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시봉의 내 인생을 바꾼 한마디] 오래 쉬지 못했지만, 닭이 우니 또 발을 싸매네. - 무명자집 -
▶ 조선 후기 문인 윤기(尹, 1741~1826)의 ‘가고 가고 또 가며(行行重行行)’ 2수이다.

가고 가고 또 가고 가다, 저물어서야 비로소 투숙했네.
오래 쉬지 못했지만, 닭이 우니 또 발을 싸매네.

가고 가고 또 가고 가니, 꾀하는 일 무엇인가.
서로 만나 물어보면, 바쁘다는 한마디만 하네.

목표를 향해 쉼 없이 걷고 걷는다. 지친 몸을 이끌고 잠시 몸을 뉘었다가, 알람이 울리면 삐걱거리는 몸을 일으킨다. 시인의 여정과 우리네 삶이 닮아 있다.

걷다가 사람을 만난다. 비슷한 처지에 맘 붙여 보려고 말을 걸지만 그 사람은 나와의 관계형성을 원치 않는다. 가야할 길만 보는 그 사람에게 나와의 대화와 감정소모는 방해만 될 뿐이다. 생각해 보니 나도 별반 다르지 않다. 말없이 외로운 길을 걷는다.

이제 걸음을 멈추자.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또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잠깐 쉬면서 어찌할지 생각하고 일어서도 늦지 않는다.

▶ 한마디 속 한자-息(식) (숨을) 쉬다, 자식, 이자

▷ 순식간(瞬息間): 눈을 한 번 깜짝하거나 숨을 한 번 쉴 만한 아주 짧은 동안.

▷ 고식지계(姑息之計): 우선 당장 편한 것만을 택하는 꾀나 방법. 한때의 안정을 얻기 위해 임시로 둘러맞추어 처리하거나 이리저리 주선하여 꾸며 내는 계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