래한 경제용어

서울 여의도 한국금융투자협회 앞의 황소상.  한경DB
서울 여의도 한국금융투자협회 앞의 황소상. 한경DB
한국증권거래소와 증권회사가 몰려있는 서울 여의도에서는 황소 동상을 여럿 볼 수 있다. 미국 뉴욕, 중국 상하이, 독일 프랑크푸르트 등의 금융 중심지에도 웅장한 황소상이 있다. 왜 증권가에 하나같이 황소를 세워놨을까. 주식시장의 상승세를 상징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 기록을 잇달아 경신한 요즘 ‘증시가 황소장에 진입했다’는 얘기도 많이 나온다.

경제용어 중에는 동물에서 유래한 표현이 많다. ‘황소’가 주가 상승을 뜻하는 것과 반대로 주가 하락은 ‘곰’에 비유된다. 증시가 상승장이면 불 마켓(bull market·황소장), 약세장이면 베어 마켓(bear market·곰장)이라고 부른다. 황소는 뿔을 높이 치켜들고 있고, 곰은 느릿느릿 굼뜨다는 점에서 유래했다.

중앙은행에 관한 뉴스에는 ‘매’와 ‘비둘기’가 자주 등장한다. 전자는 물가 안정을 중시하는 통화긴축론자, 후자는 경제 성장을 중시하는 통화완화론자를 말한다. 기준금리를 인상해 시중의 통화를 거둬들이자고 주장하면 ‘매파(the hawks)’라고 부른다. 반면 기준금리를 인하해 시중에 돈을 풀자는 입장이면 ‘비둘기파(the doves)’라고 한다. 중앙은행은 매파와 비둘기파의 치열한 내부 토론을 거쳐 중요한 정책 결정을 내린다.

매와 비둘기의 비유는 원래 외교정책에서 먼저 쓰였다. 1960년대 베트남전 당시 확전을 주장하는 강경파를 매에, 전쟁의 최소화를 원하는 온건파를 비둘기에 빗댄 것이 통화정책 분야로 확장돼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에 돈을 잘 벌어다주는 사업은 ‘소’에, 정리해야 할 사업은 ‘개’에 비유하기도 한다. 유명 컨설팅업체인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기업의 경영전략 분석도구로 고안한 ‘BCG 매트릭스’에 나오는 개념이다. 이 모델은 기업의 각종 사업부문을 현재 시장점유율과 향후 성장 가능성의 높고 낮음에 따라 네 유형으로 분류한다. 이 중 성장 전망은 낮지만 점유율이 높아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고 있는 사업을 ‘캐시카우(cash cow·현금 창출원)’, 점유율도 성장률도 낮은 쇠퇴 사업은 ‘개(dog)’ 사업으로 이름 붙였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하던 거대한 경제적 충격은 ‘블랙스완(black swan)’이라 부른다. 백조(swan)는 흰색인 게 정상이니 검은 백조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투자 전문가인 나심 니컬러스 탈레브가 《블랙 스완》이란 책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금융위기 사태를 예언한 것이 들어맞으면서 유명해진 말이다.

금주의 시사용어-<동물이 상징하는 경제현상>

황소 ▶ 주가상승
곰 ▶ 주가 하락
매 ▶통화긴축론자(물가 안정 중시)
비둘기 ▶ 통화완화론자(경제 성장 중시)
캐시카우 ▶ 기업의 현금 창출원
블랙스완 ▶ 예상치 못한 충격적 사건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