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됨에 따라 금액에 상관없이 대부분의 결제를 카드로 하는 이가 늘고 있다. 특히 신용카드 사용액이 소득세 세금공제 대상이 되는 데다 카드사들이 사용실적에 따라 각종 포인트까지 지급하자 현금이 있어도 일부러 신용카드를 쓰는 일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 여신전문금융업법은 신용카드 가맹점은 금액 크기에 상관없이 고객의 신용카드 결제 요구를 거절할 수 없게 돼 있다. 의무사항인 셈이다. 카드사들은 그러나 소약결제 비중이 높아지면서 밴(van)사와의 관계에서 역마진이 발생한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신용카드 소액결제 허용 여부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카드사 손실, 소비자에게 전가하려는 것은 부당하다"
소액결제를 계속 허용해야 한다는 쪽에서는 이미 카드 결제가 하나의 소비 패턴으로 자리잡았는데 카드사 사정만 고려해 소액결제를 못하게 하는 것은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세수 확보를 위해 정부가 신용카드 사용을 부추긴 만큼 카드사 손실이 문제라면 정부가 이를 해결할 방안을 찾아야지 소비자에게 갑자기 소액결제를 하지 말라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언제는 나라에서 세원을 양성화한다며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 등을 도입해 카드 사용을 장려했다가 카드 사용 급증으로 세원이 많이 드러나니 이제 와 소비자 권익을 나 몰라라 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카드사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소비자의 카드 사용 증가로 오랜 기간 짭짤한 돈벌이를 해온 카드사들이 최근 가맹점 수수료가 낮아지면서 밴사와의 관계에서 역마진이 발생하자 바로 소액결제 금지를 추진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밴사와의 수수료 문제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사업 운영의 위기를 다른 경영전략으로 풀어야지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들은 카드사가 최근 소비자에게 제공하던 각종 혜택을 대폭 축소한 데다 일부 카드는 아예 신규 발급을 중단한 점 등도 꼬집고 있다. 수익 부진을 이유로 소비자에게 불리한 조치를 일방적으로 해놓고 소액결제까지 거부하는 것은 모든 손실을 다 소비자에게 덮어씌우려는 행태라는 것이다.
○ 반대 "카드사만 손해…외국서도 소약결제 거부 사례 많다"
신용카드사는 올해 가맹점에서 받는 수수료가 인하돼 최악의 경영난이 예상된다며 금융당국에 소액결제 거부권을 요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들은 1만원 이하 소액결제가 전체 신용카드 결제의 40%까지 늘어나면서 타격이 만만치 않다고 호소한다. 현재 신용카드 1만원 결제 시 카드사들은 80원(영세가맹점 기준 0.8%)의 수수료를 가맹점에서 받는다. 하지만 카드사는 밴사에 120원가량의 수수료를 지급해야 해 건당 최대 40원까지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가맹점에서는 정률제로 수수료를 받지만 밴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는 정액제여서 소액결제의 경우 거래 건수가 많을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라는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영세가맹점 수수료율이 1.5%, 중소가맹점이 2.0%여서 그런대로 버틸 수 있었지만 지난달부터 이 수수료가 0.7%포인트씩 인하되면서 카드업계로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특히 체크카드는 가맹점 수수료율이 더 낮아 밴 수수료 부담이 더 크다는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들은 “미국 캐나다 등도 10달러 이하는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카드사의 생존을 위해서는 관련법 개정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또 여신전문금융업법에 규정된 카드 결제 의무화는 헌법상 과잉금지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이인호 서울대 교수는 “카드로 소액결제를 하면 거래 발생 시 드는 정보처리 비용이 효용보다 커져서 사회적으로 비효율이 생겨난다”며 소액결제 카드 수납 의무 정책은 폐지하는 게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 생각하기 "자율에 맡기되 소액결제 받는 곳에 혜택 주는 방안 검토해볼 만"
정부의 신용카드 권장책 덕분에 신용카드사는 엄청난 양적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사업자의 탈세 여지가 줄어들었고 정부도 그만큼 세수를 확보할 수 있었다. 소비자는 신용카드 사용 확대로 세금을 덜 내고 카드사가 제공하는 여러 혜택도 누려왔다. 물론 카드 사용 확대에 따른 과소비 문제도 없지 않다. 분명한 것은 한국의 신용카드 사용 장려 정책은 그래도 실보다 득이 훨씬 많은 정책이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카드사-가맹점-밴사-소비자로 얽혀 있는 이해관계에서 어느 당사자에게 일방적으로 부담을 떠안으라고 요구하기도 힘들다. 그런 점에서 소액결제 거부를 모두 금지할 게 아니라 이를 업계 자율로 남겨두되 소액결제도 받아주는 가맹점이나 카드사에 세금 등에서 일정한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해보는 게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렇게 되면 소액결제를 선호하는 소비자는 그런 곳을 찾아갈 것이고 결과적으로 업계와 소비자의 자율적 선택의 폭도 그만큼 넓어질 수 있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 찬성 "카드사 손실, 소비자에게 전가하려는 것은 부당하다"
소액결제를 계속 허용해야 한다는 쪽에서는 이미 카드 결제가 하나의 소비 패턴으로 자리잡았는데 카드사 사정만 고려해 소액결제를 못하게 하는 것은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세수 확보를 위해 정부가 신용카드 사용을 부추긴 만큼 카드사 손실이 문제라면 정부가 이를 해결할 방안을 찾아야지 소비자에게 갑자기 소액결제를 하지 말라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언제는 나라에서 세원을 양성화한다며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 등을 도입해 카드 사용을 장려했다가 카드 사용 급증으로 세원이 많이 드러나니 이제 와 소비자 권익을 나 몰라라 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카드사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소비자의 카드 사용 증가로 오랜 기간 짭짤한 돈벌이를 해온 카드사들이 최근 가맹점 수수료가 낮아지면서 밴사와의 관계에서 역마진이 발생하자 바로 소액결제 금지를 추진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밴사와의 수수료 문제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사업 운영의 위기를 다른 경영전략으로 풀어야지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들은 카드사가 최근 소비자에게 제공하던 각종 혜택을 대폭 축소한 데다 일부 카드는 아예 신규 발급을 중단한 점 등도 꼬집고 있다. 수익 부진을 이유로 소비자에게 불리한 조치를 일방적으로 해놓고 소액결제까지 거부하는 것은 모든 손실을 다 소비자에게 덮어씌우려는 행태라는 것이다.
○ 반대 "카드사만 손해…외국서도 소약결제 거부 사례 많다"
신용카드사는 올해 가맹점에서 받는 수수료가 인하돼 최악의 경영난이 예상된다며 금융당국에 소액결제 거부권을 요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들은 1만원 이하 소액결제가 전체 신용카드 결제의 40%까지 늘어나면서 타격이 만만치 않다고 호소한다. 현재 신용카드 1만원 결제 시 카드사들은 80원(영세가맹점 기준 0.8%)의 수수료를 가맹점에서 받는다. 하지만 카드사는 밴사에 120원가량의 수수료를 지급해야 해 건당 최대 40원까지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가맹점에서는 정률제로 수수료를 받지만 밴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는 정액제여서 소액결제의 경우 거래 건수가 많을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라는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영세가맹점 수수료율이 1.5%, 중소가맹점이 2.0%여서 그런대로 버틸 수 있었지만 지난달부터 이 수수료가 0.7%포인트씩 인하되면서 카드업계로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특히 체크카드는 가맹점 수수료율이 더 낮아 밴 수수료 부담이 더 크다는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들은 “미국 캐나다 등도 10달러 이하는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카드사의 생존을 위해서는 관련법 개정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또 여신전문금융업법에 규정된 카드 결제 의무화는 헌법상 과잉금지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이인호 서울대 교수는 “카드로 소액결제를 하면 거래 발생 시 드는 정보처리 비용이 효용보다 커져서 사회적으로 비효율이 생겨난다”며 소액결제 카드 수납 의무 정책은 폐지하는 게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 생각하기 "자율에 맡기되 소액결제 받는 곳에 혜택 주는 방안 검토해볼 만"
정부의 신용카드 권장책 덕분에 신용카드사는 엄청난 양적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사업자의 탈세 여지가 줄어들었고 정부도 그만큼 세수를 확보할 수 있었다. 소비자는 신용카드 사용 확대로 세금을 덜 내고 카드사가 제공하는 여러 혜택도 누려왔다. 물론 카드 사용 확대에 따른 과소비 문제도 없지 않다. 분명한 것은 한국의 신용카드 사용 장려 정책은 그래도 실보다 득이 훨씬 많은 정책이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카드사-가맹점-밴사-소비자로 얽혀 있는 이해관계에서 어느 당사자에게 일방적으로 부담을 떠안으라고 요구하기도 힘들다. 그런 점에서 소액결제 거부를 모두 금지할 게 아니라 이를 업계 자율로 남겨두되 소액결제도 받아주는 가맹점이나 카드사에 세금 등에서 일정한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해보는 게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렇게 되면 소액결제를 선호하는 소비자는 그런 곳을 찾아갈 것이고 결과적으로 업계와 소비자의 자율적 선택의 폭도 그만큼 넓어질 수 있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