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시봉의 내 인생을 바꾼 한마디] 아직 보지 못한 반쪽은 이미 본 반쪽과 같다. - 혜환잡저
▶ 조선 후기 문장가 이용휴가 쓴 제반풍록(題半楓錄)에 나오는 글이다.

옛날 어떤 사람이 꿈에서 너무도 아리따운 여인을 보았다. 그런데 얼굴 반쪽만 드러내고 있어 그 전체 얼굴을 보지 못해 상념에 사로잡혀 병이 들었다. 어떤 이가 그를 깨우쳤다. “아직 보지 못한 반쪽은 이미 본 반쪽과 같다네.” (이 말을 듣고) 그 사람은 곧바로 상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무릇 산수를 보는 것도 모두 이와 같다. 또 금강산은 산으로 비로봉이 으뜸이고 물은 만폭동이 최고다. 지금 이 둘을 다 보았으니 절반만 보았다고 할 수는 없다. (하략)

우리가 살면서 다 보고 다 알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될까? 과연 그것이 가능은 한 걸까? 비로봉과 만폭동만 보고 쓴 글에, 이용휴는 이미 반 정도는 본 것이니 나머지 반을 꼭 봐야 금강산을 다 본 것이겠냐며 달랜다. 우리에게도 필요한 위로다. 어차피 모두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반 정도라도 알기 위해 노력하고 나머지를 미루어 짐작하며 사는 것이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지혜로운 삶이 아닐까?

▶ 한마디 속 한자 - 半(반) 반, 가운데, 한창

▷ 太半(태반) : 반수 이상.
▷ 半信半疑(반신반의) : 얼마쯤 믿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의심함.

송내고 교사 hmhyu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