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내 마음을 나도 모르겠다면 이 책을 읽기를 권합니다
험난한 삶을 산 작가내 마음을 나도 모르겠다면 이 책을 읽기를 권합니다
일본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는 나스메 소세키. 그의 대표작 <마음>은 일본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렸으며 여러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판매부수 1700만 부를 돌파할 정도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 일본에서는 그를 ‘국민 작가’로 부른다. <마음>은 근대소설의 규범이 되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나스메 소세키는 1914년에 이 책을 발간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기 원하는 사람들에게 인간의 마음을 다스리고 있는 이 책을 권합니다’라고 했다. ‘내 마음 나도 모르겠다’는 이들에게 ‘마음을 다스리는 책’이라고 당당히 외친 작가의 자신감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5남3녀 가운데 막내로 태어난 작가는 부모가 연로한 탓에 다른 집의 수양아들로 보내졌다가 7세 때 집으로 돌아온다. 14세 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20세 때 큰 형과 둘째형이 폐결핵으로 사망한다. 29세에 결혼을 했으나 유산을 한 아내가 자살 소동을 일으킨다. 30세에는 아버지가, 35세에는 친한 친구가 사망한다. 44세에 두 살 난 딸이 갑자기 죽고 만다. 세 살 때 앓은 천연두로 얼굴에 흉터가 남은 것도 상처였을 것이다. 마음 고생이 심해서인지 늘 위궤양을 앓았던 나쓰메 소세키는 1916년에 4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선생님의 유서를 받은 나
험난한 삶을 거친 그는 세상을 떠나기 2년 전, <마음>을 집필하면서 ‘마음의 길’을 터득했다고 생각한 듯하다. <마음>은 대학생인 ‘나’와 나가 우연히 만나 따르게 된 ‘선생님’이 두 축을 이루고 있다. 학식을 갖춘 선생님은 세상과 등진 채 외로운 삶을 산다. “사랑은 죄악이야”라고 나에게 단호히 말하면서도 아내를 누구보다 아낀다. 매달 친구의 묘지를 찾아가는 선생님, 나는 왜 그가 스스로를 유배시켰는지 몹시 궁금하다.
부모가 사망한 후 재산관리를 맡아온 숙부로부터 배신을 당하면서 그 누구도 믿지 못하게 된 선생님! 온갖 잣대를 재느라 사랑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그러던 중 친구 K가 자신이 사랑하는 아가씨를 좋아한다는 고백을 하자 K보다 앞서 아가씨의 어머니로부터 결혼승낙을 받아낸다. 그 일로 K가 자살하자 선생님은 죄책감에 평생 세상과 등지고 살았다.
사람들과의 교류가 많지 않은 선생님은 자신을 잘 따르는 나를 친구처럼 대하며 마음을 조금씩 연다. 그리고 자신의 삶에 궁금증이 많은 나에게 지난날을 담은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불신과 망설임으로 점철된 삶 속에 수많은 마음이 교차했음이 유서에 담겨있다.
<마음>은 모두 세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은 나와 선생님이 친해지는 과정, 2장은 아버지가 위독하여 고향에 내려가게 된 나와 가족 간의 관계, 3장은 선생님의 지난날이 담긴 유서로 구성되어 있다. 3장을 읽을 때 ‘선생님’의 마음이 되어 여러 망설임 속에서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를 대입하면서 지도를 그려보라. 그러면 내 마음의 실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내 마음의 열쇠는 내가 찾아야
사랑하는 아가씨와 결혼하지만 평생 K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선생님. 그의 유서에 담긴 고독과 번뇌, 끝없이 자신을 숨겨온 선생님의 삶, 사랑을 죄악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마음의 지옥을 만든 실체는 결국 선생님 자신이다. 인생의 미로 속에서 올바른 길을 찾아 가는 마음의 열쇠는 나 스스로가 다스려야 한다.
이 소설의 화자인 ‘나’는 대학을 막 졸업하고 취업을 하려는 이른바 취준생이다. 사경을 헤매는 아버지를 돌보는 가운데 지방 교사 자리가 난다. 지방 교사로 가기도 싫고 고향을 지키라는 형님 말도 마음이 안 든다. 번화한 도쿄로 돌아가 번듯한 직장에 들어가고 싶은 나. 단순한 성격의 나는 선생님의 삶을 반추하면서 한층 성숙해졌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삶의 요소요소에서 만날 수 있는 수많은 어려움을 어떻게 돌파해나갈 것인지 생각해보면 좋을 것이다.
불안한 취준생과 삶의 무게에 휘청이는 선생님, 우리 가까이 어딘가에 있는 듯한 그들을 만나 봐도 ‘마음’은 복잡하기만 하다. 제대로 회개한 뒤 뒤돌아보지 않기, 그것만 해도 마음이 한결 나아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