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순간 방황하고 있다면 홀든을 만나라
3일간 방황 꿈을 찾고 집으로…
3일간 방황 꿈을 찾고 집으로…
![[소설가 이근미와 떠나는 문학여행] (24)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https://img.hankyung.com/photo/201606/AA.11772065.1.jpg)
‘감명깊게 읽은 책’ 추천을 요청받으면 <호밀밭의 파수꾼>을 빼놓지 않는다. 내가 느끼는 감명은 좀 다른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재미있게 썼을까?’‘어쩜 이렇게도 감정 표현이 독특할까?’‘대체 이런 발상은 어디서 나온 거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저자 샐린저의 천재성에 질투를 하게 된다.
![[소설가 이근미와 떠나는 문학여행] (24)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https://img.hankyung.com/photo/201606/AA.11772072.1.jpg)
이 책은 샐린저가 32세에 쓴 자전적 소설이다. 중학교 때 성적 불량으로 퇴학을 당한 후, 15세 되던 해 밸리 포지 육군 사관학교에 들어갔던 샐린저는 어시너스 칼리지와 컬럼비아 대학 등에서 문예창작 수업을 받았다. 1952년 발표 당시 뉴욕의 풍경이 세세하게 담겨 있는 이 소설을 읽으면 청소년이든 어른이든 주인공 홀든과 함께 뉴욕을 여행하면서 생각에 푹 빠지게 된다.
![[소설가 이근미와 떠나는 문학여행] (24)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https://img.hankyung.com/photo/201606/AA.11772066.1.jpg)
홀든의 방황을 통한 간접경험
금서로 지정한 것은 어른들의 기우에 불과하다. 홀든이 여기저기 돌아다니지만 실제로 나쁜 행동을 하기보다 어른들의 행태를 통해 오히려 많은 깨달음을 얻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소설 속 홀든처럼 학교를 박차고 나와 세상을 두루 살펴볼 필요는 없다. 이번 여름방학 때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으며 간접경험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소설가 이근미와 떠나는 문학여행] (24)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https://img.hankyung.com/photo/201606/AA.11772071.1.jpg)
홀든은 사랑하는 여동생 피비를 만나고파 몰래 집으로 들어가고 영특한 피비는 수요일이 되기 전에 돌아온 오빠에게 “또 퇴학당했냐”고 다그친다. 피비는 이미 여러 학교에서 퇴학당한 적이 있는 오빠에게 “앞으로 대체 어떤 사람이 될거냐”며 걱정한다. 이때 “호밑밭에서 노는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홀든에게 독자들은 매료되지 않을 수 없다.
동생을 사랑하는 소년
집을 빠져나온 홀든은 학생들을 잘 돌봐주고 희생적인 앤톨리니 선생님을 찾아간다. 앤톨리니 선생님은 홀든의 눈높이에 맞춰 얘기하되 어른으로서 해야 할 말을 잊지 않는다. “네가 가고 싶은 길을 찾고 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학교에 들어가는 일이어야 할 거야…교육을 받고 학식이 있는 사람이 재능과 창조력을 갖고 있다면, 그냥 재능있고 창조력 있는 사람보다 훨씬 가치있는 기록을 남기기 쉽다는 거지…학교 교육이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고의 크기를 알게 해주고, 거기에 맞게 이용하게 해주는 거야”라고.

누구나 청소년기에 방황을 겪게 된다. 요즘 어른이 되어서도 흔들리는 이들이 많다. 그 혼돈의 시기를 지혜롭게 넘기고 삶을 잘 다져야 ‘절벽 옆에서 노는 위험한 아이를 구하는 멋진 어른’이 되는 것이다.
샐린저는 <호밀밭의 파수꾼>으로 유명인이 되었지만 서부가 아닌 자신의 방안에 숨어 얼굴을 드러내지 않다가 2010년 세상을 떠났다. 2박3일간 뉴욕을 떠돌며 많은 사람을 만난 홀든을 통해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을 다 했기 때문일까? 샐린저는 <호밀밭의 파수꾼> 맨 마지막에 그 답을 적어 놓았다.
‘누구에게든 아무 말도 하지 말아라. 말을 하게 되면, 모든 사람들이 그리워지기 시작하니까.’
홀든은 정신병원에서 자신의 형에게 그간의 얘기를 털어놓으면서 정말 싫어했던 기숙사 친구들까지 그립다고 말한다. 정말 웃긴 일이다, 라고 중얼거리면서.
이근미 < 소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