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입은 삐뚤어지고 들녘은 잘 구워져간다
모기 입이 삐뚤어진다는 처서(處署)가 지났다. 여름도 이제 끝물이다. 열기가 단번에 물러나진 않을 터다. 그래 보았자다. 기세는 꺾였다. 우리는 올여름을 이렇게 기억하리라. “아! 더웠다.” 걱정할 일은 아니다. 어제의 일을 쉽게 잊는 것 또한 우리의 유전병이다. 9월은 어떤 달이 될까. 모든 것이 익어갈 때 너와 나, 우리는 얼마나 성숙해져 있을까. 교정(校庭)에 가을이 스민다. 추석도 얼마 남지 않았다. 성급하기도 해라. 사진 기자의 눈에 가을이 들어섰다. 전남 강진군 군동면 안지마을 들녘이 노릇노릇 익어간다. 더위에 잘 구워졌다. 농부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