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상륙으로 더 커진 토종 가구업체들의 비결도 '메기효과'였죠

"강력한 경쟁자 나오면 생존 위해 더 강해져"
이케아·월마트 상륙 후 토종업체 오히려 약진
[피플 & 뉴스] 강한 경쟁자가 나오면 더 강해진다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내리고, 수수료도 낮추고 있다. 모바일뱅킹을 더 쓰기 편하게 개편하는 작업에도 분주하다.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가 출범 한 달 만에 계좌 수 300만 개를 돌파하고 2조원 가까운 예금을 끌어모으며 예상 밖 돌풍을 이어가자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인터넷은행이 은행권 전체에 ‘메기 효과’를 불러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메기 효과(catfish effect)란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이 건전한 경쟁을 촉발해 다른 경쟁자들의 역량까지 끌어올리는 현상을 말한다. 북유럽 어부들이 바다에서 잡은 정어리를 항구까지 싱싱하게 운반하기 위해 어항에 천적인 메기를 풀어놨던 데서 유래했다. 원래 정어리는 그냥 놔두면 금세 죽어 버리지만, 메기가 있으면 잡아먹히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움직여 오랫동안 살아남았다.

생존이 걸린 절체절명의 상황에 직면할 때 숨은 잠재력을 발휘해 위기를 헤쳐나가는 습성은 물고기뿐 아니라 기업도 마찬가지다. 가구시장 세계 1위인 스웨덴 이케아의 한국 진출도 메기 효과의 사례로 꼽힌다. 저렴한 가격이 무기인 이케아가 2014년 한국 1호점을 열자 많은 사람들이 국내 가구업계의 몰락을 걱정했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이케아 상륙 1년 후 한샘, 현대리바트, 에넥스, 퍼시스, 에이스침대 등 국내 5대 가구업체 매출은 오히려 20% 뛰었다. 이들은 이케아의 저가 공세에 대비해 원가를 30%가량 절감했고, 널찍하고 쾌적한 대형 매장을 늘려 더 많은 손님을 끌어모았다. ‘가구 공룡’의 위협에 발빠르게 대응한 게 결과적으로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대형마트 시장도 지금은 토종 기업들이 꽉 잡고 있지만 20년 전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1990년대 유통시장 개방으로 미국 월마트, 프랑스 까르푸 등이 잇따라 국내에 진출할 당시 이마트, 롯데마트 등의 역량은 걸음마 단계였다. 국내 업체들은 한국 소비자의 특성에 맞춘 매장 구성과 서비스 강화에 사활을 걸었다. 자금력은 풍부했으나 현지화에 실패한 월마트와 까르푸는 결국 한국에서 자진 철수하는 굴욕을 맛봤다.

고인 물은 썩는 법이다. 크게 성공한 기업들의 역사를 보면, 만만찮은 상대와 치열하게 싸우는 과정에서 자신의 역량을 높여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자극 없이 현재에 안주하면 개인도, 기업도, 시장도 발전이 더딜 수밖에 없다.

금주의 시사용어- 메기 효과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을 계기 로 다른 경쟁자들의 잠재력도 상승하는 효과를 말한다. 정 어리들이 천적인 메기를 만나 면 생존을 위해 더 활발하게 헤엄치는 데서 유래했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