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숨은 경제이야기] 경제발전의 부산물 '쓰레기 문제' 경제로 풀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601/AA.11195257.1.jpg)
196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에서 쓰레기는 그리 큰 문제거리가 되지 못했다. 당시 가장 대표적인 생활쓰레기는 연탄재뿐이었다. 생활쓰레기 전체 양의 80%를 연탄재가 차지했다.
하지만 경제개발이 급격히 이뤄진 1970년대 이후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1970년대 후반부터 산업사회로 진입하면서 음식물, 종이, 섬유 같은 유기물질 생활쓰레기의 증가, 건전지, 전구, 가전제품, 플라스틱, 알루미늄 등 유해물질이 대거 함유한 생활쓰레기 배출량도 증가했다. 특히 이러한 쓰레기들은 이전에 배출된 쓰레기들과 달리 자연분해되는 데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쓰레기들로 매립 시 오랫동안 분해되지 않고 남아 있어, 이제 쓰레기는 배출되면 축척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했다.
![[역사 속 숨은 경제이야기] 경제발전의 부산물 '쓰레기 문제' 경제로 풀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601/AA.11195224.1.jpg)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한 우리의 의식 역시 부족한 상황이었다. 흔히 님비 현상(NIMBY:Not in My Back Yard)이라 부르는 일들이 목격됐다. 님비 현상은 공공의 이익은 되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에는 이익이 되지 않는 일을 반대하는 이기적인 행동을 일컫는다. 많은 지역주민들이 자신의 거주지 인근 지역에 매립지 건립을 반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급격한 쓰레기 배출량 증가로 이미 1980년대부터 매립지 공간 부족 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했고, 1990년대 들어서는 지방자치가 본격화되면서 지자체별로 별도의 매립지를 확보해야 할 상황이었지만 지자체는 부지 확보에 더욱 어려움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급격한 쓰레기 배출량 증가와 함께 1990년대 초반에는 페놀오염 사건, 핵폐기물처리장 건립을 둘러싼 지역주민과 환경단체의 갈등, 쓰레기 매립장 건립 분쟁, 기타 산성비, 지구온난화 문제 등 다양한 환경문제가 대두되는 시점이었다. 이러한 상황은 쓰레기 문제를 접근하는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게 됐다.
당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대안은 지극히 경제적인 원칙 아래 논의됐다. 먼저 쓰레기의 사후 관리가 어려워지면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식은 사후 관리형이 아니라 쓰레기 배출량 자체를 줄이는 사전 예방형 방식이어야 한다는 사실에 공감한다. 쓰레기가 배출된 뒤에 이를 관리하는 비용보다 쓰레기 배출 자체를 줄이는 것이 보다 경제적으로 저렴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러한 쓰레기 처리 원칙 속에 탄생한 제도가 쓰레기 종량제다.
쓰레기 종량제는 쓰레기 발생량에 따라 수수료를 부과해 쓰레기 배출을 줄이기 위한 경제적 동기를 부여하고 재활용품을 분리수거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제도다. 쓰레기 종량제는 1995년 1월1일부터 전국 시·군·구에서 동시에 실시됐다. 1995년 종량제 실시 이후 전국 평균 36% 정도 쓰레기 배출량이 감소했다. 1994년 1인당 하루 쓰레기 배출량이 1.33㎏이었던 것이, 2001년 1.01㎏, 2015년 0.94㎏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재활용품의 분리배출은 커다란 증가 추세를 보였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https://img.hankyung.com/photo/201601/01.10628666.1.jpg)
17세기 러시아의 황제 표트르 1세는 러시아 후진성의 상징인 긴 수염을 자르게 만드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러시아의 귀족과 교회는 종교적인 이유를 들어 이를 격렬히 거부했는데, 이때 표트르 1세가 선택한 방법은 경제적인 접근이었다. 표트르 1세는 수염을 계속 기르려면 해마다 100루블씩 수염세를 내도록 강제했고, 수염세 도입 7년 만에 러시아에서는 턱수염이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수세기 동안 종교적, 문화적 이유로 지속돼 왔던 행태가 부담금 하나에 변화한 것이다.
이러한 종량제와 수염세 등의 사례를 종합할 때 우리가 누군가로부터 협조를 이끌어내는 가장 유효한 방식은 경제적인 접근이 아닌가 싶다.
박정호 < KDI 전문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