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뉴스] 글로벌 자동차·IT, 불붙은 '합종연횡'
미국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시 힐뷰애비뉴 3200. 구글 본사와 스탠퍼드대 사이에 있는 이곳에 지난해 포드리서치앤드이노베이션센터가 들어섰다. 자율주행차량 등 미래 기술을 연구하기 위해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가 세운 곳이다. 애플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던 드라고스 마치우카를 기술총괄로 영입했다. 포드만이 아니다. 2011년 이후 실리콘밸리에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도요타, 혼다, 닛산, 현대자동차, 제너럴모터스(GM) 등 완성차업체와 보쉬, 델파이, 덴소 등 자동차 부품업체 연구소가 속속 들어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스스로 운전하고, 인터넷에도 연결되는 ‘똑똑한 차량’을 제작하는 능력이 회사의 운명을 좌우할 경쟁력으로 떠오르면서 자동차업체들이 실리콘밸리 배우기에 열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완성차·IT 업체 간 ‘짝짓기’ 활발

정보기술(IT)업체와 자동차업체 간 합종연횡도 활발하다. 하드웨어에 강한 자동차업체와 소프트웨어에 강한 IT업체가 손을 잡아 시너지를 내겠다는 속셈이다. 하지만 이들 간에 긴장감은 여전하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완성차업체는 자신들이 껍데기만 제공하고 실리는 IT업체들이 챙겨갈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며 “협력을 하면서도 서로의 영역을 노리는 탐색전이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자동차산업을 이끌 미래 기술로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인터넷 및 다양한 사물과 연결되는 커넥티드카와 운전자가 필요없는 자율주행차다. 업체 간 합종연횡도 이 두 분야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포드는 지난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6’에서 아마존과의 제휴를 발표했다. 포드의 스마트카 시스템인 ‘싱크’와 아마존의 스마트홈 시스템인 ‘에코’를 연결하면 운전자가 차에 앉은 채로 차고 문을 열거나 집 안의 불을 켜고 끌 수 있다. 집에서 차 시동을 거는 것도 가능해진다. 독일 폭스바겐은 LG전자와 손을 잡았다. 차에 앉아 세탁기와 냉장고, 오븐, 오디오 등 가전기기를 제어하고, LG전자 스마트폰으로 차량을 조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일본 도요타는 같은 자동차업체인 포드를 파트너로 선택했다. 스마트폰과 자동차를 유기적으로 연결해주는 포드의 ‘스마트디바이스링크(SDL)’를 도요타 차량에 적용하기로 한 것으로, 스마트폰에 저장된 음악을 바로 차에서 재생하거나 음성 명령으로 날씨 등 인터넷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GM은 4일 차량공유업체 리프트에 5억달러(약 60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GM이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면 리프트를 통해 무인택시사업을 할 계획이다. 리프트의 경쟁사 우버 역시 무인택시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자체적으로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나섰다.

판매량 감소 전망…서비스 함께 팔아야

합종연횡 뒤에는 자동차업체들의 절박함이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아이폰 등장 이후 노키아와 블랙베리 등 휴대폰시장 강자들이 쓰러졌던 것처럼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의 등장으로 기존 자동차업체들의 지위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위협은 구글이다. 지도와 로봇, 드론, 인공지능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자율주행차 개발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일반 도로에서 자율주행차 시험운전을 할 수 있는 미국 네바다주에서 가장 먼저 허가를 받은 것도 구글이다. 자율주행차임을 알리는 빨간색 번호판을 달고 2012년 5월 시험운전에 들어간 구글 차량은 지금까지 공공 도로에서만 약 210만㎞를 달렸다. 2018년께 자율주행차를 출시한다는 목표다.

애플은 ‘타이탄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을 비밀리에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 포드, GM 등에서 일하던 자동차 엔지니어를 영입하고 작년 12월 ‘애플.오토(apple.auto)’ ‘애플.카(apple.car)’ 등 자사 이름과 자동차를 뜻하는 단어를 결합한 인터넷 도메인을 등록한 것이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거론된다.

임근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eigen@hankyung.com