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로또와 같은 복권은 바늘구멍 같은 확률을 뚫고 받게 되는 당첨금 액수와 당첨금 수령 후 복권 당첨자의 생활상, 당첨을 예지하는 기묘한 꿈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낳는다. 하지만 수많은 이야깃거리 중 복권의 본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싶다.
복권이라는 것은 흔히 소수 당첨자에게만 크나큰 행운을 안겨준다고 여겨지지만 사실은 우리 사회 곳곳에 재정적 지원을 해주는 유용한 수단이기도 하다. 복권은 세계적으로 아주 오래전부터 공공재원 조달을 위해 활용되어 왔다. 그 기원은 고대 이집트 파라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복권과 비슷한 방식의 게임이 존재했던 흔적이 고대 이집트 유물에서 발견되어 복권의 기원을 유추할 수 있었다. 파라오 왕조는 기원전 2635년부터 332년까지라고 하니 복권의 역사가 매우 오래된 것을 알 수 있다.
이집트는 전쟁비용 복권발행
이집트 외에도 많은 고대 국가는 전쟁비용이나 도시재건 등을 위해 복권을 판매하곤 했다. 동양에서는 기원전 100년경 중국 진나라에서 만리장성 건립 등 국방비를 마련하기 위해 키노(Keno)라는 복권을 발행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집트의 기록과 비슷하게 게임 형태의 복권으로서 당시 국가적으로 유행했다고 한다. 서양에서는 기원전 63년,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로마를 복구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복권을 판매한 것이 복권 발달의 시초가 되었다.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연회에 참석한 손님들이 음식값을 지급한 영수증을 모아 이를 추첨해 당첨된 손님에게 상품을 나눠줬다고 한다. 이처럼 복권은 오래전부터 재미와 재정자금 확보,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는 기발한 아이디어였다.
조선시대때도 복권존재
우리나라에서도 일찍이 복권과 비슷한 형태의 게임이 존재했다. 조선 후기에는 ‘산통계(算筒契)’와 ‘작백계(作百契)’라는 제비뽑기 형태의 복권이 존재했다. 산통계는 일종의 계모임으로 일정 날짜에 모여 일정한 곗돈을 낸 후에 제비뽑기를 진행했다. 통 속에 계원들의 이름이나 번호를 적은 알을 넣어 돌린 뒤 밖으로 나온 알로 당첨자를 정했다. 작백계 역시 조선후기에 많은 인기를 끌었는데, 이는 일정 번호를 붙인 표를 100명 혹은 1000명 단위로 판매한 뒤 추첨을 통해 총매출의 80%를 복채로 지급했다.
현재와 같은 형태의 근대적 복권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해방 이후의 시기다. 1947년 런던올림픽대회의 참가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발행한 ‘올림픽후원권’이 그 시초다. 올림픽후원권을 시작으로 공공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복권 발행은 점차 확대되었다. 1949년에는 이재민 구호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후생복표’가 총 3회에 걸쳐 발행되었고, 1956년에는 사회복지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애국복권’이 발행되었다. 1960년대에는 산업박람회, 무역박람회 등의 경비를 충당할 목적으로 즉석복권이 발행되었다.
복권은 이처럼 산업부흥자금, 공공행사경비, 재해대책 등 공공자금 마련이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발행되었다. 이후 정기적인 형태의 복권이 발행된 것은 1969년 주택은행에서 발행한 주택복권이 등장하면서 이루어졌다. 옛 한국주택은행이 발행한 복권으로서 무주택 군경유가족, 국가유공자, 파월장병의 주택마련 등 저소득층 주거안정사업 지원을 위해 시작되었다. 이 기금으로 수해주택, 원호주택, 국가유공자주택, 영세민주택 등을 지원했다.
이후 복권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게 된 것은 2002년 12월 온라인복권 로또가 도입된 이후다. 당시 로또 열풍은 상당했다. 당첨금의 유혹과 소위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의 열망은 기대 이상이었다. 로또판매가 시작된 2002년 12월의 복권 판매액은 185억원이었으나 곧 로또 열풍이 거세게 불며 2003년 2월에는 5026억에 달했다.
한국 로또 너도 나도 ‘사자’
로또 열풍이 온 나라를 강타했지만 로또를 통해 대박을 맞은 것은 일부 당첨자만이 아니었다. 매스컴을 통해 엄청난 행운의 주인공들이 이슈화됐지만 눈에 보이지는 않았으나 로또복권을 발행한 정부는 또 다른 대박행운의 주인공이었다. 로또복권은 국가보훈처, 행정자치부, 과학기술부, 문화관광부, 보건복지부, 노동부, 건설교통부, 산림청, 중소기업청, 제주특별자치도, 총 10개의 정부부처가 공동으로 참여했으며 국민은행이 사업 운영을 담당했다. 로또복권 발행을 시작한 뒤 6개월 동안 로또복권의 총 판매액 1조7377억원 가운데 정부로 흘러들어간 돈은 5617억원으로 국민들이 로또에 투자한 돈의 32.3%가 정부에 귀속되었다.
복권 판매액 39% 기금조성
복권 구매에 많은 비용을 지출했으나 당첨의 행복을 맛보지 못한 사람들은 정부가 복권판매를 통해 별다른 어려움 없이 수익을 얻는다고 불평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국민들이 복권을 구매함으로써 축적된 판매금은 우리 사회에 투자돼 돌아온다. 복권판매액은 당첨금, 사업운영비, 복권기금 조성으로 크게 세 분야로 나뉘어 지출된다. 한국의 경우 복권판매액의 50~51%는 당첨금, 10% 내외는 사업운영비, 38~39%는 복권기금으로 조성된다.
소외계층 문화진흥 예산에도 사용돼
정부는 복권기금을 통해 각종 공익사업을 지원한다. 주로 임대주택 매입 및 건설 등과 관련된 서민 주거안정, 소외계층과 국가유공자에 대한 복지보훈, 재해재난 긴급구호 등에 지원한다. 이 외에 소외계층에 대한 문화예술진흥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생활안정 및 문화발전에 기여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보통 복권 외에 카지노나 경마, 스포츠토토와 같은 사행사업 수익금은 일정 비율을 공공기금으로 사용하는데 우리나라 복권의 공공기금 조성 비율은 국내 다른 사행산업이나 해외 복권에 비해 높은 편이다.
복권기금 실물경제에도 투입돼
복권산업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복권판매액을 통해 조성된 기금이 실물경제에 투입되면서 나타난다. 정부는 복권기금 및 복권사업 운영을 통해 생산유발, 부가가치 창출, 취업유발 등의 효과를 얻는다. 복권기금을 사용해 투자한 공공사업은 국내 산업 간 연쇄적인 파급효과를 통해 우리 경제 전반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복권을 통해서 공공재원을 조달하고, 저소득층 지원에 의한 소득분배 개선, 지역경제 발전 등에 기여할 수 있기에 혹자는 복권이야말로 안정적 재정확충 방안으로 활용할 만한 알짜라고 말하기도 한다.
복권은 일종의 세금
하지만 복권의 판매로부터 얻는 수입이 일종의 세금과도 같은 상황에서 막상 복권을 사는 사람들은 대개 가난한 사람이 많다. 이러한 이유로 복권은 ‘역진적 세금’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보통 조세는 부의 정도에 따라 부담비율을 달리하며 가난한 이보다는 부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금액을 내게 되어 있다. 이처럼 조세제도는 보통 누진적인 구조로 돼있기에 일종의 소득 재분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복권에 대한 수요자는 주로 서민이다. 그렇기에 복권을 통해 조달되는 재원은 부자보다는 서민들에게서 나오고, 조세의 형평 원칙에 반대된다. 이런 맥락에서 복권 발행에 의한 재정확보 수단이 과연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상황이다.
김민정 KDI 연구원 kimmj@kdi.re.kr
복권이라는 것은 흔히 소수 당첨자에게만 크나큰 행운을 안겨준다고 여겨지지만 사실은 우리 사회 곳곳에 재정적 지원을 해주는 유용한 수단이기도 하다. 복권은 세계적으로 아주 오래전부터 공공재원 조달을 위해 활용되어 왔다. 그 기원은 고대 이집트 파라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복권과 비슷한 방식의 게임이 존재했던 흔적이 고대 이집트 유물에서 발견되어 복권의 기원을 유추할 수 있었다. 파라오 왕조는 기원전 2635년부터 332년까지라고 하니 복권의 역사가 매우 오래된 것을 알 수 있다.
이집트는 전쟁비용 복권발행
이집트 외에도 많은 고대 국가는 전쟁비용이나 도시재건 등을 위해 복권을 판매하곤 했다. 동양에서는 기원전 100년경 중국 진나라에서 만리장성 건립 등 국방비를 마련하기 위해 키노(Keno)라는 복권을 발행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집트의 기록과 비슷하게 게임 형태의 복권으로서 당시 국가적으로 유행했다고 한다. 서양에서는 기원전 63년,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로마를 복구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복권을 판매한 것이 복권 발달의 시초가 되었다.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연회에 참석한 손님들이 음식값을 지급한 영수증을 모아 이를 추첨해 당첨된 손님에게 상품을 나눠줬다고 한다. 이처럼 복권은 오래전부터 재미와 재정자금 확보,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는 기발한 아이디어였다.
조선시대때도 복권존재
우리나라에서도 일찍이 복권과 비슷한 형태의 게임이 존재했다. 조선 후기에는 ‘산통계(算筒契)’와 ‘작백계(作百契)’라는 제비뽑기 형태의 복권이 존재했다. 산통계는 일종의 계모임으로 일정 날짜에 모여 일정한 곗돈을 낸 후에 제비뽑기를 진행했다. 통 속에 계원들의 이름이나 번호를 적은 알을 넣어 돌린 뒤 밖으로 나온 알로 당첨자를 정했다. 작백계 역시 조선후기에 많은 인기를 끌었는데, 이는 일정 번호를 붙인 표를 100명 혹은 1000명 단위로 판매한 뒤 추첨을 통해 총매출의 80%를 복채로 지급했다.
현재와 같은 형태의 근대적 복권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해방 이후의 시기다. 1947년 런던올림픽대회의 참가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발행한 ‘올림픽후원권’이 그 시초다. 올림픽후원권을 시작으로 공공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복권 발행은 점차 확대되었다. 1949년에는 이재민 구호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후생복표’가 총 3회에 걸쳐 발행되었고, 1956년에는 사회복지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애국복권’이 발행되었다. 1960년대에는 산업박람회, 무역박람회 등의 경비를 충당할 목적으로 즉석복권이 발행되었다.
복권은 이처럼 산업부흥자금, 공공행사경비, 재해대책 등 공공자금 마련이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발행되었다. 이후 정기적인 형태의 복권이 발행된 것은 1969년 주택은행에서 발행한 주택복권이 등장하면서 이루어졌다. 옛 한국주택은행이 발행한 복권으로서 무주택 군경유가족, 국가유공자, 파월장병의 주택마련 등 저소득층 주거안정사업 지원을 위해 시작되었다. 이 기금으로 수해주택, 원호주택, 국가유공자주택, 영세민주택 등을 지원했다.
이후 복권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게 된 것은 2002년 12월 온라인복권 로또가 도입된 이후다. 당시 로또 열풍은 상당했다. 당첨금의 유혹과 소위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의 열망은 기대 이상이었다. 로또판매가 시작된 2002년 12월의 복권 판매액은 185억원이었으나 곧 로또 열풍이 거세게 불며 2003년 2월에는 5026억에 달했다.
한국 로또 너도 나도 ‘사자’
로또 열풍이 온 나라를 강타했지만 로또를 통해 대박을 맞은 것은 일부 당첨자만이 아니었다. 매스컴을 통해 엄청난 행운의 주인공들이 이슈화됐지만 눈에 보이지는 않았으나 로또복권을 발행한 정부는 또 다른 대박행운의 주인공이었다. 로또복권은 국가보훈처, 행정자치부, 과학기술부, 문화관광부, 보건복지부, 노동부, 건설교통부, 산림청, 중소기업청, 제주특별자치도, 총 10개의 정부부처가 공동으로 참여했으며 국민은행이 사업 운영을 담당했다. 로또복권 발행을 시작한 뒤 6개월 동안 로또복권의 총 판매액 1조7377억원 가운데 정부로 흘러들어간 돈은 5617억원으로 국민들이 로또에 투자한 돈의 32.3%가 정부에 귀속되었다.
복권 판매액 39% 기금조성
복권 구매에 많은 비용을 지출했으나 당첨의 행복을 맛보지 못한 사람들은 정부가 복권판매를 통해 별다른 어려움 없이 수익을 얻는다고 불평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국민들이 복권을 구매함으로써 축적된 판매금은 우리 사회에 투자돼 돌아온다. 복권판매액은 당첨금, 사업운영비, 복권기금 조성으로 크게 세 분야로 나뉘어 지출된다. 한국의 경우 복권판매액의 50~51%는 당첨금, 10% 내외는 사업운영비, 38~39%는 복권기금으로 조성된다.
소외계층 문화진흥 예산에도 사용돼
정부는 복권기금을 통해 각종 공익사업을 지원한다. 주로 임대주택 매입 및 건설 등과 관련된 서민 주거안정, 소외계층과 국가유공자에 대한 복지보훈, 재해재난 긴급구호 등에 지원한다. 이 외에 소외계층에 대한 문화예술진흥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생활안정 및 문화발전에 기여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보통 복권 외에 카지노나 경마, 스포츠토토와 같은 사행사업 수익금은 일정 비율을 공공기금으로 사용하는데 우리나라 복권의 공공기금 조성 비율은 국내 다른 사행산업이나 해외 복권에 비해 높은 편이다.
복권기금 실물경제에도 투입돼
복권산업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복권판매액을 통해 조성된 기금이 실물경제에 투입되면서 나타난다. 정부는 복권기금 및 복권사업 운영을 통해 생산유발, 부가가치 창출, 취업유발 등의 효과를 얻는다. 복권기금을 사용해 투자한 공공사업은 국내 산업 간 연쇄적인 파급효과를 통해 우리 경제 전반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복권을 통해서 공공재원을 조달하고, 저소득층 지원에 의한 소득분배 개선, 지역경제 발전 등에 기여할 수 있기에 혹자는 복권이야말로 안정적 재정확충 방안으로 활용할 만한 알짜라고 말하기도 한다.
복권은 일종의 세금
하지만 복권의 판매로부터 얻는 수입이 일종의 세금과도 같은 상황에서 막상 복권을 사는 사람들은 대개 가난한 사람이 많다. 이러한 이유로 복권은 ‘역진적 세금’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보통 조세는 부의 정도에 따라 부담비율을 달리하며 가난한 이보다는 부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금액을 내게 되어 있다. 이처럼 조세제도는 보통 누진적인 구조로 돼있기에 일종의 소득 재분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복권에 대한 수요자는 주로 서민이다. 그렇기에 복권을 통해 조달되는 재원은 부자보다는 서민들에게서 나오고, 조세의 형평 원칙에 반대된다. 이런 맥락에서 복권 발행에 의한 재정확보 수단이 과연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상황이다.
김민정 KDI 연구원 kimmj@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