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 월드] 미국, LNG 수출 대국으로 부상… 러시아와 '유럽 시장 쟁탈전'
미국 액화천연가스(LNG)의 유럽 수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9일(현지시간) LNG를 실은 미국 유조선이 미국 루이지애나 사빈 터미널을 떠나 발트해 소국 리투아니아 클라이피다항으로 향했다고 보도했다. 리투아니아는 이로써 지난 6월 미국 LNG를 첫 수입한 폴란드에 이어 미국의 두 번째 유럽 LNG 수출국이 된다. 리투아니아는 발트해를 끼고 있어 지정학상 미국에서 가스를 도입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나라로 평가받는다. 리투아니아는 이 가스를 이웃 라트비아나 에스토니아에 LNG를 재수출할 계획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에너지 자산 수출 금지 해제

리투아니아는 옛소련에 속해 있던 국가로 러시아산 가스가 주요 에너지원이었다. 1991년 독립한 이후에도 러시아 가스 의존율이 75%나 됐다. 하지만 리투아니아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에너지 공급에 불안을 많이 느껴왔다. 그런 와중에 미국에서 ‘셰일 붐’이 일면서 천연가스 시장에 큰 변화가 생겼다. 미국은 천연가스 최대 생산국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미국은 셰일가스를 생산만 했을 뿐 수출은 하지 못했다. 에너지 자원을 전략 자산으로 인정해 수출 금지 품목에 포함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정부는 이를 해제해 2016년 가스 수출을 시작했다. 이웃 캐나다와 멕시코 등으로부터 시작한 수출은 한국과 일본 이스라엘 등으로 수출 대상국을 늘렸다. 올 들어 미국은 러시아가 시장을 지배하던 유럽에도 문을 두드리게 됐다.

미국의 제재로 러시아 에너지 수출 ‘위축’

미국 의회는 지난 6월 러시아 에너지 관련 제재안을 통과시켰다.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에 금융 지원하는 기업은 국적을 불문하고 제재한다는 내용이다. 미국이 적극적으로 유럽에 에너지를 수출하겠다는 복안이 담겨 있다. 유럽은 러시아 가스 수출의 75%를 차지하는 시장이다. 독일은 천연가스의 60% 이상을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동유럽 국가들은 더 의존적이다.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60~65%의 에너지를 수입한다.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 침공 때 유럽에 가스 공급을 중단할 계획이 있다며 엄포를 놓기도 했다.

미국의 셰일가스 가격은 러시아산 가스에 비해 30~40% 싸다. 하지만 대서양을 건너 유럽으로 수송하는 경비가 많이 든다. 판매원가에서 러시아산에 밀리고 있다. 하지만 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가스를 사용하면 러시아 가스와 포트폴리오가 가능하다. 미국의 가스 수출이 유럽에 먹히는 이유다.

러시아 정부는 이 같은 에너지 시장 판도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당장 가격을 낮추고 판매 방식을 전면적으로 개편했다. 가즈프롬 본사를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옮겼다. 대대적인 인원 감축과 구조 개혁도 단행했다. 무엇보다 가즈프롬은 독점적인 가격 책정에서 구매자가 가격을 결정하는 경매 방식을 도입했다. 지난해 러시아는 아주 싼 가격에 가스를 유럽에 팔기도 했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 장관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대유럽 가스 시장 진출에 대응해 우리의 존재를 보여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유럽시장서 미·러 갈등 지속될 듯

독일은 미국의 러시아 제재에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독일은 러시아와 함께 발트해를 가로지르는 가스관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미국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독일과 미국의 갈등이 노출되고 있는 배경에 에너지 문제가 빠질 수 없는 이유다. 러시아는 이 지역에서의 영향력이 낮아질 것을 두려워한다.

에너지는 국가 안보 및 지역 안보와도 직결된다. 앞으로 이 지역을 둘러싼 러시아와 미국의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보고서를 통해 “양국 간 경쟁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더 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